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투데이|지난 18일 기획재정부가 2023년 국세 수입을 재추계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올해 세수가 기존 예상(400조5000억원) 대비 59조1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을 수립하면서 세운 전망치보다 무려 14.8%가 줄어든 규모이다. 1988년 13.9%의 세수 결손보다 큰 역대 최고의 세수 펑크다.

세수 추계가 아무리 예상치라고는 하지만 오차가 너무 크다. 통상적으로 5% 이내의 오차는 용인되는 범위이다.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2021년에는 61조4000억원(21.7%)의 세수가 더 걷혔고, 2022년에는 53조원(15.3%)의 추가 세입이 발생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방향성은 다르지만 3개년 연속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자 감세 여파라는 비판도 있다. 이번에도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부자 감세를 밀어 붙이자 기재부는 세수를 낙관적으로 예측해 감세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에 ‘기재부 53조 세수임의추계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호 원내상임부대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피해로 고통받는 기간 내내 기재부는 재정이 어렵다며 충분한 지원에 반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면서 기재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2022년 추가 세수가 53조원 예상된다면서 62조원의 대규모 추경을 발표했다. 기재부가 고의로 세금수입을 적게 예상하여 마치 비자금처럼 세수를 감췄다가 권력 교체기에 윤석열 정부에게 정치자금을 상납한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신현호 경제평론가는 “지난 30년간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기재부는 세수를 과잉 예측해서 감세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반대로 진보정당 집권기에는 과소예측으로 재정 확대의 싹을 자르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세수 예측 오류 지속, 기재부 국회 예산심의 통제 받지 않으려는 것

문제는 이런 세수 예측 오류가 계속되는 것은 기재부가 국회의 예산심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월별징수자료와 중기전망치 세수추계 전망모형을 공개토록 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치 않고 있다. 그 결과 기재부의 추계치를 아무도 검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재부의 이런 행태는 매우 의도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이제 정부의 재정건전성 문제라든지 돈 없다는 말을 믿을 국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다.

6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폐업하고 전업을 하고 싶어도 폐업하면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폐업도 마음대로 못하는 처지다.

그래서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최후에는 고금리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을 돌고 돌면서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22년 7월에 ‘1000조원 소상공인 부채,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라는 제목의 이슈리포트를 발행했다.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자영업자 부채는 2022년 3월말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5000만원을 넘어 비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인 9000만원의 4배 수준에 이른다”며 “이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영업 제한으로 야기된 영업손실을 감내하고, 부족해진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DB자료 ‘소득수준별 자영업자 대출잔액 증가율 및 연체율’을 보면, 2022년 4분기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119조9000억원, 중소득(30~70%)은 186조원, 고소득(상위 30%)은 713.9조 원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지난 2020년 4월 처음 시행된 이후 6개월 단위로 5차례에 걸쳐 기간을 연장했다.

3월 기준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된 대출 잔액은 85조3000억원, 차주는 38만8000명 수준이다.(출처 한스경제)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금 탕감 정책 필요”

이런 통계에 대해 모 대학의 금융관련 전문가는 “월 200만원 미만의 수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금에 대해서는 원금의 30%만 갚게 하고 70%는 탕감해 주는 정책이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국회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연체액도 1조원이 더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1.15%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을 걱정하는 이유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4000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천만 원으로 집계됐고,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출처 연합뉴스)

때마침 정의당 배진교 국회의원이 ‘지역경제 피폐화의 대안 지역공공은행’이라는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단기적 정책으로는 채무를 일부 감면해 주거나 금리를 인하해 주거나 상환 기한을 연기해 주는 방법이 있다”며 “미국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서 빚을 졌고 리스크 관리도 잘 했는데, 그걸 못 갚는 거라면 대부분 탕감해 줌으로써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의 부채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이들의 부채를 감면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라며 “지역공공은행법 도입을 위한 논의도 함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가는 현실, 늦기 전에 정부가 탕감정책 검토해야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부실이 발생 (3개월 이상 장기연체)했거나 부실 발생 우려가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

상환기간 조정(1년~최장 20년), 원금조정 (0~80%), 금리조정, 채무조정 신청 즉시 추심 중단, 강제집행 중지 등의 지원을 내용으로 한다.

새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출범한 새출발기금 30조원에 대한 집행 실적은 2023년 8월 말 기준 1조3912억원으로, 2022년 6조원 2023년 9조원의 목표치(총15조원)에 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신청 절차와 과도한 신용패널티를 들고 있다. 올 8월 기준 채무조정 신청액은 3만5803명 (5조5536억원)이다. 이에 반해 실제 조정이 받아들인 건수는 2만167명(56.3%)뿐이다.

또한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이유로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신용등급이 바닥으로 추락하여 향후 2년간 신규대출이 막히고 신용카드 사용도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해 채무조정 이후 새롭게 창업하거나 전직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발생한다.

그나마도 새출발기금이 당초 3년간 시행이라는 계획이었지만 이달 3일로 종료한다고 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파산하게 되면 더 큰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부채 문제에 대해 부채 탕감과 신속한 파산면책 대책 등 전환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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