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2013년 내수판매 2002년 회사 출범 후 역대 최고 기록

한국지엠이 국민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다시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다마스와 라보에 적용하는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을 각각 6년과 2년 유예했다며, 올 하반기에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2015년에 다마스와 라보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안전성제어장치(ESC), 제동력지원장치(BAS), 바퀴미끄럼방지제어장치(ABS), 개선형머리지지대 장착 등의 안전기준을 2021년까지 6년간 유예하고,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TPMS)는 2018년까지 3년간 유예했다. 또 환경부는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의무 부착을 2016년까지 2년간 유예했다.

정부가 안전기준과 환경규제를 유예함에 따라,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중단한 다마스와 라보를 올해 7월부터 창원공장에서 다시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이 유예기간 동안 주행 최고속도(99km/h) 제한장치와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를 새롭게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중소상인들이 누구보다 환영했다. 아울러 쉐보레 딜러들도 앞으로 내수시장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두 차종은 연간 약 1만 4000대가 팔리는데, 2012년 처음으로 단종 소식이 전해지자 수요가 폭증해 2012년 한 해에만 판매대수가 2만대를 넘을 정도로 자영업자들에게 톡톡한 인기를 누리는 국내 유일의 경상용차다.

중소상인들의 간절한 요구가 정책 변화 이끌어내

▲ 다마스와 라보(왼쪽부터).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사태를 피하게 된 데는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 자영업자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단종이 임박하자,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한국지엠대리점연합회, 전국용달화물자동차연합회, 한국세탁업중앙회 등은 정부에 단종을 막아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지엠은 지난해 “8월 정부의 환경규제 기준이 높아져 다마스와 라보를 올해 말까지만 생산하고 내년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단종 소식은 국내 언론보도로 지난해 가을 자동차산업 뉴스의 이슈로 등장했다.

한국지엠은 해당 차종이 서민 생계형 차량임을 강조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 유예를 요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단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7일 환경부가 한국지엠이 발표한 ‘정부 규제에 의해 단종하게 됐다’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다마스ㆍ라보 단종사태는 정점에 치달았다.

환경부는 “일정기간 규제 완화와 경상용차 관리보호대책 요청 등에 관계부처(=국토부ㆍ환경부)와 자동차 제작사 간 완료된 사항”이라며 “2014년부터 의무화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고,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개발 기간(=약 2~3년) 동안 장치 부착을 추가 유예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태로 지엠은 투자 실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와 쉐보레 딜러들은 한국지엠이 정부 규제를 핑계로 창원공장 경상용차 생산라인을 경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고,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투자 실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데다 정부가 유예해주겠다고 하자, 양쪽은 지난 6일 유예 기간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다마스와 라보는 국내 상용차 중 경차 혜택을 받는 유일한 경상용 승합차와 트럭형 차량으로 1991년 첫 출시됐다. 저렴한 차량가격과 유지비로 자영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되긴 했지만, 생산해놓은 차량이 약 3000대가량 있고, 7월에는 생산이 재가동되기 때문에 차량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세르지오 호샤(Sergio Rocha) 한국지엠 사장은 “다마스와 라보에 대한 관계부처의 관심과 고객들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연구개발을 마치고 신속히 생산을 재개해 경상용차 고객 수요에 부응하는 한편, 향후 더 높은 제품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중소상인 위해 ‘스파크 LPG 밴’ 추가 투입

한국지엠은 다마스와 라보 단종사태를 교훈 삼아 자영업자들의 수요에 더욱 충실히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중소상인들의 생계형 차량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스파크 LPG 밴(Spark LPG Van)’ 모델을 이달 13일부터 판매한다고 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스파크 LPG 밴 출시에 앞서 “저렴한 가격과 대용량 적재 공간, 높은 연비와 향상된 안전성을 갖춘 스파크 LPG 밴은 압도적 경제성으로 자영업자들의 새로운 발과 일터가 될 것”고 말했다.

스파크 LPG밴은 국내 유일의 경차 LPG 밴이다. 한국지엠은 “경차 전용으로 개발된 LPGi엔진을 탑재했다. 또 자체 충전 압력 또는 연료펌프로 공급된 액체가스를 기체 상태로 전환 후 인젝터로 분사해 차량의 안전성과 연비 향상, 배기가스 저감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스파크 LPG 밴의 연비는 14.0km/ℓ(수동변속기 기준)로 가솔린 밴 모델 대비 연간 약 110만원 이상의 유류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가솔린 밴과 대등한 수준의 토크를 자랑한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경차와 경상용차, 한국지엠 내수 증대에 크게 기여

한국지엠은 2013년 한 해 동안 내수시장에서 총15만 1040대를 판매해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까지 연간 최대 내수판매 기록은 2012년 14만 5702대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내수판매는 1만 7853대로 2012년 12월 1만 4279대 대비 25% 증가하며 역대 월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한국지엠은 지난해 4분기 때 총4만 5875대를 판매해 역대 분기 최대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최근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내수판매 증가세를 이어왔다.

한국지엠이 발표한 내수판매 자료를 보면, 경차(=스파크)에서부터 준대형(=크루즈ㆍ말리부ㆍ알페온), RV(=올란도ㆍ캡티바ㆍ트랙스), 상용차(=다마스ㆍ라보)에 이르는 전 라인업 차종이 연간 월 최대 판매를 기록하며 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차종은 역시 경차 스파크였다. 스파크는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총 6382대가 판매되며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3% 증가하며 내수 실적을 견인했다. 다음으로는 준중형 크루즈와 RV 올란도가 각각 2277대와 2142대로 뒤를 이었다.

한국지엠 내수실적 중 눈에 띠는 대목은 캡티바와 다마스, 라보의 판매 실적이다. 이 세 차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2%, 118%, 114% 증가하며 내수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

경차와 경상용차로 내수 유지, 다음 수는?

한국지엠은 2013년 한 해 완성차 총78만 518대(내수 15만 1040대, 수출 62만 9478대)를 판매했다. CKD(=반조립제품) 수출로 118만 4774대를 판매했다. 완성차와 CKD를 합한 전체 판매실적은 196만 5292대로, 이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2%다.

이 92%와 12월 판매실적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88.9%를 비교하면, 12월에 급격하게 상승한 내수실적이 전체 판매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엠은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기로 한 뒤, 그 만큼의 물량을 러시아와 주변 독립국가연합 시장, 그리고 한국 내수에서 만회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지엠의 판매실적을 놓고 볼 때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하는 것은 고용안정과 직결된다. 그래서 문제는 ‘그 다음은?’이다.

한국지엠은 정부의 규제 유예기간 발표 다음날 ‘주행 최고속도 제한 장치와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를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3년 안에 충족시켜야할 기준들이다. 하지만 6년 유예를 받은 안전성제어장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즉, 지금은 한국정부가 자국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규제를 유예해줘 별도의 투자가 없어도 최대 6년간 차를 더 팔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6년 뒤 생산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이 기간 큰 투자 없이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하는 것도 한국지엠에서는 나쁠 게 없다. 국내수요를 고려하면 한국지엠의 내수를 현 10%대에서 유지하는 데도 경상용차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 출범 이후 역대 최대 내수실적을 달성한 후, 마크 코모(Marc J. Comeau) 한국지엠 판매ㆍA/Sㆍ마케팅부문 부사장은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 내수판매 신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마스와 라보 단종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지엠의 투자 실종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차와 경상용차의 흥행에 힘입어 한국지엠은 지난해 최고 내수실적을 달성했다. 향후 한국지엠이 내수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쉐보레 유럽 철수로 고용불안에 처한 한국지엠 노동자뿐만 아니라, 쉐보레 딜러, 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의 공통된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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