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친박’ 유정복 시장에게 논란 책임 돌려
시민단체, “이전 알고도 안 움직인 것 시인”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지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 이전이 본격화될 때 청와대 정무특보와 사회부총리였던 새누리당 윤상현(남구을) 국회의원과 황우여(연수구) 국회의원을 상대로 낙천ㆍ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윤상현 의원은 “이전은 불가피했고, 인천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반박했다.

▲ 새누리당 윤상현 국회의원은 시민단체가 해양경비안전본부 세종시 이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낙천ㆍ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하자, ‘정부 결정을 재검토할 상황이 아니었고, 정부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유정복 시장의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27일 오후 ‘해경본부 이전 진실을 밝힌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먼저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의 책임을 물어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한 뒤, 소속 정책부서들을 한 곳에 집결시켜 ‘국민안전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로부터 얻은 고통스런 교훈을 실천하는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해경본부가 세종시로 이전해도, 본부 산하 중부해경본부가 인천에 존재한다”며, “해경이 모두 인천을 떠났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중부해경본부는 정책부서인 해경본부와 달리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 수역을 포함한 서해 북부해역 전역을 관할하며,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해양경비와 해상치안 확립, 해상구조와 구난 등 해양주권 수호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한 뒤, “그런데도 시민단체가 ‘해양주권 포기 운운’하며 ‘해경본부 이전을 방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해 지역사회에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정권 실세인데도 해경본부 이전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옳지 못하며, ‘실세’ 운운하는 표현 자체가 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의도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며 “정권의 실세라고 해서 정책 결정을 바꾸는 것은 법치국가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리고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윤 의원은 “해경본부 이전 협의의 채널이었던 인천시는 진실(=이전이 불가피한 점) 그대로 시민사회에 설명해야했다. 또 정부에 중부해경본부의 인력과 장비 확충 방안 등을 강력히 요청해야했다. 인천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라고 인천시를 질타했다. 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유 시장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세종시 이전을 위한 행정조치는 이미 2015년 9월 말에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본인도 10월 6일 인천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분들과 간담회 직후 여러 경로를 통해 최대한 그러한 입장(=시민대책위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미 그(=해경본부 이전) 결정이 다시 검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더 이상 인천에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이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인천시(유정복 시장, 사진 가운데)와 인천시민대책위, 새누리당 ,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인천시당 등은 지난해 10월 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범시민대회를 열어, 정부에게 '해경 인천존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윤상현 의원은 이미 9월말에 재검토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해경본부 이전 알고도 안 움직인 것 시인”

윤 의원이 이러한 성명을 발표하자,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인천을 위한 정치인인지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윤 의원 주장대로 하면, ‘인천시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나 ‘배가 산으로 가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은 잘못 됐고, 또 인천시민대책위원회와 여야 국회의원, 인천시 등이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해 펼친 활동이 모두 잘못 됐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2015년 10월 16일 행정자치부가 해경본부 이전을 고시하기 전인 10월 7일, 인천시와 인천지역 여야 정당, 경제계, 시민사회 등은 해경본부 이전을 반대하는 범시민궐기대회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열었다. 그런데 윤상현 의원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윤 의원은 해경본부 이전을 재검토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9월 말에 알고 있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윤 의원은 알고 있었음에도, 인천시와 시민대책위,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며, “해경본부 인천 존치 범시민운동을 전개할 때 ‘윤상현 의원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알고 나타나지 않는다’라는 소문이 팽배했는데, 이를 스스로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윤 의원이 해경본부 이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정부의 계획과 의지를 인천시와 여야 국회의원, 시민사회와 공유하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했다”고 한 뒤 “결국, 윤 의원이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한 탓에 인천은 헛발질을 했고, 뒤늦은 대처가 돼버렸다. 윤 의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낙천ㆍ낙선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 어떤 입장 내놓을지 귀추 주목

윤 의원의 성명서의 또 하나의 핵심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해경본부 이전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인천시가 정부 정책을 진실 그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유 시장을 정조준 했다. 해경본부 이전 논란이 ‘친박(=박근혜)’ 내 갈등으로 번진 모양새다.

인천시민대책위는 유정복 시장에게 간담회와 입장 발표를 요청한 상태다. 친박 실세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이 해경본부 이전 논란의 책임을 유 시장에게 돌린 가운데, 유 시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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