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공항공사 MOU 체결은 반대

▲ 인천국제공항 이용여객이 지난해 4500만명을 돌파하면서 여객수용인원 4400만명을 초과했다. 2017년 3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제2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 인천공항의 여객수용인원은 620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여객 안전을 위한 항공정비시설을 확대해 외국계 항공사의 항공기 정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국토부 자료에 ‘정비결항률 상승’ 해명은 빠져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률이 크게 상승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부평구 갑)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인천국제공항 최근 5년간 지연ㆍ결항 자료’를 보면, 전체 결항 중 정비로 인한 결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0% 미만에서 지난해 17% 이상으로 높아졌다.

국제선 출발 편 기준, 2010년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률은 8.3%를 차지했다. 지난해엔 17.8%, 올해 1분기엔 26.1%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를 정비하는 것을 제외하면, 인천공항은 여객 안전을 담보할 항공기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기정비기술 등급은 크게 AㆍBㆍCㆍD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은 항공기 이착륙 시 바퀴ㆍ볼트ㆍ비행표면 등을 점검하며, B등급은 A등급보다 약간 높은 기술이고, C등급은 일부 부품 교체, D등급은 대한항공이 수행하는 완전 분해와 엔진정비기술이다.

인천공항을 찾는 외국 국적 항공사 16개에 A~B등급 수준의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샤프에비에이션(이하 ‘샤프’)은 C등급 수준의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에 정비격납고 신설을 신청했다. C등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용 정비격납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신청 승인이 국토해양부에 의해 막혀 있다.

전체 5단계 공사 중 2단계 공사를 마친 인천국제공항의 현재 여객수용인원은 4400만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용여객 4500만명을 돌파하면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3단계 완공 시기가 2015년에서 2017년으로 늦춰졌는데, 3단계 공사가 마무리되고 제2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 여객수용인원은 6200만명으로 늘어난다.

공항 규모가 커지면 여객편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항공안전을 위한 정비시설을 확대해 외국계 항공사의 항공기 정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비로 인한 결항과 이륙 지연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인천공항의 사정이 이렇지만 국토부는 인천공항 내 항공기정비(=MRO)단지 조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MRO산업 육성정책에서 인천을 배제하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27일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LCC) 등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의 원활한 정비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 급격하게 치솟은 정비로 인한 결항률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토부, ‘인천시와 공사의 MOU 체결 반대’ 공식 밝혀

정부는 올해 1월 ‘항공사 등 민간 MRO업체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입지를 결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해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MRO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샤프’가 공사에 제출한 정비격납고 신설 계획을 보류했다. 또한 지난 3월 인천시가 ‘MRO특화단지를 조성해 항공산업을 육성하자’며 공사에 제안한 업무협약(=MOU)체결도 반대했다. 이에 국토부가 MRO산업 육성대책과 다르게 인천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육성대책 발표 이후 항공사 등이 주요 공항을 대상으로 입지와 사업성을 분석 중이고 일부 지자체도 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MRO사업 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인 공사가 특정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현 시점에서는 공공부문인 공사보다는 입지와 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항공사 등과 협의해 구체적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천공항의 MRO산업 부진으로 인한 항공안전과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경정비 지원이 긴요하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 보유하고 있는 여유 격납고를 활용해 제주ㆍ이스타항공 등과 정비계약을 체결해 LCC 경정비를 지원하게 아시아나항공과 합의(올해 4월)한 만큼, 이외에도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경정비 시설 확충도 적극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 대한항공이 최근 중ㆍ장거리 노선에 추가로 도입한 에어버스사의 A330-300 모델. 국토부는 국내 MRO 기술력이 없다고 하지만, 대한항공은 엔진정비 분야에서 세계 10대 기업에 꼽힌다. 대한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미국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P&W(Pratt & Whitney)사와 합작으로 영종도에 항공기엔진정비센터를 짓고 있다. 인천에는 대한항공ㆍ인하대ㆍ인천테크노파크ㆍ항공안전기술원ㆍ남동공단 등과 산ㆍ학ㆍ연 클러스터를 형성해 MRO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술력이 없다는 탓만 하고 있다.
인천시ㆍ여야 국회의원ㆍ시민사회 한목소리로 비판

국토부가 이 같은 해명자료를 발표하자, 인천시와 지역 정치인,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국토부가 MRO산업 인천 배제론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인천시와 공사의 MOU 체결을 반대한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국토부의 속내를 정확히 알았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28일 국토부의 인천 배제를 비판하는 동시에 인천의 항공 산업을 육성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박상은(중ㆍ동구, 옹진군) 국회의원이 ‘샤프’ 쪽으로부터 정비격납고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듣기로 했다. 국토부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병호 국회의원은 “국토부가 인천공항 북쪽 약 100만㎡를 MRO특화단지로 고시했다. 인천시가 MRO산업을 육성하려면 땅 소유주인 공사로부터 MRO특화단지 사용 승인을 받아야한다. 그래서 인천시가 MOU를 체결하려는 것인데, 국토부가 이를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학재(서구ㆍ강화군 갑) 국회의원 또한 국토부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공세적 입장을 취할 전망이다.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인천의 MRO산업 발전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도 나섰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공항의 MRO산업은 여객안전과 직결된다. 자동차 정비보다 더 중요한 게 항공기 정비다. 그런데 국토부가 항공안전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국토부가 계속 인천의 MRO산업을 방해하면 인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LCC 경정비만 강조하는 국토부, 중정비는?
유정복 시장, 박완수 공사 사장 만나기로

국토부의 해명에서 두드러진 점은, ‘정비로 인한 결항률’이 급증한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인천공항 MRO산업 부진으로 인한 항공안전과 인천공항 취항 항공사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경정비 지원이 긴요하다’며 LCC 경정비만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LCC 경정비 역시 ‘샤프’가 신청한 정비격납고 신설에 대한 언급은 없고, 아시아나항공이 제주항공ㆍ이스타항공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진행할 LCC 경정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국토부의 모순이다. ‘샤프’가 정비격납고 신설 부지를 공사에 신청한 것은 올해 1월이고, 아시아나항공와 제주항공 간 LCC 경정비 업무협약 체결은 4월이다. 먼저 신청한 건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이뤄지는 중정비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자체 정비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 기술력이 LCC 경정비는 가능하지만, 중정비는 부족하다’며 인천공항에 MRO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도 자체 정비로 분주한데 정비격납고에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국토부 관계자도 언론에 추가 격납고를 얘기한 바 있는데, 다시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의 여유 공간에서 LCC 경정비를 하는 걸 얘기했다.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MRO산업은 한국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국토부의 핵심 전략사업이자, 인천공항 여객 6500만명 시대 여객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기술력이 없으면 기술을 육성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모순이다”고 덧붙였다.

김정헌(중구2) 인천시의회 의원 또한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공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토부의 간섭은 지방자치 역행이자, 공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다”라며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있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배후단지 개발이 막혀있다. 인천이 MRO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게 아니라, 인천은 인천대로 육성하겠다는 것인데, 국토부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인천에 MRO산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유정복 시장은 오는 5월 6일 박완수 공사 사장을 만나 MRO단지와 항공산업 산학융합지구 조성 등을 논의할 에정이다. .

MRO단지 조성 사업은 국토부에서 주관하고, 항공산업 산학융합지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다. 인천시는 인천공항에 MRO단지를 조성하는 한편, 공사와 인천테크노파크, 인하대, 항공안전기술원 등과 함께 송도에 항공산업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