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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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이 칼럼의 제목은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2003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100미터 이내에서 열리는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천명한 선언이고, 인천애뜰 헌법소원에서도 다시 설시한 헌법상 원칙이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는 인천시청 앞의 인천애(愛)뜰 잔디마당에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시장이 전면적·일률적으로 불허하도록 규정하는 ‘인천애(愛)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7조 제1항 제5호 가목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 결정은 2019년에 처음 제기돼 약 4년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2019년으로 돌아가보자. 인천시청은 1985년 개청한 이래 34년 만에 시청 앞마당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인천애뜰을 조성했다.

차도와 담장에 둘러싸였던 시청사가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시멘트 블록을 걷어낸 시청 앞마당을 시민에게 돌려줬으니 지극히 잘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당시 시장이던 박남춘 시장의 1호 지시사항으로 탄생했다는 인천애뜰은 기획부터 활용안까지 시민 아이디어를 담아 만들어낸 시민광장으로 그 의미가 남달랐고, 실제로 조성된 후에 마주하게 된 인천애뜰은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시청과 시의회, 교육청을 마주한 이 공간 중 가장 너른 공간인 ‘잔디마당’에서 일체의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만 것이다.

2019년 9월 23일 제정된 위 조례는 인천애뜰을 사용하려는 자로 하여금 시장에게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중 ‘잔디마당’에서는 일체의 ‘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시민권적 기본권의 역사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특히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자유이자, 집회로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모든 집회와 시위는 보장돼야 하며, 이와 같은 자유 보장의 의미는 집회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자유의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해 감내돼야 한다는 것을 헌법 스스로 규정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위 두 문단의 대부분은 필자의 주장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수십년 간 설시해 온 헌법적 가치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인천애뜰 잔디마당은 집중되는 장소로 집회 최적의 장소

인천시는 잔디마당이 시청사와 매우 근접한 곳이어서 집회 또는 시위가 개최되는 경우 시청사의 안전과 기능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잔디마당이 아닌 분수광장 등에서는 집회를 할 수 있으므로 잔디마당에서의 일괄적인 집회 금지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잔디마당은 시청사 바로 앞에 조성돼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공간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이며, 인천의 행정, 의회, 교육이 모두 모인 공간으로 주요 항의 대상이 밀집해 집회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므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장이 되도록 했어야 한다.

또한 안전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집회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응하고, 시청사 방호인력을 확충하는 등 ‘금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시청사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예상되는 불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감내하는 방법 대신 금지하는 방법’으로 조례를 제정했다가 시민과 시민단체, 민변으로부터 헌법소원을 제기당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게 된 것이다.

헌법 상 보장되는 집회의 자유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에게 타인의 집회를 위해 일정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그래야 민주주의의 꽃인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집회장소는 그 자체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라도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집회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헌법재판소의 설시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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