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2여객터미널 개장…항공정비단지는 대체 언제?

항공 산업은 일자리 창출효과와 연관 산업효과가 높아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인천의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해 인천시와 학계, 연구소, 기업이 머리를 맞댔다.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학교는 ‘항공분야 경쟁력 확보방안’을 주제로 한 1차 토론회를 16일 오후 인천경제자유구역 미추홀타워에서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3개 기관 외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ㆍ한국생산기술연구원ㆍ인천발전연구원ㆍ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ㆍ정석항공과학고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토론했다. 인천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한 이 토론회는 매주 월요일 세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학교는 ‘항공분야 경쟁력 확보방안’을 주제로 한 1차 토론회를 16일 오후 인천경제자유구역 미추홀타워에서 공동으로 개최했다. 항공산업 육성 연속기획 토론회는 매주 월요일 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공항, 아시아 항공클러스터에 경쟁력 밀려

항공 산업은 크게 완제기 제조, 동체ㆍ날개ㆍ엔진 등 부품 제조, 항공 운수(여객ㆍ화물), 항공기 정비(MRO), 부품 물류, 공항산업(면세점, 배후단지 내 조립ㆍ가공ㆍ유통ㆍ전시ㆍ판매ㆍ물류 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천의 항공 산업은 현재 주로 항공운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객분야는 세계 23위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보다 뒤쳐져 있다. 그나마 화물 운송이 세계 4위를 지키고 있다.

인천 항공 산업 육성은 항공운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항공정비 산업과 부품 제조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항 배후단지에 자유무역지대를 확대해 제조ㆍ유통ㆍ전시ㆍ판매 업체를 입주시켜 화물을 늘려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아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상무는 “지역 인프라, 정부 지원, 제조역량, 노동경쟁력, 지리적 이점이 항공 클러스터 성공을 좌우하는 다섯 개 지표다. 인천은 지리적 이점과 인프라(=학교와 공단)를 갖추고 있지만, 아시아 경쟁 클러스터 대비 항공 산업 업체 수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개장 전인 2000년, 김포국제공항의 여객인구는 3672만명으로 세계 14위 공항에 해당했다. 당시 홍콩첵랍콕국제공항은 3275만명으로 22위, 싱가포르창이국제공항은 2861만명으로 28위에 랭크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30위권 밖에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인천국제공항이 4566만명으로 세계 23위에 랭크된 반면, 김포공항보다 후발주자였던 첵랍콕공항은 6314만명으로 10위, 창이공항은 5409만명으로 16위에 올랐다. 쿠알라룸푸르공항은 4893만명으로 20위에 랭크됐다.

말레이 쿠알라룸푸르, 여객만 많은 게 아니다

여객인구에서 인천공항보다 상위에 랭크된 아시아 공항들이 단순 여객처리만 앞선 게 아니다. 여객처리 증가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할 항공정비단지가 공항 주변에 들어섰고, 단지에는 항공정비ㆍ엔진정비ㆍ부품제조업체와 부품인증기관ㆍ교육훈련기관 등이 입주한 것이 있다.

창이와 쿠알라룸푸르에는 프랫앤휘트니(Pratt&Whitney)ㆍ롤스로이스(Rolls-Royce)ㆍ지이(GE)에비에이션ㆍ보잉ㆍ루프트한자테크닉ㆍ유로캅터ㆍ에스티(ST)에어로스페이스ㆍ에스아이에이(SIA)엔지니어링ㆍSAFRANㆍ에스아르(SR)테크닉 등, 국제 항공 산업 업체가 각각 100여개와 200여개 입주해있다.

이에 비해 인천공항의 경우 올해 제이에스(JS)에비에이션이 간신히 격납고 신설ㆍ운영 승인을 받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여기다 영종도 운북동에 대한항공이 자체 엔진정비와 운항훈련을 위해 조성 중인 단지가 있을 뿐이다.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은 인천테크노파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의뢰받아 인천 항공 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아 상무의 설명대로 인천은 항공정비단지 지정과 정비ㆍ부품업체 유치가 절실하다.

인천공항 국내선 3편, 일본 하네다공항은 50여편

유주현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원은 인천공항의 허브공항 지위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했다. 중국 발 미주행과 구주행 직항 편 증가, 아랍계 항공사의 저가 물량 공세로 인천공항의 여객환승율과 화물환적률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여객 4551만명과 화물 256만톤을 처리했다. 이는 각각 세계 23위와 4위에 해당한다. 매해 규모는 커졌지만, 환승율과 환적률은 떨어졌다.

2014년 환승객은 656만명으로 2009년(520만명)보다 136만명 늘었지만, 환승율은 18.5%에서 14.6%로 줄었다. 환적화물은 2009년 109만톤에서 2014년 103만톤으로 줄었고, 환적율도 47.2%에서 40.6%로 떨어졌다.

이와 같은 환승ㆍ환적율 감소에 대해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억울해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환승여객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중국 발 직항 편 증가도 요인이지만, 인천공항에 국내선 환승이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한 뒤, “환적의 경우 두바이공항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최정철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 또한 “인천공항에 중국 노선 40여개, 일본 노선 28개가 있다. 하지만 국내선은 고작 3개다. 이마저도 하루 운항편수가 몇 개 안 된다. 대체 인천공항이 어느 나라 공항이라고 할 수 있나? 하네다공항의 일본 국내선은 50여개다. 김포공항의 국제선을 늘리면서 인천공항을 국내 환승이 안 되는 절름발이로 만들어놓은 것부터 바로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환적의 경우도 스태츠칩팩코리아 사례처럼 공항 배후에 자유무역지대를 확대해 산업체가 들어와 물량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비문제로 결항률 ‘빨간불’, 제2여객터미널 어쩌나

인천 항공 산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 편 기준,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률은 2010년 8.3%에서 지난해 17.8%, 그리고 올해 1분기 26.1%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 인천공항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와 동맹 항공사 항공기에만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 항공사는 중정비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고, 2017년에 JS에비에이션 격납고를 가동하면 일부 가능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는 2018년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선 현재 국내외 항공사 88개가 도시 194개를 취항하고 있다. 하루 비행이 1000편이 넘는다. 공항 출입카드로 카운팅된 관련 종사자만 약 4만 5000명에 이른다.

인천공항의 항공수요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취항 항공사와 도시, 여객인구의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항공운항에 안전이 요구되고, 이를 정비 산업으로 뒷받침해야하는 것이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공정비 산업을 볼 때 국내 시장을 볼게 아니다. 동북아시아 항공시장을 염두에 두고 인천의 항공정비 산업을 고민할 때가 됐다. 중국과 임금 격차로 국내 항공정비가 비싸더라도 정비기간을 단축하고 기술력을 높이면 경쟁력 확보는 가능하다. 인천에는 항공정비 소재와 부품, 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소ㆍ대학ㆍ기업ㆍ특성화고교 등이 있다”고 말했다.

최정철 교수는 “인천의 항공 산업은 경남 사천과 충북 청주와 견줄 게 아니다. 일본 하네다공항, 미국 아틀란타공항에 견줘 인천공항의 비전을 찾아야한다. 현재 하루 항공편이 1000편이 넘고, 2018년에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한다. 과연 그 때까지도 정비단지가 없어도 되는지 준엄하게 물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항공정비 산업은 후대를 위한 일자리”

한편, 인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정비본부에는 1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정비직업훈련원을 거친 노동자들이다. 이 훈련원엔 특성화고교를 졸업한 뒤 입학한 이들도 있고, 2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뒤 입학한 이들도 있다. 훈련원을 마친 이들의 임금은 연봉 3500만원 안팎이다.

그만큼 항공정비 산업은 각광 받는 일자리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항공정비 비용으로 약 7000억원을 해외에 지출했다. 현재 국내 항공정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체 정비 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소한 정석항공과학고교 교장은 “우리 학교에 중학교 때 반에서 5등 안에 든 학생 약 260명이 항공 산업의 푸른 꿈을 갖고 입학한다. 인하공업전문대학만 해도 수능 1~2등급 돼야 입학할 정도다. 그런데 막상 졸업하면 갈 때가 없다. 1년에 뽑는 정비인력은 330여명인데, 졸업인력은 7000~8000명이다. 항공정비 산업은 인천공항의 미래이자 후대의 미래다. 지금 그 기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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