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인천 내항 재개발 집중진단 4. 내항 재개발의 문제점

네 번째 순서로 부동산 재개발사업이 아닌 친수공원 조성을 주장하고 있는 ‘시민 친화적 내항 활용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내항활용시민대책위)’ 이귀복(인천항발전협의회장) 공동대표와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장, 최두영 인천항운노조 부위원장으로부터 내항 재개발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 명 모두 내항 1ㆍ8부두 개방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대체부두 마련과 항만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전제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개발 방식 또한 다수 시민에게 혜택이 주어질 수 있게 친수공원을 조성하는 공공개발로 진행해야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으며, 상업시설을 끌어오는 민간자본 개발일 경우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또 이들은 지난 8월 해양수산부가 내항 재개발 논란을 점검하기 위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장을 중심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팀이 당초 목적인 ‘부두기능 재배치와 항만노동자 전환배치 등의 선결과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재개발 추진 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TF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편집자 주>

개방하자고 해놓고 ‘여객부두 운운’은 앞뒤 모순…인천항 통해 연간 물류비 600억원 절감 가능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은 2015년 6월에 1ㆍ8부두를 개방하기로 한 해수부 입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부두기능 재배치와 항만노동자 전환배치를 조건으로 걸었다.

배 회장은 “1ㆍ8부두에서 일했던 항만노동자 300여명의 고용보장과 더불어 국가로부터 부두를 임차해 운영했던 하역업체들의 생존문제가 걸려 있다”며 “부두기능 재배치가 안 된 상태에서 1ㆍ8부두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인접한 부두의 물류기능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내항 1부두 옆에는 2부두(잡화)가 인접해있고, 8부두 옆에는 7부두(양곡)와 6부두(잡화)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부두에서는 크레인과 화물차 등 각종 대형장비가 동원돼 하역작업이 이뤄지는데, 상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작업에 지장이 생길뿐더러 시민들에게도 위험하다는 얘기다.

또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나면 인접 부두 하역작업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민원이 제기될 것이 뻔해 작업이 원활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현재 6부두와 7부두에 출입하는 화물차량은 내항 내부 순환로를 따라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는데, 1ㆍ8부두가 대책 없이 개방될 경우 이 차량들은 월미도관광지 입구로 나와 인천역 앞을 지나 이마트 앞길을 지나야하는데, 이 경우 이 일대 엄청난 교통혼잡은 물론 교통사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배 회장은 지역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워터프런트라는 미명아래 유통재벌이 들어서면 신포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이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더더욱 상업시설이 아닌 친수공원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 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배 회장은 또 “자꾸 재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으니 상업시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산 사례와 부산 사례를 얘기하는데, 우리와 조건이 다르다. 마산의 경우 창원시가 투자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고, 부산은 부산항만공사가 자기자본을 투자해 진행하고 있는 공영개발 성격이 강한 재개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배 회장은 김홍섭 중구청장이 1~4부두를 국제여객부두로 전환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1ㆍ8부두 개방은 곧 항만기능을 폐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객선도 댈 수 없는 것이다. 1ㆍ8부두를 개방하자고 해놓고, 게다가 남항에 국제여객터미널이 들어서고 있는 마당에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배 회장은 또 재개발 추진세력들이 주장하는 ‘내항 물류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항은 아시아 최대 정온수역으로 24시간 안정적인 하역작업이 가능한 항만이다. 그래서 내항은 대중국 무역의 코어 중 코어다. 배가 10m를 오르락내리락 하면 하역능률도 떨어지지만 다치는 인부도 허다하다. 그런데 내항은 그렇지 않다”고 한 뒤 “2012년 물동량 자료를 보면, 갑문으로 들어온 외항선박 중 1만톤 이하 소형선박이 77.1%를 차지했다. 그만큼 내항이 소형선박에 안전하기 때문이다. 북항이나 신항에 8000TEU급 선박이 들어오는 것과 별도로 소형선박의 출입도 보장해야한다. 국제 해운 선박이 대형화 추세에 있다 할지라도 선사들이 배를 일시에 대형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배 회장은 끝으로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이상윤 교수의 연구용역 자료를 보면, 인천항을 이용할 경우 1TEU당 물류 절감비가 20만원으로 연간 물류비용을 600억원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동북아지역에서 허브항만 경쟁력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항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고용현황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라”
“8년 전 기준으로 인력배치, 다시 세워야”

▲ 최두영 인천항운노동조합 부위원장.
항만 하역노동자 중 일부는 2005년 12월 제정된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에 근거해서 2007년 10월 1일로 상용화됐다. 상용화됐다는 것은 이들을 고용한 하역업체가 고용ㆍ정년ㆍ적정임금ㆍ4대 보험 등 근로조건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하역업체는 부두운영사를 일컫는다. 이를테면 내항의 경우 1부두운영주식회사, 8부두운영주식회사가 있고, 각 부두운영사는 한 기업이 단독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경우가 있고 몇 개 하역업체가 공동지분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상용화되기 전 항만노동자는 인천항운노동조합을 통해 도급제로 하역업체에 배정돼 톤당 수당을 받았다. 그러나 상용화되면서 하역업체의 정식 직원이 된 노동자에게 월급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항운노조 소속 모든 조합원이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전체 조합원 1780여명 중 부두운영사에 고용돼있는 상용노동자는 850여명이다. 나머지는 인천항운노조에 소속돼 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인천항노사정공동인력관리위원회에 등록돼있는 하역노동자 300여명(이중 항운노조 조합원 80여명)이 있다. 이들은 고용이 가장 불안한 집단에 속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1ㆍ8부두에는 비상용 인천항운노조원 300여명이 도급제로 일하고 있다. 즉, 1ㆍ8부두의 대체부두가 마련되더라도 이들은 부두운영사에 고용된 상용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1ㆍ8부두가 개방되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게 인천항운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인천항운노조는 이들에 대한 고용보장이 전제돼야 부두 개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인천항만의 고용현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두영 인천항운노조 부위원장은 “2007년 항만노동자를 상용화하면서 각 부두에 인원을 배정할 때 2003~2005년의 3년 치 평균 물동량을 기준으로 당시 투입된 인원, 발생한 임금을 계산해 부두운영사별로 인력을 배정했다”며 “북항의 경우 당시 실시계획 승인이 난 부두에 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부터 내항에서 원목을 취급 못하게 해서 북항으로 보냈다. 그런데 북항은 2003~2005년 물동량을 기준으로 인력이 배치됐다. 즉, 100명을 배정했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은 2003년에서 2005년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여건이 변화했으면 다시 조사와 연구용역을 통해 인력을 재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논의조차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냐. 게다가 북항에 있는 부두운영사들도 엄밀히 다른 개별 회사다. 내항 부두운영사에 지분이 있다고 해서 북항 부두운영사가 고용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천항운노조 또한 ‘인천 외항 조성으로 내항 기능이 이전됐기 때문에 내항을 이제 재개발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각 항만이 특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위원장은 “항만마다 특성이 다르다. 북항은 고철 작업으로 인한 소음이 심해서 거주지와 먼 항만이기에 적합하다. 8부두에서 북항으로 이전한 원목 역시 목재단지가 인접해있으니 그런 것”이라고 한 뒤 “인천항은 남항과 북항, 신항 조성으로 이제 본격적인 특성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자동차와 KD자동차, 중고차, 정밀한 철강제품은 내항에서 취급을 필요로 한다. 또 내항은 사료 부원료에 대한 집진시설이 잘 돼있고, 7부두와 5부두 뒤에는 바로 대한제당과 제일제당이 붙어 있어 산업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항 24시간 하역작업 가능, 선사들 선호

▲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
인천 내항 재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남항과 북항의 조성, 그리고 신항(송도) 조성계획 등 인천 외항이 조성돼 내항의 물류기능이 이전된 만큼, 이제 재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은 인천항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특히 내항에서 이뤄지는 하역작업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배는 입항하자마자 하역을 신속하게 마치고 바로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바로 하역하지 못하고 지체되면 해운업이 호황일 때 1일 당 채선료는 최대 7만~8만불, 불황일 땐 5000불~1만불에 달한다.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에 기름값, 임금, 식대 등이 더 붙는다. 하루만 늦어도 엄청난 비용이 발생해 그런 항만은 선사들이 자연스레 입항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설탕을 싣고 온 배가 저조 때 해수면이 내려가면 5~6시간씩 하역이 중단됐다. 그래서 그 배들은 북항을 기피한다. 이 같은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갑문을 설치하고 내항을 조성했다. 그런데 물동량이 늘어 내항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남항과 북항 등 외항을 조성한 것”이라며 “전에 내항만 있을 때는 입항을 위해 1주일씩 기다려야했지만, 외항 조성으로 큰 배들이 북항과 남항에 입항하기 시작하면서 내항에 여유가 생겨 다시 입항하는 선박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인천 내항은 만재흘수가 7.5m 미만이고, 폭이 파나막스 32.2m 미만인 배는 24시간 출입이 가능하다. 이는 2만톤급 이하 선박에 해당하는데, 이 배들은 24시간 안정적인 하역작업이 가능하다. 입항만 하면 바로 하역하고 바로 빠져나갈 수 있어서 선사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올해 인천항 컨테이너물동량이 200만TEU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컨테이너화물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하는 게 생명이다. 이를 안 지키면 화주들이 컨테이너 선사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항은 물동량 확보를 위해 외항의 수심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남항이 조성된 후 컨테이너 물량이 늘고 있다. 향후 송도 신항이 들어서면 더욱 늘 전망이다.

이에 대래 이귀복 회장은 “컨테이너선박이 대형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가 급작스럽게 대형화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의 경우 중국 물동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여기를 오가는 배가 갑자기 대형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송도 신항은 동남아와 미주, 구주를 취항하는 선박에 맞게 지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항은 소형선박에 여전히 유리한 항만”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나아가 재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항 전면개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안상수 전 시장이 추진했던 내항 전체를 들어내는 전면개발과 다름없는 사업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내항 전체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그럼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 것인가? 인천항이 인천경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내항주변 산업단지 매출액만 2조 5000억원이 넘는다. 과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한 뒤 “게다가 지금은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기다. 국비지원은 10% 남짓인데, 그럼 나머지 80~90%를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긴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남항국제여객터미널 이전 반대는 포퓰리즘”

한편, 김홍섭 구청장이 주장한 1~4부두 여객터미널 조성과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반대에 대해, 일각에선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정부 시책으로 정해진 여객터미널 이전을 이제와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김홍섭 구청장의 처남이 여의도에서 경인운하를 관통해 덕적도를 오가는 유람선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당초 개방 주장과 달리 여객터미널을 조성하자는 것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며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제1터미널(연안부두)과 제2터미널(내항)로 이원화돼있어 출입국 수속업무의 중복, 갑문 통과에 따른 선박대기 불편 등이 지속돼 지난 2001년 해수부 항만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이제와 지역경제를 위해 여객터미널 이전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당시 중구청장이 현 김홍섭 청장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반대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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