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검사 결과 감추기 급급해 학부모들에게 거짓말도

인천 영선초등학교(부평구 삼산2동 소재)가 운동장 일부에 깔려있던 감람석 모래의 성분 분석을 자체적으로 의뢰한 결과에서도 석면(1급 발암물질)이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치의 5배나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가 분석한 결과와 일치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문의에 검사 결과를 감추기에만 급급해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또한 이 사실을 알면서도 북부교육지원청은 북부지역 모든 학교에서 참가하는 ‘북부문화축제’를 22일 영선초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에 확인한 결과, 영선초교는 <부평신문>의 최초 보도 후 감람석 운동장의 성분 분석을 공인기관에 의뢰했으며, 분석 결과는 19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에 <부평신문>은 21일 영선초교 행정실에 전화해 결과를 문의했으며, 행정실은 “아직 우편물이 도착하지 않아 분석 결과를 모른다”고 답했다. 같은 날 행정실에 문의했던 학부모 2명에게도 확인하니, 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은 19일 오후에 분석 결과가 나왔으며,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것과 같이 백석면 0.5%(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치(0.1%)의 5배)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해줬다. 아울러 “감람석을 시공한 업체에 재시공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냈고, 감람석 운동장은 목재를 3중으로 덮어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선초교 행정실장은 <부평신문>에 전화를 걸어 “19일에 결과를 안 것이 아니라 21일 오후 우편물이 도착해 결과를 확인했고, 시공업체에 내용증명서를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한 뒤 “학교에서도 감람석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시공업체 측에 보상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선초교 백순희 학부모운영위원은 “팩스와 이메일 등 방법이 있는데 우편물이 도착하지 않아 결과를 몰랐다는 게 납득이 가냐”며 “다른 학부모가 전화를 해서 물었을 때는 학교 관계자가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학생이나 교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해야하는 학교가 도대체 왜 결과를 감추고 거짓말하기에만 급급한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일부 학교운영위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임시 운영위원회 소집을 학교에 요청한 상태다. 위원들은 학교가 25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북부교육지원청, 영선초교서 북부문화축제 열어

영선초교가 이러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북부교육지원청은 부평지역 모든 초등학교에서 참가하는 ‘북부문화축제’를 22일 영선초교에서 개최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9일 분석 결과 0.5%가 나온 것은 알지만, 학교에서 감람석에 목재를 3중으로 덮어 폐쇄 조치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며 “행사 진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감람석 운동장과 관련한 <대전일보> 10월 13일자 보도를 보면, 전문가들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미량이라도 노출 시 장기간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같은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일단 폐로 들어오면 여타 이물질과 달리 밖으로 배출되지 않으며, 한번 흡입된 석면은 흉막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액’이나 늑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늑막비후’, 석면이 흉막을 뚫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흉막반’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이용진 석면 폐질환 환경보건센터장은 “석면 피해는 먼지의 비산(飛散) 정도와 노출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질병이 발생하기까지 짧게는 10년에서 40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며 “노출량이 적은 경우에도 악성중피종이 주로 발병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센터장은 “운동장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학생뿐 아니라 인근 주택과 상점가의 석면농도도 측정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발견된다면 건강 영향을 염두에 두어야한다”며 “교실 창틀이나 주변 시설에 남아 있을지 모를 석면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학생과 주민들에게 충분히 위험성을 설명해 주의를 시키고 학교를 벗어나 집으로 가기 전 먼지를 잘 터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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