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안전 담보할 ‘인천공항 항공기정비단지’ 외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결항 가운데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이 차지하는 비율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사 항공기 정비를 제외하면, 인천공항은 여객 안전을 담보할 항공기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부평구 갑) 국회의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최근 5년간 인천국제공항 지연ㆍ결항’ 자료를 보면, 전체 결항 중 정비로 인한 결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10% 미만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7%를 넘었다.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편 기준 2010년 결항은 총312편이며, 이중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은 26편으로 8.3%를 차지했다. 그 후 2011년 6.7%, 2012년 8.7%, 2013년 8.4%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17.8%(=총129편 중 23편)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1분기 결항률은 26.1%이다. 1~3월에 총23편이 결항했는데, 이중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은 6편이었다.

국제선 도착 편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전체 결항 중 정비로 인한 결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6.2%에서, 2014년 17.5%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7.7%를 기록했다.

정비로 인한 지연율은 6%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출발 편의 지연은 총2829편으로 이중 173편(=6.1%)이 정비로 인한 것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는 각각 6.4%와 6.3%를 기록했다.

국제선 지연은 표준 이착륙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를 뜻한다. 문제점은 항공기정비로 인한 지연률이 6%대를 유지했지만 여객편이 증가한 만큼 지연편도 늘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수용정원은 4400만명(2단계 개발)인데 지난해 4500만명을 돌파하면서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당초 2015년 완공이 목표였으나 지연되고 있는 3단계 공사가 2017년 완공되면 여객수용정원은 62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객편도 더 증가할 것이기에 항공안전을 위한 정비시설을 확대해 외국계 항공사의 항공기 정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과 지연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0년 연속 1위 이면에 이처럼 안전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사정이 이렇지만 국토교통부는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기정비단지(=MRO단지) 조성’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 항공정비 산업 육성 정책에서 인천을 배제하고 있다.

인천이 최적지라면서 허가 안하는 국토부

▲ 인천국제공항. <사진출처 국토부>

인천국제공항에서 외국 국적 항공사 16개에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주)샤프(=샤프에비에이션)는 올해 1월 30일 LCC(=저비용 항공사) 대상 정비격납고 신설 계획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했다.

항공기 정비기술 등급은 크게 AㆍBㆍCㆍD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은 항공기 이착륙 시 바퀴ㆍ볼트ㆍ비행표면 등을 점검하며, B등급은 A등급보다 약간 높은 기술이고, C등급은 일부 부품교체, D등급은 대한항공이 수행하는 완전분해와 엔진 정비기술이다.

샤프는 A~B등급 정비서비스 수준을 C등급으로 올려 외국 국적 항공사에 제공하려했으나, 현재 국토부에 막혀있다. C등급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용 격납고가 있어야한다. 이에 샤프는 인천공항공사에 격납고 신설 계획을 신청한 것이다.

인천시 또한 샤프가 신청한 LCC 전용 정비 사업을 즉시 승인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사 허가 검토 중이나, 신규 단지 조성과 연계한 검토를 통해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잠정 보류’를 인천공항공사에 지시했다.

샤프가 MRO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대상 부지는 인천공항공사 소유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다.

결국 국토부가 샤프의 신청을 승인하지 않으면 MRO 서비스 제공을 위해 격납고를 건립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처럼 인천공항 내 MRO 사업은 철저하게 국토부에 막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인천이 LCC 대상 MRO 사업 최적지’라며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장우철 국토부 항공산업과장은 “샤프의 신청을 보류한 것은 2월 상황이다. 그런데 아시아아나항공이 제주항공ㆍ이스타항공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LCC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아시아나항공의 LCC 정비용 격납고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샤프의 계획과 아시아나의 계획, 이렇게 두개다. 그래서 보류했다”고 말했다.

장우철 과장은 “LCC 항공사들이 아시아나항공컨소시엄에 정비를 맡길지, 샤프에 맡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보류했다. MRO는 인천공항공사의 허가보다 항공사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한 뒤 “아시아나항공은 청주에,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개발)는 사천에 각각 MRO 사업을 구상 중인데, LCC 정비는 무조건 인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국토부의 모순이다. 장우철 과장의 해명대로 샤프는 올해 1월에 신청했고,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ㆍ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 MOU를 체결했다. 샤프와 아시아나항공의 계획이 동시에 맞물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이다.

게다가 샤프가 사업을 신청한 곳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활주로 예정 부지다. 제2여객터미널이 2017년 개장하면, 또 옮겨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정비 격납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토부는 마치 공항에 부지가 부족한 것처럼 둘러댔다.

인천연대, “국토부가 인천공항 안전을 버린 것”
국토부, “국내에 중정비·엔진정비 기술력 없어”

국토부의 인천공항 배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시는 항공정비특화단지를 조성해 항공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자는 의견을 지난 3월 9일 인천공항공사에 전했다. 인천공항 내 MRO 사업은 땅을 소유한 인천공항공사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09년 인천공항 북측 약 100만㎡ 땅을 항공정비특화단지로 고시했다. 소유주는 인천공항공사다. 즉, 인천시가 MRO 사업을 육성하려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항공정비특화단지 사용 승인을 받아야한다.

인천시는 지난 20일 인천공항공사에 MOU 체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공항공사는 시가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국토부에 의견을 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인천시와 MOU를 맺고 싶으면 6월 이후에 하라”고 구두로 통보했다. 인천시에는 “대체 왜 인천공항공사와 MOU를 체결하려하느냐, (인천에 대한) 특혜성 협약이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는 정부 공기업으로 인천과 사천, 청주 등 각 지역이 MRO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만큼 심판을 봐야지 특정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안 된다. 그래서 업무협약 체결을 반대했다”며 “인천공항공사와 MOU를 체결할 게 아니라 항공사들과 MOU를 체결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국토부의 모순이다. MRO 사업을 하려면 부지가 있어야하고, 부지 소유주는 인천공항공사이며, 사실상 국토부가 허가권을 쥐고 있다. 샤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MRO 업체가 사업하려면 땅주인의 허락이 있어야하는데, 국토부는 ‘점포도 없는 임차상인에게 고객을 유치하면 임대하겠다’는 식이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6월은 인천공항의 안전이 걸려 있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국토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MRO 사업계획서를 오는 6월까지 접수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국토부가 6월 접수 계획을 유치 경쟁 중인 경남 사천과 충북 청주에만 전했고, 인천은 제외했다. 이는 인천공항의 안전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계자는 “MRO 중 LCC 대상은 경정비다. LCC 대상 MRO는 인천이 유력하다. 하지만 중정비와 엔진정비는 고급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국내에 기술력이 없다”고 한 뒤 “아시아나항공과 카이가 중정비 MRO 사업의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을 수행 중이다. 그 결과가 나오면 6월쯤에 국토부에 알려주기로 했다. 현재는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처럼 국토부의 인천 배제가 사실로 드러나자 인천시의회는 ‘인천 항공 산업 육성 결의안’을 채택해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에 전할 예정이다. 인천시 또한 이달 중 유정복 시장 주재로 MRO 관련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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