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식 “불신임안 상정 위법”...본회의 산회 선포
민주당·국힘, 의원총회 열고 24일 재상정키로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천시의회 허식(무소속, 동구, 66)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 처리가 무산됐다.

23일 인천시의회는 제292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를 진행하던 허 의장이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안건 상정을 거부하고 산회를 선포해 처리가 무산됐다.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 인천시의회)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 인천시의회)

"국민의힘, 당론으로 제명 결정한 적 없다"

허 의장은 신상발언에서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 의결은 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불신임안 상정이 위법하다. 이 같은 안건은 숙의기간이 좀 더 필요하다. 숙의기간동안 의원들의 의견을 재차 수렴하겠다”며 안건 상정을 거부하고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허 의장은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내며 “어제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과 통화에서 '지난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방문에 앞서 허 의장의 의장직 사퇴 등을 당론으로 지시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허 의장은 이어서 “배 위원장은 ‘한 비대위원장이나 중앙당, 인천시당은 의장직 사퇴를 종용한 바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은 지난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불신임안을 상정하는 것을 결정했다. 허위 당론으로 밀어붙인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회의서 허 의장의 불신임안 상정이 무산되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의원들은 전체 의원 총회를 열고 오는 24일 본회의를 재개해 불신임안 재상정을 결정했다.

이 때 열리는 본회의 안건은 허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유일해 이해당사자인 허 의장은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 부의장이 대신 의사 진행을 맡을 전망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불신임안 통과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허 의장 보호 명분 없어"

변수는 허 의장의 본회의 산회 선포가 의원직 제명까지 이어질지 여부이다. 당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허 의장의 의장직 사퇴로 사태를 마무리할 분위기였지만, 허 의장이 의장직 사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구나 허 의장이 이날 신상발언에서 한 비대위원장과 배 인천시당 위원장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감도 크게 늘어난 분위기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민주당 내에선 윤리위를 개최해 허 의장의 의원직 제명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서도 “결국 다수당이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의 결정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허 의장이 의장직 사퇴 요구를 받았어야 했다. 민주당이 허 의장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면 국민의힘이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시의회는 전체 40석 중 국민의힘 25석, 민주당 14석, 무소속 1석(허 의장)으로 구성돼 있다.

인천시의회, 최초 의장 불신임안 발의

1991년 초대 시의회를 개원한 인천에서 현재 9대 시의회에 이르기까지 의장 불신임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허식 의장은 지난 2일 모든 인천시의회 모든 의원실에 S언론사가 제작한 ‘5.18 특별판’을 배포했다.

이 신문은 ‘5.18은 DJ(김대중)세력·북이 주도한 내란’, ‘5.18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등 허위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이 확산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허 의장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를 지시했고, 지난 7일 허 의장은 국민의힘 인천시당 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꼼수 탈당’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의총을 열고 의장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허 의장이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결국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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