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영화공간주안서 ‘너와 나’ 공동체상영회 열려
“이태원에서, 노동현장에서 우리는 여전히 죽어간다”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세월호 참사 후 10년이 지났지만 이태원에서 또 참사가 일어났다. 여전히 사회안전망은 없다"

지난 21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진행한 영화 '너와 나' 공동체상영회를 이틀 앞두고, <인천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는 상영회를 기획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열린 영화 '너와 나' 상영회는 ▲노동자교육기관 ▲인천여성회 ▲세상을바꾸는활동가연대 같이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등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21일 영화공간주안 '너와 나' 공동체상영회.
21일 영화공간주안 '너와 나' 공동체상영회.

영화 ‘너와 나’는 배우 조현철의 입봉작이다. 경기도 안산시를 배경으로,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날 친구 ‘하은’이 죽는 꿈을 꾼 ‘세미’가 하은에게 수학여행을 가자고 조르면서 쌓여가는 오해와 오해를 해소하는 과정을 그렸다.

박지영 노동자교육기관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여전히 많은 목숨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태원에서 백수십명이 참변을 당했고,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해마다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재난의 끝엔 결국 모두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사실이 있다. 세월호 참사 후 10년이 지났지만 이태원에서 또 참사가 일어났다. 정부는 여전히 진실을 파헤치려는 시도를 회피하고 있다”며 “작은 사업장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고, 책임자들을 면피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인자 노동자교육기관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3월에 있을 '다시, 동행' 프로그램 첫 일정으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상영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너와 나'라는 영화는 세월호를 단순히 아픈 소재로만 다루지 않고, 지난한 일상과 기억이라는 소재를 담았다"며 "이제 예전처럼 매일 (세월호로) 눈물을 흘리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득 떠오를 때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상흔으로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10주기라는 시점에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영화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민 100여 명이 모여 '너와 나'를 관람한 후 각자 소감을 전했다.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곳곳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닿을 수 없는 세계에 가버린 친구들”

안산에서 왔다고 밝힌 한 관객은 "저희 집 앞에 단원고가 있다"라며 매일 걷고 뛰고 운동하던 길이 단원고 앞으로 나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배경으로) 실제 안산시 청소년들이 많이 놀러 가는 중앙동이라는 곳이 나온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아는 곳이니까, 기억이 묘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같이 걷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살아서 숨쉬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닿을 수 없는 세계에 가버렸다. 이 아이들에게 그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라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10주기가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작년 세월호 합창단에서 '고백' 공연을 하며 처음 유가족을 뵀다"며 "시민 합창단에서 '잊지 않을게'를 불렀는데 유가족들이 많이 우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창단 중에 생존자도 몇 분 계셨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정말 마음이 아프고,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10주기, "다시, 동행"으로

노동자교육기관은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3월 '다시, 동행'이란 도보순례를 계획하고 있다. '다시, 동행'이란 지난 2014년 당시 세월호 유가족과 광주에서 팽목까지 걸었던 시민 상주모임 '동행'을 떠올리며,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다시, 동행'의 도보순례 일정은 ▲3월 12일 인천 출발, 팽목~송호리 ▲13일 송호리~쉬미항 ▲14일 쉬미항~해남 문내면 ▲15일 문내면~금호도 ▲16일 금호도~목포 삼포리 도착, 세월호 선체 방문 등이다.

특히 3월 16일 오전 7시 인천가족공원에서 ‘동행버스’가 출발한다. 오후 2시 진도 팽목항에 도착해 ‘기억행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4시 목포에서 목포신항까지 ‘기억 도보순례’를 한다. 이후 6시에 다시 인천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터넷에서 신청할 수 있고, 가능한 날짜만 별도로 참가할 수도 있다. 토요일 '동행버스' 일정 참가비는 3만원이다.

이인자 집행위원장은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우리 사회 안전망에 대해 고민하려 한다. 세월호 도보순례는 그 첫 단계"라며, "여전히 아픈 사회를 바라보며 팽목부터 목포까지 가는 여정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염원은 비단 사회적인 부분만은 아닐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산업재해가 속출하는 작은 사업장의 안전 실태와 정책을 고민하고 공론화하여,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동행'. (사진제공 노동자교육기관)
'다시, 동행'. (사진제공 노동자교육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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