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프첸치 브리지(Old French Bridge)에서 쌍콩마을(Ban Xang Khong)로 (3)

인천투데이=천영기 시민기자|

‘Sunset viewpoint(일몰 감상지)’를 찾아서

‘폰사앗 사찰’을 나와 S자로 구부러진 자그마한 둔덕을 넘고, 그다음 둔덕을 넘으며 왼쪽을 바라보면 집도 없는 개활지에 말라가는 야자나무들 사이로 길이 몇 갈래 나 있다. 분명 뭔가 있을 분위기라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들어간다.

거의 개활지가 끝나가는 공터의 십자형 누각 아래 뱀이 똬리를 튼 좌대 위에 부처님이 앉아있다. 거기다 광배의 모습이 일곱 마리 낙(Nak)이 입을 한껏 벌린 채 부처님 머리 위를 에워싸고 있으니 으스스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왼쪽으로 Sunset viewpoint로 가는 길이 나있다.
왼쪽으로 Sunset viewpoint로 가는 길이 나있다.
광배에 일곱 마리 낙(Nak)을 올린 토요일의 부처를 모신 십자형 누각.
광배에 일곱 마리 낙(Nak)을 올린 토요일의 부처를 모신 십자형 누각.
안에 낙(Nak)을 모신 토속신앙과 관련이 깊은 사당.
안에 낙(Nak)을 모신 토속신앙과 관련이 깊은 사당.

그 오른쪽 뒤에는 사당이 있는데 땅바닥 양쪽에 각각 코끼리와 일곱 마리 낙을 배치했다. 바로 뒤 제단 왼쪽에는 코끼리, 오른쪽에는 백마를 올렸다.

그리고 제단 위에는 오랫동안 기원을 했는지 촛농이 녹아 흐른 자국이 뚜렷하고 타다 남은 향들과 제단에 올린 음식들이 그릇에 담겨있다. 사당은 전통주택 양식으로 나무로 지었는데 붉은 칠을 했다.

기둥에 묶은 오방색 천, 사당 안에도 빨강, 노랑, 초록 비단을 접어 만든 낙을 모셨으니 슬슬 괴기스러운 분위기다. 아마도 토속신앙인 무속신앙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

이래서 공부해야 하나 보다. 라오스 불교는 태어난 해의 간지와 태어난 요일마다 부처님이 따로 있고, 태어난 해와 요일의 부처님이 특히 자신을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일곱 마리 낙이 부처를 보호하는 형상은 토요일의 불상이다. 이곳은 남칸강이 끝나고 매콩강과 합류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낙이 보호하는 토요일의 불상을 모셔 메콩강의 물로부터 주민들이 보호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리라.

남칸강과 메콩강 합류 지점에 있는 ‘Sunset viewpoint’.
남칸강과 메콩강 합류 지점에 있는 ‘Sunset viewpoint’.

특히 메콩강에 반신격인 일곱 종류의 낙이 산다고 믿는 루앙프라방 사람들에게 이 불상은 더욱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일 것이다. 루앙프라방 사람들도 이곳은 무서워서 잘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 남칸강과 매콩강이 만나는 지점은 예로부터 낙이 살고 있던 신성한 공간이라고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이곳에 함부로 접근하면 낙에게 화를 당할지 모르기에 조심한다고 한다. 이런 곳을 겁도 없이 들어갔으니 어쩌면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길은 개활지 아래로 계속 이어져 있다.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가니 배가 한 척 옆에 매여있고 불쑥 튀어나온 돌들이 있다. 예전에는 남칸강 건너편에서 여기까지 대나무 다리를 놓아 통행료를 주고 건넜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곳 일몰 감상지는 점점 잊히고 있는 것 같다. 아쉽게도 우기이고 밤에 가로등도 없는 시간에 일몰을 보러 이곳에 홀로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리라.

메콩강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유람선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있다는데,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쉽지만 1, 2월에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언덕 위의 ‘씨엥렉 사찰(Wat Xiengleck)’

‘씨엥렉 사찰’ 법당.
‘씨엥렉 사찰’ 법당.
‘씨엥렉 사찰’의 문. 앞에 사자 2마리가 놓여져 있다.
‘씨엥렉 사찰’의 문. 앞에 사자 2마리가 놓여져 있다.

둔덕을 넘자마자 오른쪽으로 ‘씨엥렉 사찰(Wat Xiengleck)’로 올라가는 마을의 언덕길이 보인다. 이왕 길을 나선 김에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길도 2개 더 있지만 사찰이 있는 언덕까지 모두 긴 계단으로 돼 있어 이곳으로 올라갔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더 편하다.

루앙프라방에서 사찰을 대략 열 곳 정도 방문하니 사찰마다 서로 조금씩 다른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로 들어가는 이 길에는 사찰의 문을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면 좌우에 시멘트로 마감한 주차장 같은 넓은 공터가 있고, 앞에는 아름드리나무 두 그루가 잎새를 활짝 펴 사찰의 건물들을 막아선다. 언덕을 평평하게 밀어 사찰이 들어갔음에도 의외로 공간이 넓고 여유롭게 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씨엥렉 사찰’로 올라가는 계단과 문.
‘씨엥렉 사찰’로 올라가는 계단과 문.

여느 사찰처럼 공간 구조는 비슷한데 언덕 상층부를 밀어 이 정도 공간을 확보하려면 울력 또한 엄청나게 들어갔을 것 같다. 예전부터 성세를 이룬 사찰 같다. 마을로 내려가는 오른쪽 계단 밖으로도 공간을 확장하여 건물을 짓고 영가천도를 기원하는 탑들도 밖에 많이 세웠다.

언덕 상부에 있어서인지 막힌 것 없이 조용한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이 사찰은 언덕 위에 있어서인지 사찰로 들어가는 문을 특별히 강조한 것 같다. 마치 개선문 위에 세 개의 탑을 올린 것 같다. 그리고 문 앞에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사자를 앉혔다.

이 문 앞에서 내려다보면 ‘씨엥렉마을(Ban Xieng Lek)’과 메콩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대부분의 사찰 마당에서 보았던 ‘낭 토라니(Nang torlany)’ 여신상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절은 다른 신상들도 주변에 배치하지 않은 것을 보니 사자가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농기구 생산으로 알려진 ‘씨엥렉마을(Ban Xieng Lek)’

씨엥렉마을에 있는 암폰 여사 비단 가게. 베틀에서 베를 짜는 모습.
씨엥렉마을에 있는 암폰 여사 비단 가게. 베틀에서 베를 짜는 모습.
씨엥렉마을에 있는 철공소.
씨엥렉마을에 있는 철공소.

‘씨엥렉 사찰(Wat Xiengleck)’로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둔덕 너머로 ‘씨엥렉마을(Ban Xieng Lek)’이 시작된다. Wat은 사찰, Ban은 마을을 뜻하는 라오스어이다. 내려가는 길 왼쪽에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내걸고 비단을 짜서 판매하는 꽤 큰 가게가 보인다.

가게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었는데, 상품을 진열해 물건을 파는 공간과 직물을 짜는 베틀이 있는 공간이다. 가게 뒤쪽 열린 창으로 메콩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상당히 개방적이다. “타이 다이 버어?(사진을 찍어도 될까요)”하면 흔쾌히 괜찮다고 한다. 그래서 베틀에서 직물을 짜는 과정을 가게와 가정집 모두 세 군데나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물건은 구경만 하고 사진을 잔뜩 찍고 나오며 “컵짜이(고맙습니다)”하면 다들 웃으며 “컵짜이”한다.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없고 선량한 눈을 가진 라오스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즐겁다.

이 마을부터 비단을 짜거나 판매하는 가게들이 시작되지만, 이 마을은 원래 농기구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단다. 그래서인지 길가에 철공소 같은 집이 있고 알루미늄으로 접합한 그네와 금속 절단기 등이 마당에 놓여있다.

이곳이 농기구 만드는 동네라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용접하는 과정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는데, 비단 등 수공예 직물들에만 신경을 쓰다가 작업하는 광경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

씨엥렉마을에 있는 ‘나롱콘가게2’ 종이로 작품을 만드는 가게.
씨엥렉마을에 있는 ‘나롱콘가게2’ 종이로 작품을 만드는 가게.

씨엥렉마을에는 ‘나롱콘가게2(Nalongkone Shop2)’가 있다. 뽕나무로 만들어 천연 염색한 사아(Saa) 종이와 코끼리 똥에서 추출한 종이로 만든 부채, 필기 용지, 공책, 액자, 선물 포장지, 그 종이에 그린 그림 등 수공예품 외에도 나무 조각품 등을 판매한다.

가게 옆에서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처자들과 종이에 꽃과 잎사귀를 넣어 천연 염색한 후 종이를 건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가게보다 더 흥미를 끄는 장소가 있다. 가게 옆의 길을 따라 주택가 끝까지 가면 메콩강으로 내려는 계단이 있고, 강가에 긴 의자 2개가 땅에 박혀있다. 그리고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는데 마을의 나루터이다.

새벽에 갔음에도 동네 어르신 두 분이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낚시를 하는 배도 한 척 한가롭게 떠 있고 강 한복판에서는 그물질하는 어부가 보인다.

멍때리기 가장 좋은 마을의 나루터.
멍때리기 가장 좋은 마을의 나루터.

‘아, 이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라니.’ 강가로 난 길이 있으면 무턱대고 내려갔는데 드디어 찾았다. 멍때리기 가장 좋은 장소인 것 같다. ‘폰사앗 사찰’에서 바라보는 강물보다 이곳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한가로움을 마음껏 즐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 또 이곳에 앉아 멍때리는 시간을 가질지 알 수는 없지만, 다시 이곳에 오면 반드시 찾아오는 자리가 될 것이다.

비단과 직물로 유명한 ‘쌍콩마을(Ban Xang Khong)’

쌍콩마을 입구에 있는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쌍콩마을 입구에 있는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안에 있는 물레와 베틀.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안에 있는 물레와 베틀.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내부.
‘라오 직물천연염료’ 가게 내부.

이곳 씨엥렉마을부터 쌍콩마을까지 길가에 있는 몇 개의 가게들은 직접 직조도 하지만 판매도 겸하고 있다. 수공예품인 비단들과 베틀에서 직접 짠 직물들로 만든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쌍콩마을은 ‘라오 직물천연염료(LAO TEXTILE NATURAL DYES)’가게부터 시작된다.

이 가게는 비단 등 직물로 만든 거의 모든 종류의 물건들을 팔고 있다. 올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몇 개씩 샀더니 단골이라고 가격을 깎아준다.

직접 이곳에서 만든 수공예품에 작업한 분의 이름도 붙어있는 윗도리도 샀는데, 삼베가 아닌가 한다. 집사람이 풀을 먹여야 깔끔하게 입을 수 있다고 해서 아직 이곳에서는 입고 다니지 않았다.

쌍콩마을에 있는 비단 스카프 전문가게.
쌍콩마을에 있는 비단 스카프 전문가게.

이곳도 역시 입구 오른쪽 안에 지붕만 만든 건물 아래 물레와 베틀이 여러 대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직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 쌍콩마을은 길가에 있는 비단이나 직물 가게만 해도 10여 곳이 있으며, 골목 뒷길에도 많은 집들이 직물을 짠다. 그래서인지 가게마다 들어가 보면 조금씩 특색이 있는 상품들을 갖췄다.

침대보부터 옷까지 거의 모든 직조품을 파는 가게, 비단 스카프 전문가게, 천에 재봉틀로 자신만의 수를 놓는 가게, 라오스 전통 복장을 맞추는 가게 등 많은 가게가 있어 직접 들어가서 물건을 골라보면 시간도 재미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종이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쌍콩마을’

‘탄 마니푼(Tanh Manipoun)’ 가게에서 화가가 데생하는 모습.
‘탄 마니푼(Tanh Manipoun)’ 가게에서 화가가 데생하는 모습.
‘탄 마니푼’ 가게에서 종이를 만드는 모습.
‘탄 마니푼’ 가게에서 종이를 만드는 모습.

쌍콩마을에 있는 종이 가게 이름은 ‘탄 마니푼(Tanh Manipoun)’인데 구글 지도에는 ‘나롱콘가게(Nalongkone Shop)’로 적혀있어 착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 가게가 유명해 루앙프라방 사람들은 이 동네를 ’종이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올해 1월에 와서 그림과 선물용품 몇 개를 샀는데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점을 샀다. 이곳은 그림 외에도 다양한 종이 수공품이 있는데 전등의 갓, 공책, 우산, 엽서, 책갈피, 부채 등을 팔고 있다.

이곳이나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에 가면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기본적인 내용이나 똑같은 주제로 그려진 그림이 매우 많은 것을 보고 놀란다. 분명 누군가의 그림을 그대로 모사한 것 같다.

그런데도 모두가 그려서 판매하는 것을 보면 저작권 같은 것은 따로 없는 거 같다. 그러나 그림들을 잘 보면 똑같은 내용을 그렸지만 그린 화가의 개성과 화풍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탄 마니푼’ 가게에서 화가가 작업하는 모습.
‘탄 마니푼’ 가게에서 화가가 작업하는 모습.

개인적으로 ’탄 마니푼‘ 가게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작품들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곳에 올 때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한두 점씩 사곤 했다. 항상 이 가게에 와보면 화가는 데생하고 있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좋다.

어떤 곳은 여러명이 분담해서 자기가 맡은 부분만 반복되게 색칠하며 상업용 그림을 만드는데, 이분이 그리는 그림은 순전히 자신의 손길로만 만들어낸다.

밖에서는 종이에 꽃과 잎사귀를 넣어 천연 염색하는 과정과 뽕나무로 종이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어떻게 종이가 만들어지는지 구경을 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들은 틀에 널어 말리는데 양이 많아 건너편 집 마당에서도 말리고 있다. 가게 주인 아주머니의 집이란다.

쌍콩마을에 있는 ‘나무 조각 기념품 가게’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1.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1.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1에서 조각하는 주인 아저씨.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1에서 조각하는 주인 아저씨.

길 건너편에 전문적으로 나무에 조각해서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2개 있다. 둘 다 가게 이름은 특별히 없으며 가게 크기의 차이는 있다. 작은 가게는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가 직접 가게 앞에서 조각하는데 다양한 불상과 코끼리, 돼지, 각종 나무 그릇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어느 날 갔더니 아주머니가 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코끼리 조각품 다리에 핸드폰을 세워놓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코끼리 조각상 활용법이라!’ 재미있어서 한 장 찍었다.

이 가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나무 조각 기념품을 팔고 조각도 가르쳐주는 큰 가게가 있다. 가게는 유럽식 건축양식으로 새로 지은 것처럼 깔끔하다. 조각은 가게 뒤쪽 공간에서 하는 것 같다.

입구에는 커다란 통나무의 둥그런 면을 이용해 사찰, 탑, 불상, 나무, 꽃 등을 조각해 놓았는데 손님들에게 조각 실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2.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2.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2에 전시된 섬세한 벽걸이 조각들.
쌍콩마을 조각 기념품 가게2에 전시된 섬세한 벽걸이 조각들.

라오스 최초의 통일왕조인 란쌍왕국은 1353년 크메르 제국으로부터 독립해 무앙수아(루앙프라방)를 수도로 정한다. ‘란쌍’은 라오스어로 ‘백만 마리의 코끼리’를 뜻하는데, 당시 이곳은 코끼리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그리고 불교에서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특히 불교국가인 이곳 사람들은 코끼리를 보며 행복을 염원한다. 이런 까닭인지 가게 안에 제일 많은 조각품은 단연 코끼리이다. 크고 작은 코끼리와 코끼리 두상을 조각한 벽걸이도 있다.

벽걸이로 사용할 수 있는 라오스 농부들의 모습과 불상, 불교와 관련된 다양한 동물과 문양들은 얇은 나무에 정밀하게 조각해 볼수록 탐이 난다. 외에도 온갖 종류의 그릇과 나무 접시들, 필통, 다기 세트, 공룡알 같은 것도 있다.

마음에 드는 것 몇 가지가 탐이 나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미 다른 것들을 몇 개 샀기에 다음에 와서 사는 것으로 했다.

‘쌍콩마을’을 벗어나

메콩강변 분위기가 가장 좋다는 ‘랑반가든’.
메콩강변 분위기가 가장 좋다는 ‘랑반가든’.
쌍콩마을 선착장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들.
쌍콩마을 선착장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들.

이왕 길을 나선 김에 메콩강이 내려다보이는 명소에서 식사나 차라도 한잔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쌍콩마을의 거의 끝자락에 있는 ‘랑반가든(Lang Ban Garden)’을 추천한다.

음식은 호불호가 갈리고 라오스 전통음식이기에 잘 보고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것을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는 것 자체로 행복한 자리가 될 것이다.

랑방가든은 전망이 매우 아름다운 식당으로 이곳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지만 시내에서 툭툭이나 로카를 타면 대략 10분 정도 걸린다. 루앙프라방에 자유여행을 왔다면 한 번 들러보기를 바란다. 특히 해가 질 무렵에 가면 환상적이라 하니 저녁을 먹으며 분위기에 젖어 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 랑반가든에 가기 전 마을 선착장에 들렀다가 아침부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비가 와서 진흙 범벅이 된 선착장에 내려가려고 하니 아이들이 주변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의사를 전달할 수도 없고, 비장의 무기인 “타이 다이 버어?(사진을 찍어도 될까요)”하니 바로 자세를 취한다. 물가에서 놀고 있는 모습도 여러 장 찍었다.

이곳 선착장 주변의 모습과 배에 짐을 싣고 가는 주민도 찍고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손짓으로 불렀다. 그러자 바로 웃으며 다가와 예쁘게 자세를 잡는다.

이방인에게도 흔쾌히 옆을 내주는 아이들의 스스럼없는 모습은 세태에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리라.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서로 눈빛이 마주치면 항상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 먼저 “싸바이디(안녕하세요)”하면 바로 웃으며 “싸바이디”하고 응답한다.

‘농싸이 사찰_ 벽화 보수와 금칠을 하는 작업.
‘농싸이 사찰_ 벽화 보수와 금칠을 하는 작업.

랑반가든을 나와 맞은 편으로는 사찰 바로 옆에 마을 이름이 붙은 표지판이 보인다. 농싸이마을(Ban Nongxay)이다. 사찰 이름도 ‘농싸이 쿤 사방(Wat Nongxay Khoun Savang)’으로 마을 이름이 들어간다. 이곳에서 운이 좋게도 벽화를 보수하는 과정과 스님들이 법당의 정문에 새겨진 부조에 금을 입히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그런 것 같다. 라오스에는 요일별 불상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음에도 긴가민가 자꾸 헛갈리기에 어딘가 요일별 불상들을 차례대로 세운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이곳에 요일별 불상이 차례대로 배치돼있을 줄이야.

물론 찾기 위한 노력도 열심히 했기에 결국 찾은 것이겠지만 글을 완성하기 전에 찾게 된 것은 행운의 여신이 내게 방긋 미소를 보낸 것이리라.

불상들은 모두 불단을 만들어 올려놓았는데 가장 왼쪽에 일요일 불상이 놓여있다. 차례대로 설명하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일요일의 불상은 보리수를 응시하는 것이고,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민 월요일 불상은 싸우지 말라는 의미, 누워있는 화요일 불상은 부처가 열반에 든 모습이며, 보시 그릇을 안고 있는 수요일 불상은 탁밧을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안쪽에 만든 불단 위에는 삼존불을 모셨다. 다시 앞으로 돌출된 오른쪽 불단에는 결가좌부하고 명상에 잠긴 목요일 불상, 가슴에 양손을 모으고 깨우치지 못한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는 금요일 불상, 7마리의 낙이 명상에 잠긴 부처를 보호하는 토요일 불상 순으로 모셔져 있다.

동네 새벽시장의 모습.
동네 새벽시장의 모습.

농싸이 사찰을 나와 계속 길을 가면 동네 새벽시장을 만날 수 있는데 아침 일찍 가야 북적거리는 사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길은 메콩강가로 계속 이어지고, 13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서 조금 더 가면 국립 수파누봉 대학이 나온다.

대략 이 정도면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8km 정도가 된다. 물론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간다면 10km 정도는 될 것이다. 구경보다 그냥 걷는 것이 좋으면 수파누봉 대학까지 갔다 오면 좋을 것 같다.

루앙프라방에 와서 10여 차례 걸었던 산책길, 2회로 연재를 끝내려 했지만 부득이하게 글이 길어져 3회까지 이어져 죄송할 뿐이다. 필자의 라오스 불교문화와 토속신앙에 대한 욕심이 글을 이렇게 길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의 중심지는 워낙 유명하게 알려져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또 욕심이 생긴다. 이곳들도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내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에서 다시 교육봉사를 하는데, 이때 꼭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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