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인천 풀뿌리시민운동과 지역공동체 활성화(1)
21주년 맞는 산곡동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

<인천투데이>는 인천시민재단과 함께 2024년 연중기획으로 인천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을 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인천시민재단은 매년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노력한 공익활동 단체를 선정해 풀뿌리시민운동상을 시상하고 있다.

풀뿌리시민운동상 시상 단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박한 사회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친 단체를 소개하며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인천 부평구 산곡3동에 소재한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관장 유영란)은 2003년 개관해 2023년 20주년이 됐으며 2024년 새해에는 21주년이 된다.

운영비 지원이 열악한 사립 작은어린이도서관을 20년 동안 운영하는 것만도 쉽지 않았을 텐데,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은 20년 간 도서관이 위치한 산곡3동 화랑북로의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2003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도서관

2004년 열린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열린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2004년 열린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열린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도서관은 2003년 부평대건신용협동조합(현 인천대건신협) 건물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지역에서 여러 단체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지역에 어린이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초대 관장은 황명환 관장이 맡았다.

그렇게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십시일반 돈과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마련했다. 지역의 조기축구회가 책을 모아주기도 했고, 도서관 회원이 됐다. 부평대건신협은 도서관 취지에 공감하며 새로 지은 건물 2층 공간을 내줬다. 이정욱 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그렇게 무료로 공간을 내준 인천대건신협은 20년째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인천대건신협 본점이 떠난 1층의 일부 공간도 도서관의 지역공동체 활동을 위해 내주고 있다.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이라는 이름은 어떤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도서관으로는 가장 어울리는 이름으로 꼽힐만 하다. 유영란 현 관장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듣지는 못했지만, 어린이도서관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문을 연 도서관은 초창기에는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어른들의 모임과 방학 때 어린이들을 모아 동요교실, 동화교실, 과학교실, 글쓰기 교실, 판소리와 민요교실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열린학교’ 등을 진행했다.

‘선포산 가족영화제’ 개최와 ‘첫아이 학교보내기 강좌’도 진행했으며 ‘애니어그램 강좌’와 마을벽화 만들기, 인근에 위치한 부영공원에서 진행한 자연교실, 생태학교, 북스타트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했다.

2007년 도서관 새단장, 더 많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2007년 재개관한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2007년 재개관한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도서관은 2007년 7월 한 달 간 리모델링을 하고 새단장을 하고 8월 초 다시 문을 열었다. 삼성사회봉사단과 한겨레 신문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희망의 작은도서관 만들기’ 사업으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지원했다.

2대 신선희 관장은 당시 “도서관이 산곡3동 문화와 소통의 공간이 돼 더 많은 주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도서관은 그동안 진행하던 ‘열린학교’ 뿐만 아니라 예비학부모교실, 어린이 장수산 지킴이, 부영공원 어린이생태모임 ‘꾸러기’, 장수산 주부생태학교, 작가와의 만남,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 마을기행 ‘부평, 우리마을의 옛이야기를 찾아서’, 청소년강좌 ‘나의 인생의 지도를 그려라’, 부모교육 ‘자녀와 대화법’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다양한 독서와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서관이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013년 ‘화랑북로 골목축제’, 아동·청소년·주민·상인이 함께 마을공동체

2018년 열린 화랑북로골목축제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2018년 열린 화랑북로골목축제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청소년 독서토론과 과학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생태여행 등 도서관 프로그램을 지속하면서 2013년부터는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 주민, 상인이 함께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화랑북로골목축제’이다.

화랑북로는 산곡3동 산곡119안전센터 옆 골목으로 대로인 마장로에서 우성4차 아파트까지 400m 정도 되는 길이다. 처음 축제를 열 당시에는 이 길에 상점 50여개가 있었다. 이 지역에는 오래된 주택이 많고 상권은 쇠퇴했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소통하고 배우는 자리를 지속하고 골목에 활기가 돌면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 생각하며 상인들과 함께 골목축제를 기획했다. 그렇게 1회 축제는 2013년 10월 26일 열렸다.

축제추진위원회에 인천대건신협과 산곡3동 천주교회, 산곡3동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부녀회, 통장협의회, 인천여성회 등이 참여했다.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500만원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축제 날 화랑북로는 차량 출입이 통제됐다. 축제는 오후 1시 길놀이로 시작했고 화랑북로 골목에서 주민들과 축제추진위 참가 단체가 준비한 체험마당과 공연마당, 먹거리장터가 열렸다.

인천대건신협은 주민들에게 막걸리와 파전을 제공했고 떡집은 떡을, 정육점은 고기를, 미용실은 무료로 머리손질을, 슈퍼마켓은 화초를 무료로 나눠줬다. 인근 부평서중학교 학생들의 관현악과 오카리나 공연도 이어졌다.

축제는 해가 갈수록 상인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2017년 5회부터는 주민노래자랑도 함께 했다. 처음에는 참가자를 모으기 어려웠지만 다음해부터는 신청자가 많았다. 축제 날짜는 주민들이 쉽게 알 수 있게 10월 9일 한글날로 고정했다.

축제추진위에 참여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늘었고 2015년부터는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공모해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체험행사와 마당도 점점 풍부해졌다. 그런데 2021년 9회까지 진행한 축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명맥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도서관이 축제와 함께 시작한 ‘찾아가는 책수레’ 사업은 지금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책수레 사업은 도서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인들에게 책수레를 끌고 가서 책을 빌려주고 반납을 받는 것이다. 상인들에게 선호하는 책을 조사한 뒤 그 책을 구입해 대출해주기도 했다.

‘상인과 주민이 함께 만드는 맛있는 공동체’라는 사업으로 2018년부터 수제맥주 만들기와 가양주 만들기, 천연 핸드크림 만들기 등도 진행했다.

주민 서로가 돌보며 지역의 미래를 꿈꾸는 도서관

2023년 열린 20주년 행사에 참가한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계자들. 맨아래 왼쪽에서 두번째 유영란 관장, 세번째 김장현 대건신협 전 이사장, 네번째 신선희 2대 관장, 다섯번째 김광식 대건신협 이사장.
2023년 열린 20주년 행사에 참가한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계자들. 맨아래 왼쪽에서 두번째 유영란 관장, 세번째 김장현 대건신협 전 이사장, 네번째 신선희 2대 관장, 다섯번째 김광식 대건신협 이사장.

도서관은 2023년부터는 ‘마을돌봄공동체 마을밥상 밥심 사업’을 시작했다. ‘밥심’은 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공동체의 따뜻함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했다.

15~16명을 선정해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주민들과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미술심리프로그램과 푸드테라피, 간식만들기 등도 진행했다.

함께하는 밥상을 만드는 과정에는 인천여성회 부평구지부와 산곡3동 천주교회, 부평도시농부네트워크가 함께 참여했다.

첫 식사는 7월 7일 시작해 10월 6일까지 총 13회를 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갈 것이다’ 먼저 이야기도 하고 ‘김치를 싸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생겼다.

도서관은 2024년 초에는 대건신협이 건물 1층의 한 켠을 사용할 수 있게 내줘 이곳에 공사를 진행해 부엌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서관은 ‘밥심’ 사업으로 2023년 11월 16일 열린 인천시민재단의 17회 인천풀뿌리시민운동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이날 받은 상금은 향후 부엌 공사를 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밥심 사업을 위해 식사를 준비 중인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계자들.
밥심 사업을 위해 식사를 준비 중인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관계자들.

도서관은 올해 다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3년 9월 열린 ‘2023 인천 마을공동체 한마당’에서 열린 경진대회에서 ‘화랑북로 골목축제’로 16팀 중 대상을 수상했다.

2024년에는 다시 축제를 열려고 고민 중이며, 부족한 재정은 주민들과 십시일반으로 모을 생각이다.

‘밥심’ 사업은 참여하는 주민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를 하는 등 생산적인 일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유영란 관장은 “마을에 위치한 도서관이기에 지금도 마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로가 돌보고 마을과 지역의 미래를 꿈꾸는 도서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주민들과 함께 일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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