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고속훼리, 긴급정비 이유로 오는 20일까지 휴항
"택배 보내지도 받지도 못해, 사실상 생계 끊기는 것"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인천~백령 항로에서 운항하는 고려고속훼리(주)의 코리아프라이드호가 긴급정비를 이유로 10일간 휴항한다.

당장 소청도 주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산물 판매 택배 운송이 중단될 뿐더러 생필품 보급도 어렵게 됐다. 생계 유지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10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백령 항로를 다니는 코리아프라이드호는 선박 긴급 점검을 이유로 오는 20일까지 휴항한다.

고려고속훼리는 지난 9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선박 긴급 정비를 이유로 사업계획 변경 인가 신청을 했다.

코리아프라이드호.
코리아프라이드호.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서해3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코리아프라이드호(1680톤)와 코리아프린세스호(534톤)로 단 두 척뿐이다.

코리아프라이드호는 아침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로, 코리아프린세스호는 같은 날 아침에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인천으로 출항한다.

그런데 코리아프라이드호가 이번에 긴급 점검에 들어가며 인천~백령 항로에 백령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코리아프린세스호만 남게 됐다. 그런데 또 코리아프린세스호는 10월 31일부터 선박 정기 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고려고속훼리는 대체 선박으로 코리아프린스호(668톤)을 투입했다. 

인천항에서 아침에 출항하는 배가 사라지자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자 선사는 아침에 백령도에서 출항하는 코리아프린스호를 인천항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니 이번엔 백령도에서 아침에 나올 수 있는 배가 사라졌다. 

코리아프린세스호.(사진제공 고려고속훼리)
코리아프린세스호.(사진제공 고려고속훼리)

이처럼 서해3도에 여객선이 한 척만 다니게 돼 섬 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코리아프린스호가 화물을 실을 수 없는 여객선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대체선박인 옹진훼미리호(452톤)는 화물을 선적할 수 있으나 현재 선박 정기검사를 받고 있어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리아프라이드호 휴항에 인천~백령에 화물까지 실어 날을 수 있는 대체 선박을 투입할 방법이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섬이 비교적 큰 백령도와 대청도는 느리더라도 그나마 화물선이 다니기에 견딜만 하지만, 소청의 경우 코리아프라이드호가 재운항 전까지 주민들은 택배 판로가 뚝 끊기게 됐고, 생필품 보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왜냐면 앞서 얘기한대로 코리아프린스호는 화물을 적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소청도는 백령도와 대청도와 달리 섬이 작고 인구가 적어 화물선이 정기적으로 접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령도와 대청도에 비해 작은 섬에 해당하는 소청도의 경우 비정기적인 화물, 즉 일정 화물이 있을 때만 화물선이 접안하기 때문에 우체국 당국과 화물선사가 위수탁 계약을 해야만 주 2회 정도 접안하고 있다.

이에 서해3도 주민들은 우체국 택배 화물 운송이 중단돼 주민 불편이 예상되는데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인천해수청과 옹진군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소청도의 상황이 심각하다.

"주민 생계 걸렸는데 방관만 하는 관계기관 답답해"

소청도 한 주민은 “비상 상황 발생에 대비해 언제든 투입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이 예비선”이라며 “주민들이 택배를 보내지도 받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예비선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해수청과 옹진군은 방관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각종 생활필수품을 비롯해 각종 수산물을 보낼 판로가 사라졌다. 주민 생계가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인천~백령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휴항에 따른 소청도 화물 운송 중단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7년 2월에도 에이치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2100톤)와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534톤)이 선박 안전점검을 이유로 각각 20일, 40일씩 휴항했다.

당시 인천해수청은 대체여객선으로 에이치해운의 씨플라워호의 운항을 허용했으나, 여객전용선박이라 차량이나 수화물 선적이 불가능했다.

그러자 당시 주민들은 인천해수청이 화물 선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휴항을 허가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소청도 우편물 운송 해결을 위한 같은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경인지방우정청과 인천해수청, 옹진군이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옹진군 도서교통과 관계자는 “연평해운이나 미래해운 등 화물선을 보유한 선사에 소청도를 경유해달라 요청하고 있다”며 “주민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인천해수청 등 관계기관과도 논의해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인천해수청 선원해사안전과 관계자는 "긴급한 상황이라 선박 수리에 따른 휴항을 허가했다"며 "하필 고려고속훼리가 보유한 예비선들이 모두 정기점검을 받고 있어 의도치 않았지만 안 좋게 상황이 흘러간 것 같다. 현재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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