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생계형으로 23년간 인기 … 회사는 ‘조용’·딜러는 ‘아쉬워’

한국지엠, “차량 개선에 2년 필요, 추가 투자 곤란”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1991년 첫 선을 보인 ‘다마스’와 ‘라보’가 올해 말 단종 된다. 출시 후 23년만이다. 다마스와 라보는 국내 최저가와 저렴한 유지비로 서민들의 생계형 경상용차로 인기를 누렸다.

한국지엠은 환경규제 기준이 높아져 올해 말까지만 생산하고 내년부터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힌 뒤, 이달 말일까지 ‘해피엔딩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는 누적 판매량 30만대에 달하는 국내 최장수 모델 중 하나다. 퀵서비스ㆍ음식 배달ㆍ식자재 납품ㆍ꽃 배달 등 다방면에서 중소자영업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라보와 다마스 단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생계형 경상용차에 대한 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지엠은 엘피지(LPG)차량인 두 차량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강화되는 배출가스와 차량안전 기준에 따라 내년부터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마스와 라보에 적용되는 환경기준과 차량안전기준은 크게 네 가지로 이중 ‘LPG KOBD’와 ‘Head Restraint’는 내년 1월과 3월에 각각 적용되고,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와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는 2015년 1월부터 적용된다.

‘LPG KOBD’는 LPG자동차가 배기가스 자기진단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Head Restraint’는 개선형 머리지지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선형 머리지지대는 자동차 시트 상단 머리지지대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넘어 앞뒤로도 움직일 수 있어야한다.

한국지엠은 이 조건 두 가지를 개선하는 데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TPMS’는 타이어 공기압 경고 장치다. 타이이 공기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운전자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치를 일컫는다. 한국지엠은 이 기술 개발에 2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ESC’는 자동차 안전성 제어장치다. 자동차가 곡선구간을 주행할 때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이때 조향장치가 자동으로 바퀴를 안으로 감아주게 함으로써 원심력을 줄이고 차선을 이탈하지 않게 해준다. 한국지엠은 차체 구조상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해당 차종이 서민들의 생계형 차량임을 강조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규제 유예를 요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단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과 2015년부터 적용되는 규제에 따라 차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2년여의 개발기간과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데, 투자를 단행했을 때 현재 900만~1000만원 대에 출시되고 있는 해당 차종의 가격을 생계형 차량으로서의 가격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종 이유로 들었다.

딜러와 중소상인들, “아쉽다” … 한국지엠 노사, ‘조용’

▲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한국지엠뿐 아니라 중소상인들 또한 정부에 규제 적용 유예를 요청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차종의 단종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사 밖과 안이 다르다. 한국지엠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은 라인업이 줄어들어 차종의 다양성이 실종됐고, 경상용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통해 다른 차종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마저도 실종됐다며 아쉬워했다.

해당 차종을 즐겨 찾은 중소상인들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단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중고차시장에서 해당 차종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전보다 높은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 내 분위기는 조용하다. 보통 한 차종이 단종 되면 후속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후속모델 없이 단종만 할 경우 해당 차종을 생산했던 생산라인에서는 곧바로 고용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창원공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지엠 노사가 단종에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두 차종이 단종 된 후 후속모델이 아닌 다른 차종을 생산하는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것.

아울러 2014년과 2015년에 국내 자동차에 적용되는 환경기준과 차량안전기준을 한국지엠이 그동안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국지엠이 두 차종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게을리 하거나 포기한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 관계자는 “두 차종이 생계형 차량으로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규제와 안전성 기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투자 대비 회사 이익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지만 창원공장 스파크 생산라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스파크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라보와 다마스에 비해서 높은 게 현실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차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싶었을 것이고,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경차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게 고용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