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논란 뒤 감람석·우레탄트랙 깔아 ... “학생들 건강 위협, 그 책임은 누가 지나”

▲ 최근 영선초교 우레탄트랙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돼 폐쇄 조치한 모습.
인천지역 상당수 학교의 운동장 우레탄트랙에서 유해 중금속인 납이 과다 검출된 가운데, 약 5년 전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감람석 파쇄토를 운동장에 깔아 물의를 빚었던 영선초등학교(부평구 삼산동)의 우레탄트랙에서도 납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이 지난 3일 공개한 ‘인천지역 우레탄트랙 유해성 검사 중간 결과, 납 기준치 초과 학교’ 명단을 보면, 영선초교 우레탄트랙에선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 90㎎/㎏을 29배 초과한 2650㎎/㎏이 검출됐다.

영선초교에 우레탄트랙이 깔린 것은 2010년이다. 당시 교장은 인조잔디나 천연 잔디, 흙 운동장의 장ㆍ단점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학부모들한테서 인조잔디운동장 조성 동의서를 받아 추진하다가, 유해성 우려와 예산 낭비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학교운영위원회는 인조잔디ㆍ천연잔디ㆍ흙을 놓고 학부모 의견조사를 다시 실시했고, 결과는 흙 44.1%, 인조잔디 31.2%, 천연잔디 24.7%로 집계됐다. 그런데 학교는 운동장 가운데만 흙을 깔고 둘레에는 우레탄트랙을 설치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흙 운동장으로 하기로 했으면 우레탄트랙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데 학교가 이를 고집한다며 문제제기했다. 그러나 학교는 우레탄트랙을 설치했고, 이번 검사에서 납이 기준치의 29배를 초과해 검출된 것이다.

또한 당시 운동장을 조성할 때 함께 설치한 멀리뛰기장의 감람석 파쇄토의 유해성 문제가 2011년 9월 불거졌다. 모래 대신 깐 감람석 파쇄토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치의 5배나 검출된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시교육청과 학교는 석면 전문 철거업체를 동원해 감람석 파쇄토를 철거하고 공기질을 측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학부모대책위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강하게 나서서야 교실 전체 석면 오염 검사 실시, 석면 노출에 따른 정밀 건강검진 실시 등의 대책을 추진했다.

이후 학부모들의 요구로 시교육청이 운동장 조성 공사를 감사했는데, 공사비 약 1000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음에도 교장에게 ‘주의’ 처분만 내렸다. 당시 교육부가 감람석이 친환경 소재라며 추천했기 때문이다.

감람석이 깔린 멀리뛰기장에서 1년가량 석면에 노출됐던 학생들이 멀리뛰기장과 함께 설치된 납 범벅의 우레탄트랙에서 뛰어논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이 상당히 걱정되는 상황에서,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당시 인조잔디운동장 설치 반대와 석면 대책 마련 활동을 했던 학부모들이 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시 활동했던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조잔디운동장을 밀어붙이다 못하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우레탄트랙과 감람석 멀리뛰기장을 설치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잘못이 있는 관련자에겐 끝까지 책임을 물려야한다”고 말했다.

▲ 2011년 10월 영선초교 운동장 일부에 깔린 감람석 모래에서 석면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치의 5배가 검출된 뒤, 천막으로 덮여 폐쇄 조치한 모습.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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