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 GRDP로 본 인천과 부산 지역소득 비교
지역소득 통계로 본 인천과 부산의 경제규모와 성장률
인천과 부산의 GRDP deflator 차이와 그 영향 분석
인천과 부산의 산업별 실질 GRDP 증감과 지출구조 차이

인천투데이=김하운 (사)함께하는사람들 이사장 | 매년 12월 하순이 되면 전년의 지역소득 통계가 발표된다. 지역소득 통계를 통해 우선 각 지역의 경제규모를 알 수 있다. 전년과 비교해 지역경제의 성장률을 파악한다.

먼저 생산 면에서 어느 산업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경제구조가 나타난다. 지출 면에서 현재의 소비와 함께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 규모가 드러난다. 분배 면에서 경제주체별로 무슨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1인당 개인소득과 민간소비 규모와 순위를 평가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각 지역으로서는 한 해의 성적표에 해당하는 종합평가표를 받아드는 셈이다.

특히, 인천과 부산은 이 지역소득 통계에 민감하다. 서로 석차가 서로 뒤바뀌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석차가 뒤바뀌었다. 2017년 처음으로 인천이 부산의 지역소득을 추월하였으나 그 이듬해 바로 부산이 다시 앞섰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2022년) 다시 인천이 부산을 제쳤다. 올해 부산은 순위 탈환을 바랐을 것이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차피 서울과 경쟁은 힘들지만, 서울 다음 국내 제2의 도시라는 명예가 걸린 문제다. 부산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 제1의 도시라는 체면을, 인천으로서는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라는 자존심을 지키는 경쟁이기도 하다.

2022년 지역소득 통계를 보면서 궁금증이 발동한다. 인천과 부산, 부산과 인천, 순위 차는 왜 발생할까. 이 역전에 역전극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이런 순위 경쟁은 바람직한가. 인천과 부산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찬찬히 짚어보자.<기자 말>

1. 인천과 부산의 경제규모

우선, 비교할 것이 인천과 부산의 경제규모다. 경제규모는 흔히 지역내총생산(GRDP)으로 비교한다. 그런데 GRDP에는 실질기준 GRDP와 명목기준 GRDP가 있다. 명목 GRDP는 그해 생산물에 그해 물가를 곱해 구한다. 당연히 물가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실질기준 GRDP는 명목기준 GRDP에서 물가상승에 따른 영향(디플레이터, deflator 물가지수)을 제거한 수치이다. 디플레이터(deflator)는 일종의 물가지수다. GRDP deflator는 GRDP에 포함된 생산물의 물가지수를 뜻한다.

즉, 실질GRDP는 명목GRDP를 GRDP deflator로 나누어 산출한다. 따라서 GRDP deflator가 낮으면 당연히 실질기준 지역내총생산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물량을 기준으로 본 두 지역의 실질기준 GRDP가 똑같더라도 두 지역의 GRDP에 포함된 생산물의 물가상승률이 다르면 명목기준 GRDP는 서로 다르게 된다. 당연히 물가상승률이 높은 지역의 명목기준 GRDP가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두 지역 경제규모의 변화를 비교하는 때에는 물가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물량을 기준으로 즉, 실질기준 GRDP로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

표 1 인천과 부산의 지역내총생산 추이(2022년 기준)
표 1 인천과 부산의 지역내총생산 추이(2022년 기준)

인천과 부산의 GRDP 변화를 비교한 것이 <표 1>과 <그림 1>이다. 명목기준이나 실질기준으로 인천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부산을 추월했다. 실질기준으로 보면 2022년 인천의 GRDP는 95조7000억원으로 부산의 89조9000억원 보다 5조8000억원 많았다. 5조8000억원은 2022년 부산 실질 GRDP의 6.5%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거의 1년 이상의 성장액에 해당한다. 그러나 명목기준으로 보면 인천(104조5000억원)과 부산(104조3000억원)의 GRDP 차이가 2000억원으로 매우 근소하다.

실질기준으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목기준으로는 별 차이가 없는 이유는 GRDP deflator의 차이다. 2015년을 기준년도로 한 GRDP deflator가 인천은 109.2인데 비해 부산은 116.0이다. 그만큼 부산의 GRDP에 포함된 생산물의 물가수준이 인천에 비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2022년 중 부산의 GRDP deflator는 전년 111.6에서 116.0으로 5.4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인천의 GRDP deflator는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여 부산의 실질기준 GRDP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림 1 인천과 부산의 GRDP 비교 그래프(2022년 기준)
그림 1 인천과 부산의 GRDP 비교 그래프(2022년 기준)

2. 인천과 부산의 GRDP deflator

이러한 GRDP deflator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지역내총생산과 총산출(output), 중간투입(input)의 개념이다.

지역내총생산이란 지역에서 산출한 금액에서 그 산출에 들어간 중간투입물 금액을 제외한 총부가가치다. 따라서 지역내 총산출액이 동일해도 중간투입물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부가가치인 지역내총생산이 크게 줄어든다.

다시 말해 투입원자재의 가격이 상승하여 GRDP deflator가 상승하면 부가가치인 지역내총생산이 크게 줄어든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원유를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있다고 하자. 국제원유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발전소 산출물인 전력의 원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 등으로 전기요금이 제대로 상승하지 못하면 발전소의 부가가치는 그만큼 감소하기 마련이다. 같은 이유로 두 지역 간 원자재가격 상승에 차이가 발생하면 지역 간 GRDP deflator에 차이가 발생해 지역내총생산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표 2. 인천과 부산의 산업별 디플레이터(2021-2022)
표 2. 인천과 부산의 산업별 디플레이터(2021-2022)

인천과 부산 간 GRDP deflator 차이의 발생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두 지역의 산업별 GRDP deflator를 살펴봐야 한다. <표 2>는 인천과 부산의 2021년~2022년 산업별 그리고 업종별 GRDP deflator를 보여 준다. 2022년 인천의 GRDP deflator는 전년대비 2.4포인트 상승한데 비해 부산은 무려 6.9포인트나 상승했다.

두 지역의 GRDP deflator를 산업별로 비교해보면 제조업보다는 전기·가스업과 서비스업의 격차가 크다. 보다 세밀하게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중 석유·화학업과 서비스업 중 운수·창고업의 격차가 현격하다.

두 지역 간 GRDP deflator 격차가 큰 산업과 업종의 특징은 국제원유 의존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2022년 중 국제원유 가격은 <그림 2>에서 보듯이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으로 연초 1배럴당 72달러 선에서 연중 112달러 선까지 치솟아 다른 해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원유 가격변화의 영향은 두 지역에 차별적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중 석유·화학업종에서는 2022년 원유가격이 상승이 부산에서는 제품가격 상승에 더 크게 반영된 반면, 인천은 그렇지 않아 국제유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부산의 GRDP deflator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기·가스업과 운수·창고업에서는 부산이 인천에 비해 원유가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특히, 운수창고업의 경우 인천은 항공업의 비중이, 부산은 해운업의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인천의 항공업은 급격한 회복을 보여 원유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오히려 GRDP deflator의 하락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부산은 해운업의 물동량 변화보다 원가 상승 부담이 훨씬 커 부가가치가 감소함에 따라 운수·창고업의 GRDP deflator의 급격한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운수창고업의 GRDP deflator 상승은 비중이 큰 서비스업 전체의 GRDP deflator를 끌어 올려 2022년중 부산의 실질 GRDP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

그림 2. 국제원유(두바이유기준) 가격(배럴당 달러) 추이
그림 2. 국제원유(두바이유기준) 가격(배럴당 달러) 추이

3. 인천과 부산의 GRDP 변화와 산업구조

인천과 부산의 경제규모 변화추이를 보면서 눈에 띄는 것이 2022년까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난 정도가 서로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물가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기준으로 GRDP를 비교하면, 2022년 인천의 GRDP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크게 상회한 데 비해, 부산은 2022년에 들어서야 2019년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차이는 양 지역의 산업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표 3>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2022년의 산업별·업종별 실질 GRDP를 비교한 것이다. 2019년부터 2022년 기간 중 인천의 GRDP(실질)는 7조7000억원이 증가해, 8.8% 성장했으나 부산은 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0.9%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중 인천은 제조업 중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종, 자동차 등 운송장비업종, 그리고 건설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부동산업종과 사업서비스업종 등이 성장을 보였으나 운수·창고업이 큰 폭의 감소를 보여 전체적으로는 강보합에 그쳤다.

이에 비해 부산은 제조업, 건설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업만이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보장, 보건복지 업종의 부분적 성장으로 미약한 증가를 보이면서 산업 전반의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회복과정에서 인천과 부산의 실질 성장격차는 제조, 건설, 서비스업 전반의 산업적 기반의 격차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인천과 부산의 산업별 실질 GRDP 증감 비교(2019-2022)
표 3. 인천과 부산의 산업별 실질 GRDP 증감 비교(2019-2022)

4. 인천과 부산의 지출구조

<표 4>는 2022년 국내 전체 평균과 함께 인천과 부산의 GRDP에 대한 지출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GRDP에 대한 지출 중 소비의 비중은 인천이 72.9%로 86.5%에 달하는 부산보다 13.6%포인트나 낮다. 하지만 인천과 부산 모두 전국 평균 66.6%에 비해서는 소비의 비중이 높다.

한편, GRDP에서 투자비중은 인천은 GRDP의 41.2%로 국내 평균 33.3%에 비해 높지만 부산은 28.2%로 국내 평균을 밑돌았다. 인천의 투자비중이 부산보다 13.0%포인트나 높다.

인천과 부산의 GRDP에 대한 투자를 종류별로 보면 인천이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특히 건설투자에서는 주거용 건물과 비주거용 건물비중 격차가 크고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를 중심으로 부산보다 높은 모습이다.

투자가 장래의 성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을 미리 점쳐본다면 인천이 부산보다 유리한 모습이다.

한편, 인천과 부산 모두 순이출 분야에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순이출은 국가경제의 경상수지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인천과 부산이 모두 소비와 투자지출의 재원을 역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역외에서 조달한 재원을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인데 소비와 투자의 비중으로 보면 인천에 비해 부산이 더 소모적 지출에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다음 편에 계속)

표 4. 국내전체와 부산, 인천의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2022p)
표 4. 국내전체와 부산, 인천의 지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2022p)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