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프첸치 브리지(Old French Bridge)에서 쌍콩마을(Ban Xang Khong)로 (1)

인천투데이=천영기 시민기자|

루앙프라방 소개

메콩강 유람선에서 맞이한 일몰.
메콩강 유람선에서 맞이한 일몰.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고대도시로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있다. 이런 까닭에 문화유적 지역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설 수 없어 도시의 풍광이 멋지며, 도시 전체가 관광 자원이기에 세계의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누군가는 아름다운 풍광이 좋아, 누군가는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좋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물론 자연의 풍광과 느림도 좋지만, 라오스 사람들의 순박한 눈빛과 이방인을 거리낌 없이 환하게 맞아주는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루앙프라방은 메콩강과 남칸강이 만나는 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했다. 주요 관광지는 푸시산을 중심으로 동쪽 남칸강을 따라 메콩강과 합류하는 곳으로부터 북서쪽 메콩강변 길이 끝나는 지역에 거의 몰려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시내를 조망하고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푸시산’, 황금도시의 사원이라 불리는 라오스의 대표적인 불교 사찰인 ‘왓 시엥 통(Wat Xieng Thong)’, 라오스 마지막 왕조 일가가 지내다가 라오스가 공산화된 이후 1975년 박물관으로 전환된 ‘루앙프라방 국립박물관’, 메콩강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보트 유람 등이 있다.

그리고 시외에는 에메랄드빛 물웅덩이들과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꽝시폭포’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코끼리농원, 물소농원 등 다양하게 관광하기도 한다.

푸시산에서 바라본 남칸강 방향의 루앙프라방 시내.
푸시산에서 바라본 남칸강 방향의 루앙프라방 시내.
푸시산 정상에 1804년 세웠다는 탓 쫌시라는 28m 높이의 황금탑.
푸시산 정상에 1804년 세웠다는 탓 쫌시라는 28m 높이의 황금탑.
루앙프라방 국립박물관.
루앙프라방 국립박물관.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왓 시엥 통.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왓 시엥 통.
남칸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곳(오른쪽이 남칸강인데 메콩강물이 더 탁한 것을 알 수 있다).
남칸강과 메콩강이 합류하는 곳(오른쪽이 남칸강인데 메콩강물이 더 탁한 것을 알 수 있다).
꽝시폭포.
꽝시폭포.

산책하기 좋은 길

비영리민간단체 ‘라오스 방갈로 초등학교를 돕는 모임’에서 올해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Bangalmo Korean center)’을 설립했고 뜻하지 않게 교장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이에 7월과 8월 두 달간 한글을 가르치는 교육봉사를 하러 이곳에 들어왔다. 과거에 루앙프라방을 두 번 방문했지만 바쁜 일정이라 기본적인 관광만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산책하기 좋은 길을 찾으려고 거의 매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올드 프렌치 브리지 전경.
올드 프렌치 브리지 전경.

푸시산 동남쪽으로 흐르는 남칸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2개 있다. 하나는 13번 국도에 있는 남칸 브리지(Namkhan Bridge)이고, 다른 하나는 ‘올드 프렌치 브리지(Old French Bridge)’이다.

이 중 올드 프렌치 브리지를 중심으로 해서 양쪽으로 남칸강을 따라가다 메콩강과 합류하는 지점에서부터 메콩강을 따라 서남쪽으로 걷는 길과 동북쪽으로 걷는 길이 산책길로 가장 마음에 든다.

7~8월은 우기이지만 비는 주로 한밤중에 내리고 낮에 비가 내려도 1시간 이상 계속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햇빛이 강렬해지는 10시 이전까지는 무더위를 느끼지 않고 걷거나 뛸 만하다.

다만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서남쪽으로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은 이곳에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8시 45분부터 9시 15분까지는 여행객들을 태우는 승합차들이 몰려들어 도로가 혼잡해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서남쪽으로 강변을 따라 걷는 길.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서남쪽으로 강변을 따라 걷는 길.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서남쪽으로 메콩강변 길에 주차된 차량들.
올드 프렌치 브리지에서 서남쪽으로 메콩강변 길에 주차된 차량들.
쌍콩마을에서 종이를 만드는 모습.
쌍콩마을에서 종이를 만드는 모습.

이 시간만 피한다면 이 길을 걸으며 근처에 있는 유명 관광지나 새벽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관광지 방향의 길도 좋지만 올드 프렌치 브리지를 건너 동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라오스의 다양한 민가와 사찰들, 자연과 집들이 어우러져 길을 걷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다.

특히 쌍콩마을에 들어서면 라오스 사람들이 만들던 종이(일종의 한지)를 활용한 각종 물건들, 베틀에서 직접 짠 직물과 비단들을 이용한 다양한 옷감과 가방, 스카프 등 상품들을 만드는 집들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벌써 다섯 차례 이 길을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이곳에 들를 때마다 의도치 않게 눈에 띄는 그림과 직물들로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된다. 그만큼 이 마을에 매료됐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올드 프렌치 브리지(Old French Bridge)’를 건너

올드 프렌치 브리지 위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만 다닐 수 있고, 좌우에 인도교가 붙어 있다.
올드 프렌치 브리지 위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만 다닐 수 있고, 좌우에 인도교가 붙어 있다.
올드 프렌치 브리지 인도교에서 바라본 남칸강 상류쪽.
올드 프렌치 브리지 인도교에서 바라본 남칸강 상류쪽.

‘올드 프렌치 브리지’는 프랑스 통치 기간이었던 1920년대 만들어진 다리이다. 베트남과 무역으로 라오스의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 기반 시설 투자의 일환으로 지었는데, 당시에는 차량이 통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다리의 노후화로 차량은 통행할 수 없으며,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나무판자를 이은 다리 중앙으로 통행하고, 사람은 다리 양편에 난간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철판을 깔아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다.

다리 양편의 인도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무로 돼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나무가 썩어서 부러진 곳도 있어 매우 위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철판으로 깔끔하게 교체해 빠질 위험은 없지만 낮에는 철판이 열을 받고 늘어나 발을 디딜 때마다 쿨렁쿨렁 철판 부딪히는 소리에 저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그러나 이곳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남칸강 주변 양쪽 풍경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볼 때마다 절경에 감탄을 자아낸다. 거의 매일 이 다리를 건너며 갈 때 풍광과 올 때 풍광이 너무나 달라 계속해서 사진을 찍게 된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인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루앙프라방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올드 프렌치 브리지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길.
올드 프렌치 브리지를 건너 마을로 들어가는 길.

동네 길을 걷다 만난 사찰 ‘왓 판 루앙(Wat Phan Luang)’

올드 프렌치 브리지를 건너 15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도로와 인도 구분이 없어 집들이 그대로 도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자연 차량과 오토바이가 달리는 도로에 딱히 사람이 걷는 길이 구분되지 않으니 항상 도로 좌측으로 마주오는 차량을 보며 걷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 왕복 2차선이라 도로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대부분 오토바이가 낮은 속도로 다니기에 굽이도는 길만 조심하면 매우 한가로운 길이다.

차량도 별로 없는 동네의 아침을 깨우고 다니는 강아지와 닭의 외출, 마당에서 밥을 지으려 불을 피우는 아주머니의 모습, 집 앞 화단들에 피어난 아열대 지방의 각종 화려한 꽃들, 우리와는 다른 집들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며 걸으면 마치 어렸을 때 시골길을 걸어가며 느꼈던 정겨움과 푸근함이 살아와 걷는 발길에 온기를 더한다.

라오스의 닭들도 더위 떄문인지 날렵하게 마른 체형이다.
라오스의 닭들도 더위 떄문인지 날렵하게 마른 체형이다.

한 500m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삼거리 왼쪽으로 마을의 사찰이 보인다. ‘왓 판 루앙(Wat Phan Luang)’ 사찰인데, 왓(Wat)은 사찰을 뜻하는 라오스 말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판 루앙 사찰’이라고 해야 한다. 현재 이곳은 한쪽 문을 새로 세우고 안에는 건물을 다시 짓느라 조금은 소란한 분위기이다.

라오스 사찰의 출입문은 대부분 탑의 형상을 하고 위쪽에 감실을 두어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그런데 출입문 위쪽으로 U.S.A라 금박으로 써진 글자가 선명하다. 이 절을 재건하는데 미국에서 자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 지역 일대가 유네스코 건물 재건지역으로 지정돼 한창 수리하는 중이란다.

루앙프라방의 사찰은 대체로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이곳도 역시 한 가지만 빼고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사찰이나 들어가면 반드시 볼 수 있는 신상으로, 요염한 자태를 가진 여인이 머리를 감은 후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물을 아래로 짜는 모습인데, 모든 절의 마당이나 법당 앞에 있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 같다.

바로 ‘낭 토라니(Nang torlany)’라 불리는 여신으로 성스러운 대지의 여신이라 한다. 불교 설화에는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잠겼을 때 부처를 유혹하려는 마귀 마라를 낭 토라니가 보고 머리에서 물을 쥐어짜 물에 빠뜨려 죽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선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여신으로 믿고 숭배한다.

‘판 루앙 사찰’ 법당으로 지붕의 구조와 특징을 볼 수 있다.
‘판 루앙 사찰’ 법당으로 지붕의 구조와 특징을 볼 수 있다.

라오스 어느 사찰이나 우리나라 대웅전과 같은 큰 법당이 사찰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의 사찰들은 복층구조의 지붕 형태를 가지는데, 이곳 역시 지붕 세 면을 덧대어 이은 것처럼 널찍하게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붕이 낮게 깔려 보인다. 이곳에서는 어미 닭이 날개로 병아리를 보호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한, 비상을 준비하는 새처럼 보인다.

지붕의 용마루 양쪽 위와 내림마루 끝에는 특이한 형상의 장식물을 올리는데 ‘후아 낙(Hua Nak, 낙의 머리)’이라 한다. 낙의 머리를 그대로 형상화해서 올린 사찰도 있지만 이를 단순하게 디자인해서 올린 사찰도 많다.

이곳 판 루앙 사찰은 용마루 양쪽 위에는 낙의 머리를 단순하게 디자인한 형상물이 올라갔지만, 내림마루 끝에는 뾰쪽한 잎사귀 끝이 말린 모양의 조형물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용마루와 내림마루 위에는 불꽃 모양의 문양이 줄지어 장식돼있다.

지붕 맨 위 용마루 중앙 부분에도 우산같이 보이는 나선형 장식을 하는데, 이를 ‘윳 써 파(Yot Sor Fa)’라 한다. 이 장식물이 때로는 작은 탑 모양이나 낙으로 장식되기도 한다.

크지 않은 사찰이기에 한 바퀴 도는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는다. 이 절에 두 마리의 황구가 있는데 한 마리는 탁자 위에서 늘어지게 편안한 모습으로 엎드려 잠을 잔다. 법당 옆에서 자던 황구는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니 ‘웬 낯선 사람인가?’하고 무심히 쳐다보고는 바로 늘어진다.

절의 개들이 이런 건 그만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기 때문이리라. 사람도 동물도 느긋한 천성을 가진 나라, 왜 라오스가 느리게 움직이는 미덕의 나라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판 루앙 사찰’ 탁자 위에서 늘어지게 자고있는 황구.
‘판 루앙 사찰’ 탁자 위에서 늘어지게 자고있는 황구.

사진을 찍으며 돌고 있을 때 갑자기 왁자지껄 웃음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님들이 식사하다 터뜨린 웃음소리다. 노스님, 젊은 스님, 어린 스님 함께 식사하며 웃는 소리는 우리네 정숙한 사찰 모습과 참으로 많이 다르다. 라오스 사찰에는 어린 스님과 젊은 스님들이 유독 많아 평소 이상하게 생각했다.

특히 어린 스님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스님이 된 것이지’하고 의아해했다. 그러나 단기출가가 가능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오스는 불교 신자가 인구의 70% 정도가 된다. 그리고 꼭 스님이 되지 않더라도 짧게는 일주일에서 3개월 정도 단기출가가 가능하다.

여자도 단기출가는 가능한데 스님처럼 삭발하지만 승복 대신 흰 옷차림으로 사찰에서 생활하며, 남자처럼 스님의 직위는 가질 수 없고 수행자에만 머물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자식 모두 단기출가를 한단다.

‘판 루앙 사찰’ 한바탕 웃음이 터진 식사 자리. 어린 스님이 많다.
‘판 루앙 사찰’ 한바탕 웃음이 터진 식사 자리. 어린 스님이 많다.

라오스에서 스님의 지위는 상당히 높지만 정식 스님이 되려면 행정기관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누구나 되고 싶다고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라오스 국민들은 사찰을 마을의 자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을 어른들이 사찰을 관리하고, 대부분의 마을 행사도 사찰에서 열리며, 관혼상제 역시 불교식으로 주관한다. 이런 관계로 작

은 마을에도 사찰은 최소한 하나 이상 있으며 도시에는 한 마을에 몇 개의 사찰이 같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라오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교육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수행 방법 중 특히 보시바라밀을 가장 중시하기에 어디서나 항상 베푸는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얼굴을 보면 항상 때 묻지 않은 순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된다.

“싸바이디~” (안녕하세요?)

‘판 루앙 사찰’ 입구 쪽에 있는 좌선을 하는 조각상들.
‘판 루앙 사찰’ 입구 쪽에 있는 좌선을 하는 조각상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