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18일 오전 9시를 기해 1차 총파업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다. 파업 종료 후 고속철도(KTX)와 일반열차는 이날 밤까지 단계적으로 운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철도산업 발전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요구한 사안은 해결되지 않았다.

전국철도노조는 철도정책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며 14일 오전 9시 1차 총파업을 시작했다. 철도노조가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요구하는 주요 정책은 ▲수서발 경부고속선에 KTX 투입 ▲공공철도 확대 ▲KTX와 SRT 열차 통합운행 ▲성실교섭 합의 이행 ▲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이다.

수서발 경부고속선에도 코레일 KTX열차를 투입해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경쟁에 공정성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바로 철도노조 파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에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일 수서~부산(경부고속철도), 수서~목포(호남고속철도) 노선에 SRT를 운영하는 민간철도업체 (주)SR에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까지 운행할 수 있게 했다. SR이 보유한 열차는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운행을 확대하니 기존 경부선 등의 노선 감축은 불가피했다.

철도노조는 "여유 차량이 없는 SR이 운행을 확대하려면 부산행 경부선 열차 종착역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수서~부산 SRT 운행 횟수는 하루 10회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바로 이지점에 한국철도산업이 지닌 엉터리 철도산업 상하 분리구조와 엉터리 철도운영 경쟁 도입 정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고속열차는 주식회사 SR(옛 수서고속열차, 최대주주 코레일)이 운영하는 SRT이고, 다른 고속열차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KTX산천이다.

고속열차의 외관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에서 들여온 떼제베(TGV)로 만든 KTX말고 그 이후 한국이 자체개발한 고속열차는 SRT와 KTX산천이다. 두 열차는 색상만 다를 뿐 또같은 고속열차다. 심지어 SRT와 KTX산천의 소유주도 코레일로 같다.

철도노조가 파업하는 이유 중 고속열차 운행 정상화를 위한 근본 문제가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국토부는 철도시장에서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주)SR을 설립했다. 그리고 SR이 SRT로 수서발 경부선과 호남선만 독점으로 운영하게 했다. 그러자 전라선, 경전선 등에도 투입하라는 요구가 있어 SRT일부를 그렇게 투입키로 했다.

열차 대수는 정해져 있으니 당연히 기존 경부선, 호남선 노선 편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도노조는 노선이 줄어든 수익성 높은 수서발 고속철도 노선에 코레일 KTX(산천 포함)를 투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가 SR을 설립해 SRT를 운영하는 것은 철도운송시장에서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이다. 그런데 경쟁을 안 시키는 데 우선 문제가 있다. 시장경쟁이라면 동일한 조건(open access)에서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수서역에선 SR의 SRT고속열차만 경부선, 호남선 다니게 하더니 이번엔 전라선과 경전선, 동해선까지 디니게 했다. 하지만 코레일 KTX는 수서에서 못 다닌다. 이 자체만으로 우선 시장 경쟁 원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시장경쟁이면 SRT도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경부선, 호남선, 강릉선 고속철도를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코레일과 SR을 분리해 운영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두 번째 문제는 효율성은커녕 해괴한 철도운영사 분리 운영으로 추가비용만 연간 약 520억원 발생한다. 분리 운영 8년 동안 누적된 추가비용만 수천억원 규모다.

왜 그럴까. 이유는 엉터리 철도산업 분리구조에 있다. 철도청이 철도공사가 되고, 그 철도공사는 다시 열차를 운행하고 관리하는 코레일과 궤도 등 철도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KR(국가철도공단) 두 공기업으로 분리됐다. 즉 상부는 코레일 하부는 케이알이 맡고 있다.

이 같은 분리이후 코레일은 케이알에 철도 이용료를 낸다. 케이알이 철도 유지보수 관리를 해야 하는데 능력이 안 돼 유지보수를 다시 코레일에 맡기고 그 비용을 코레일에 지불한다. 이럴 거면 왜 분리했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철도 민영화로 효율성 제고한다며 만든 SR이다. SR은 열차도 없고 철도인프라도 없고, 기술도 없다. 그래서 SR은 코레일로부터 열차를 빌려 사용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며, 열차 유지보수도 코레일에 의뢰한다. 당연히 철도가 없으니 케이알에 철도 이용료를 지불하고, 케이알은 SRT가 다닌 노선의 유지보수를 당연히 또 코레일에 맡긴다.

이런 비정상적인 분리 운영으로 연간 발생하는 추가비용이 500억원을 넘는다. 지금이라도 DB(독일철도공사) 사례처럼 이른바 한국철도지주기업 설립해서 그 아래에 코레일과 케이알만 운영하면 된다. SR은 당연히 코레일과 통합하는 게 맞다.

끝으로 철도산업 자체는 자연독점산업이다. 자연독점산업이라는 얘기는 애초부터 경쟁시장이 아니라는 것으로, 철도산업에서 경쟁자체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철도산업 효율화라는 미명아래 엉터리로 운영기관 분리해 SR에만 좋은 경쟁을 지속하며 추가 비용을 낭비하는 분리운영을 중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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