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 반대 연속 인터뷰] ④ 조남억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장

<편집자 주> <인천투데이>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의료영리화 문제와 관련해 인천지역 보건의료 분야 직능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한 4명 모두 ‘의료영리화는 의료비 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돼 국민의 삶의 질을 후퇴시킨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직능단체(간호사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대표들은 인터뷰를 거부했다. 인터뷰한 4명 중 마지막으로 조남억(44ㆍ사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인천지부장의 의견과 주장을 소개한다. 이로써 ‘의료영리화 반대 연속 인터뷰’ 연재를 마무리한다.


건치 인천지부 전원회의가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저녁에 지부(남동구 간석동) 사무실에서 열린다. 조남억 지부장과 인터뷰하기 위해 전원회의가 끝나는 밤 10시 반까지 기다렸다. 끼니를 거른 지부장에게 회의가 끝나자마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친 기색 없이 바로 응해줬다.

네트워크 치과를 아시나요?

“네트워크 치과라고 들어보셨죠. 유사 영리 치과병의원 또는 불법네트워크 치과라고도 하는데, 브랜드 하나로 전국망을 연결한 치과를 말합니다. 가령 ○○치과가 있는데, 전국네트워크로 120여개가 있습니다”

의료법에는 의사 1인당 1곳만 병원을 열 수 있지만, ○○치과병원의 경우 대표 원장 한 명 외에 120여개에 이름만 올린, 이른바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 원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법 위반 문제도 있지만, 진료행위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의사가 아닌 치위생사나 상담사가 환자의 상태를 검사해 견적을 내기도 하고 실적을 내기 위해 저가로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되기도 하죠”

조 지부장은 본봉이 작은 ‘페이’ 닥터(=월급쟁이 의사=봉직의)들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많은 환자를 진료하려할 것이고 과잉진료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건치에서 불법네트워크 치과의 대표 격으로 거론하는 ○○치과병원 쪽은 ‘불법행위의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치과와 치협은 상호 소송으로 법적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의료영리화 법제화되면 더 심각한 문제 발생

▲ 조남억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장
“의료영리화 법제화는 네트워크 치과에 합법의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니,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습니다. 네트워크 치과는 더욱 확대되고 개원의들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영리 자회사가 합법화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가속화되죠. ‘임플란트 반값’을 광고하며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치과로 인해 개원의 90%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원의와 영리병원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지금도 개원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의사도 영리병원의 봉직의가 되면 양심대로 할 수가 없죠. 먹고 살기 위해 원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치과를 개업하면 사실 어느 정도의 소득이 보장됐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가 영리화되면 대부분의 의료인은 자본에 종속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부르는 게 값인 치과 치료, 이유 있었네

치과 치료비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치료비를 불신한다.

“의료행위는 전문 분야라 질을 판단하기 어렵죠. 치과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일반 진료의 수가는 정해진 게 없어요. 가격을 정하는 순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이라고 제재해요. 그래서 치과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죠”

가령, 치의대를 막 졸업한 치과의사와 30년 경력의사의 진료 질은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사랑니를 뽑거나 신경을 치료하는 데 치료 수준이 동일하나요? 임플란트 시술하는 데도 재료와 치료행위의 가격을 절대로 동일하게 매길 수 없습니다”

조 지부장은 재료비는 의료행위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고 시술비가 중요하다고 했다.

“필요한 건 건강보험을 적용해 가격을 정하는 거죠. 그러면 의사들이 환자들을 오게 하려고 진료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키울 거예요. 그게 국민들한테 좋은 거죠”

치과치료와 관련해 건강보험 적용을 바라는 항목을 설문조사하면 매번 틀니나 스케일링이 선순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의약분야 실세들에 의해 국민의 바람은 후순위로 밀린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 등 예방의학에 예산 써야
가시적 효과에만 신경 쓰는 게 진짜 포퓰리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국민의 건강과 평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치과의사들이 모여 건치를 만들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건치는 그동안 수돗물 불소 농도 조정 사업, 이주노동자 무료 치과진료 사업, 소외계층 구강건강 보건사업 등을 펼쳐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구강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구강건강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산하 담당 부서도, 예산도 없다.

“<동의보감>을 보면 ‘소의는 병을 고치는 의사요, 중의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요, 대의는 사회를 고치는 의사’라는 말이 나와요. 정치인들이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공약으로 말하는데, 수돗물에 적정량의 불소를 넣으면 충치를 예방하는 데 30% 효과가 있어요. 쉬운 길이 있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거죠”

모든 치과질환은 비가역적으로 진행된다. 한번 발치한 이빨은 다시 나오지 않고, 구강의 신경이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고, 없어진 잇몸도 회복이 안 돼 빨리 치료할수록 좋다.

“예방의학에 예산을 쓰지 않고 가시적 효과에만 신경 쓰는 게 진짜 포퓰리즘(=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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