[기획취재]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 ⑦

농촌에 비해 많은 사회적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살기에 편하다고 하는 도시는 사실 산업화, 근대화 등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심각한 교통문제, 먹을거리의 안정성 불안, 쓰레기 문제, 아토피, 도심 열섬화, 사회적 소외 등 삶을 둘러싼 온갖 문제로 신음하는 곳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도시가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의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에 <부평신문>은 도시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도시농업이 지닌 가치와 그 필요성을 짚어보고, 앞서가는 도시농업의 국내외 사례를 통해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엿보고자한다.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이라는 주제로 8번에 걸쳐 격주로 지면에 연재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 글에서 ‘도시농업’은 ‘도시생태농업’임을 미리 알려둔다. 도시농업은 그 자체가 생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ㅣ연ㅣ재ㅣ순ㅣ서ㅣ
1. 왜 지금 도시농업인가?
2. 도시농업의 가치와 효과
3. 도시를 살리기 위한 ‘운동’ 도시농업
4. 싹 트고 있는 국내 도시농업
5.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1>
6.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2>
7.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3>
8. 도시의 대안, 도시농업으로 가는 길

1. 도쿄도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

잔디밭 대신 논과 밭으로 이뤄진 공원

▲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 전체 안내도. 지도에서 위에 위치한 강이 아라카와 강이다. 경작지는 공원 왼편에 위치해 있다.

일본 도쿄도 아다치구에 있는 도시농업공원은 1984년에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농업이 활성화되고 있던 때라 농업 진흥 차원에서 설립된 곳이다.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 옆으로는 아라카와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원래는 농업 진흥 차원에서 만들어진 곳이었으나 농가가 줄고 농업이 밀려나기 시작하면서 인접한 아라카와강 제방공사 때 공원적인 요소를 추가해 지금의 도시농업공원이 됐다.

전체 규모는 6만 6765㎡로 이중 경작지는 논이 1200㎡, 밭이 2000㎡, 매실 숲이 500㎡다. 나머지 공간은 하천녹지와 연못, 학습체험 공간, 전통가옥, 농기구 보관소, 퇴비장으로 쓰이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공원 맨 아래에 연못이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음악회 등의 이벤트를 열수 있는 잔디밭 공원이 조성돼 있고, 그 위에 논이 있으며, 논 위에는 밭이 있고 밭 넘어는 제방이다. 밭 옆으로 일본전통가옥과 매실 숲길이 조성돼 있고 그 아래에는 학습관이 들어서 있다.

논밭 경작 시 필요한 물은 연못에서 끌어와 쓴다. 논으로 들어간 물은 다시 개울을 타고 내려와 연못으로 스며들게 돼있다. 사무실에는 따로 판매장이 들어서 있어 이용자들은 언제든지 유기농 제철 야채를 사갈 수 있다.

▲ 도시농업공원 내 밭에서 바라본 공원전경. 사진 왼쪽 위에 위치한 건물이 일본 전통가옥이고, 논 아래 숲속에 연못이 자리 하고 있다.

상근 직원(공무원) 7명과 비상근 6명(주로 NPO법인)이 일하고 있으며, 여기에 사회적 일자릴 창출 차원에서 일본 노동청과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만 64세 이상 되는 6명이 3교대로 근무하면서 시급(600엔)을 받고 보조업무를 맡고 있다.

이곳은 시민농원과 달리 아다치구의 한 행정부서다. 이를테면 인천시의 동부공원사업소와 같은 성격의 행정부서다. 도쿄도 내리마구의 체험농원이나 요코하마시의 시민농원처럼 일반인에게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 직원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시민들은 시기별 이벤트 등을 통해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경작을 담당하고 있는 야마다씨는 “어린이는 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졌고 농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체험학습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유년시절 경험했던 추억들을 심어주기 위해 도시농업공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체험의 장, 도시농업공원

▲ 도시농업공원 경작지 담당 야마다(사진 왼쪽)이 일본 유기농협회 회원들과 비료 만드는 과정과 쓰일 양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에서 경작은 철저하게 생태농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벼와 대파, 감자, 양파, 배추 등의 작물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는 설립된 지 30년 된 일본 NPO법인인 일본유기농업연구회에서 2004년부터 맡아 매주 수요일 유기농업연구회 소속 연구원과 직원이 함께 일을 한다.

연구원들은 파종에서 수확, 그리고 거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거름도 도시농업공원에서 발생하는 낙엽과 야채쓰레기 등을 소똥이나 닭똥과 섞어 만든다.

시민들은 언제든지 이곳을 오면 제철 야채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1년 내내 체절 야채가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어서 벌레와 곤충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심지어 뱀까지 종종 목격된다.

도시농업공원은 교육과 체험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녹색상담소를 둬 농업에 대한 전화ㆍ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고, 허브교실 등 다양한 강습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유기농법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봄에는 꽃 축제를 열고 가을에는 수확제를 연다. 이를 테면 벼 수확 체험의 경우 모내기, 벼 베기, 탈곡, 정미 각 4단계로 나누어 신청(30명 4개 반)을 받아 각 단계별로 체험케 한다. 체험 시 이용료는 1000엔이며, 축제기간 중 야채 장터도 같이 열린다.

▲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 내 설치 돼 있는 물레방아. 연못의 물은 물레방아 위까지 끌어 올려진 다음 논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다시 개울을 타고 연못으로 흘러내린다.

이처럼 아다치구 도시농업공원에서 경작이 가능한 것은 ‘도시공원법’이라는 법률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빼고 한해 약 1억엔(한화 10억원)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1년에 26만명의 이용객이 이곳을 다녀간다.

야마다씨는 “별도로 지원금 없이 구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도시농업공원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때문에 일본에서도 인접한 세타가야구구나 큐슈에서도 도시농업공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2. 달리는 전철 위 텃밭 ‘애그리세이조’

▲ 애그리세이조 중간 지점에서 바라본 경작지 전경. 사진 가운데 갈색 건물이 애그리세이조 사무실이고, 건물 뒷편이 오다큐선 세이조학원역이다

애그리세이조(AGRI SEIJO)는 일본의 도시농업을 향한 열정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은 여태껏 소개했던 일본의 시민농원이나 체험농원, 도시농업공원과 달리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도시농업 텃밭이다.

애그리세이조라는 명칭은 농업(agriculture)과 세이조(seijo)학원역의 앞 글자를 따와 붙여진 것이다. 애그리세이조는 민영화된 일본 전철 노선 중 하나인 오다큐선이 지나는 세이조학원역에 위치하고 있다. 애그리세이조 밑으로는 전철이 지나고 있다. 이를테면 경인전철선의 부평역 일대를 복개한 다음 그 위로 텃밭을 조성한 것이다.

▲ 애그리세이조 회원들이 나와서 본인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곳은 주변이 부유층이라 회원용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애그리세이조 조성공사의 발주처는 오다큐전철회사였으며, 오다큐건설이 시공하고 오다큐란도플로라가가 조경을 맡았다. 하중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곳의 토심은 40㎝가량으로 토양은 ‘비바소일’과 ‘펄라이트’ 등 인공배양토로 돼있다. 규모는 5000㎡, 1구획 당 6㎡로 모두 307구획으로 구성돼 있으며, 1년에 13만엔의 이용료를 받는다.

이곳 책임자인 미야기(29)씨는 “기본적으로 흙 만질 기회가 줄고 있어, 농업에 대한 체험을 늘리기 위해 조성해다”며 “주차장으로 쓰면 수익성이 더 낫긴 하겠지만 철도회사는 전철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에 그 만큼을 사회에 환원하고,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이유로 이를 도입했는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도 먹을거리의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동시에 웰빙이 붐을 조성하면서 직접 재배하는 것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곳 계약기간은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으로, 애그리세이조에서 정해준 씨앗만 사용할 수 있다. 재배 방식역시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해야한다. 월 1회 농업전문가를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이곳 스텝들이 회원들의 농사를 지도하고 있다.

애그리세이조는 2007년 5월에 조성돼 올해 분양을 시작했다. 현재 40%정도가 분양됐다.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분양되고 있고 원하는 구획의 사용이 가능하다. 시민농원에 비해 이용료가 월등히 높은데, 이유는 민간자본이 지은 데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유층이 많아서다. 이곳과 비슷한 형태로 오사카에 ‘남바파크’가 있다.

▲ 애그리세이조 관리자인 미야기씨, 그는 오다큐그룹의 조경 분야 자회사인 오다큐란도플로라 직원으로 이곳을 담당하고 있다.
이용료 부문을 제외하면 시민농원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인공토이다 보니 주된 작물은 밭 작물일수밖에 없다. 이용료를 내면 농기구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이곳 역시 수확축제를 연다. 비교적 잘 꾸며져 있는 휴게실과 샤워실 등이 눈에 띤다.

이곳의 구조는 전철 옥상 위에 방수시트를 깔고 그 위에 인공토를 얹은 뒤 이를 구획별로 나누었다. 경작에 필요한 물은 수돗물을 끌어다 쓰고 있으며, 1년 농사가 끝난 뒤 발생한 야채더미들은 회사에서 수거해간다. 그리고 이듬해 계약기간 전인 2월 토양을 재정비한다.

오다큐그룹은 애그리세이조를 계기로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미야기씨는 “회사에서는 건물 옥상에 애그리세이조와 비슷한 텃밭을 만들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시외곽에 규모 있는 농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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