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세종시 이전’ 반대 지속…인천 여권실세 이번에도 빠져

인천 여ㆍ야ㆍ민ㆍ정, ‘해경본부 이전 철회’ 국회 기자회견

정부가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인천에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 여야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정부를 상대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다시 촉구하기 위해 1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지역 진보ㆍ개혁진영 시민사회단체와 보수진영 국민운동단체를 대부분 망라해 구성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해경인천대책위)’와 여야 정당은 인천시와 함께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 해양주권을 지키기 위해 해경본부는 해양도시 인천에 존치해야한다”며 다시 한 번 인천시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인천은 북방한계선(NLL)을 경계로 북한과 최단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접경 지역이자,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등이 발생한 교전 지역으로, 안보상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게다가 NLL 인근에서 벌어지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날로 집단화ㆍ폭력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해 5도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고, 우리의 지속가능한 해양자원까지 침탈당하고 있다”며 해경본부 인천 존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NLL은 남북 간 군사분계선이 아니고, 중국과 영해경계선도 아니다보니 유엔 협약에도 맞지 않고, 아울러 한ㆍ중 어업 협정과 영해법에도 맞지 않는다. 심지어 관련 규범도 없는 실정이다.

이렇듯 NLL 인근 수역은 남북, 나아가 남ㆍ북ㆍ중 간 복잡한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우리 정부가 섣불리 군사조치를 취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해군보다 해양경찰이 일정한 완충역할을 했다.

인천시와 해경인천대책위, 여야 정당은 “비록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 산하 해경본부로 변경됐을지라도 그 역할과 위상은 엄존한다. 국민안전을 위한 해상치안과 국가안보를 위한 수도 방어, 그리고 해양주권 수호를 위해 해경본부는 반드시 해양도시 인천에 존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전 결정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종시 이전의 근간이 되는 ‘행복도시법’에 ‘안전행정부’라고 돼있는 만큼, 국민안전처 산하 기관인 해경본부는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게 지적의 골자다. 이전하려면 법부터 개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줄곧 해경본부 이전을 부인하던 정부가 느닷없이 이전을 결정하다보니 법적 하자가 발생했다. 또한 이전비용을 제대로 계상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다루는 행정기관의 이전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처사다. 이는 국민과 인천시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며, 마치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라고 꼬집었다.

해양경찰은 1953년 부산에서 해양경찰대로 창설했다. 그 뒤 1979년 인천으로 전진 배치된 후 기본적인 해양경비와 해상안전 업무를 담당했고, 특히 한반도 최대 화약고인 서해 NLL 수역에서 남ㆍ북ㆍ중 간 군사적 충돌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해경인천대책위 등은 “해경본부를 내륙으로 옮기는 것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으로 상식에 배치된다. 세금을 낭비하는 행정편의주의다”라고 한 뒤 “해경본부 인천 존치는 안전을 지키고 해양주권을 수호하는 것이자, 해양도시 인천 시민들의 자존심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주창했다.

▲ 인천시와 여야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는 1일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공동으로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 반대와 인천 존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여권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날 기자회견엔 인천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여당(6명)에선 2명만 참석했다.
여권 실세 윤상현ㆍ황우여 이번에도 빠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천시를 필두로 새누리당 안상수 인천시당위원장과 홍일표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인천시당위원장과 문병호ㆍ박남춘ㆍ신학용ㆍ윤관석ㆍ최원식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이창운 인천YMCA 회장, 원부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방광설 인천시새마을회 회장, 김의식 바르게살기운동 인천시협의회 회장,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7일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사실상 ‘관제 데모’인 ‘해경본부 이전 반대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힘 있는 시장’이 최선두에 나섰고, 이 ‘힘 있는 시장’에게 인천의 여야, 진보와 보수진영이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고 일축했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전을 막기에 역 부족이었다’며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 뒤로도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주장하는 여야와 해경인천대책위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가 지속됐고, 지난달 3일 인천시와 여야 국회의원(5명), 해경인천대책위 등은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여ㆍ야ㆍ민ㆍ정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홍일표 의원은 행복도시법 이전 대상 기관에 국민안전처는 없다며 법률상 하자를 문제 삼았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 의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박상은ㆍ안상수ㆍ최원식 의원 등은 이전 예산 심의 보류로 맞서고 있다.

그리고 다시 인천시를 필두로 해경인천대책위와 여야 정당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엔 인천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새누리당 의원 4명이 불참했다. 새정치연합 의원 6명은 모두 참석했다. 정부를 움직여야하는 인천시 입장에선 여권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인천지역 여권 실세로 불리는 윤상현ㆍ황우여 의원은 지난달 3일 정책간담회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인천시를 필두로 한 ‘관제 데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을 확정했다. 그 뒤 ‘힘 있는 시장’의 영향력 논란과 함께 인천 여권 실세의 책임론이 대두됐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했다. 해경본부 이전 논란이 인천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한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이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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