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중립수역 해당 민간선박 항행 보장
실상은 금단구역 수천년 이어진 수운기능 정지
NLL과 달리 남북합의로 군사충돌 없어 안전
섬 관광 활성화와 수운물류 기능 시너지 기대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마포와 영등포의 지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서울은 예로부터 수운 기능이 활발한 도시였다. 백제와 고구려, 신라는 과거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해상강국에 등극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은 수운이 막힌 도시다. 정전협정이 보장하는 한강하구 민간항행이 활성화된다면, 이는 수도권 물류·관광에도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다”

윤여군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 공동운영위원장의 설명이다. 7월 27일은 북한·중국·미국이 6.25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이 시기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가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면서 배를 띄우기 어려워져 평화축제로 대신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밤 10시를 기해 중단됐다. 당시 국제연합군(UN군) 총사령관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3자가 휴전에 서명했다.

정전협정에 제3국 감시기구로 중립국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물리적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 구축, 정전 이행과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전협정은 육지 군사분계선만을 기준으로 비무장지대를 뒀다.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에서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정동리로 이어지는 248km 구간에 남북이 각각 2km 구간을 후퇴했다.

한강하구 (자료출처ㆍ인천연구원)
한강하구 (자료출처ㆍ인천연구원)

해상구역 군사분계선 없어...한강하구는 남북 중립수역

반면, 해상구역은 군사분계선이 없다. 대신 남북은 해상에서 분쟁을 막는 완충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이 끝나는 지점인 한강하구를 중립수역으로 뒀다. 임진강하구에서 남측 볼음도와 북측 굴당포 사이까지 동서 길이 약 67km의 수역이 해당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조차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 NLL은 정전협정 때 합의한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유엔사령관이 정전협정을 매듭짓기 위해 연합군 군함과 항공기의 이북 진출을 금지하기 위해 그은 선이다.

정전협정 제1조 5항은 한강하구가 중립수역으로 민간선박은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다. 통행을 위해서는 선박 길이와 톤수, 국적, 선주의 성명과 국적, 선박 등록 항구 등을 명기한 등록증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금단구역이다.

한강~아라뱃길~서해 여객선 항로 구상도.(자료제공 인천시)
한강~아라뱃길~서해 여객선 항로 구상도.(자료제공 인천시)

아라뱃길 넘어 한강하구까지 서해뱃길 기대효과 커

이는 70년 넘게 남북분단과 안보규제가 고착화되면서 생긴 결과다. 정전협정 상 민간선박 왕래가 가능한데도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통제하고 있다. 이는 물류·여객 등 수도권 수운기능에도 제약을 미친다.

그나마 최근 서울시가 아라뱃길을 이용해 복원하려 하는 여의도~서해 뱃길을 한강하구를 이용하는 경로로 구상해볼 수 있다. 이를 확장해 강화도와 김포 사이 염하를 거칠 경우, 인천의 모든 섬들이 한강의 물길과 이어지게 된다.

다만, 물리적 제약으로도 당장 배가 드나들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기도 고양시와 김포시를 잇는 김포대교 옆 신곡수중보가 뱃길을 막고 있다. 또한 배가 한강하구를 나와도 강화대교가 교각이 낮아 소형선박이 아니고선 통과할 수 없다.

민주평통 인천지역회의와 인천 '평화의 배 띄위기' 조직위원회는 지난 2018년 7월 정전협정 65년을 맞아 정전협상 상 중립수역인 한강 하구에 배를 띄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사진은 평화의 배가 북방어로한계선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
민주평통 인천지역회의와 인천 '평화의 배 띄위기' 조직위원회는 지난 2018년 7월 정전협정 65년을 맞아 정전협상 상 중립수역인 한강 하구에 배를 띄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사진은 평화의 배가 북방어로한계선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

하지만 이는 제도적으로 한강하구 민간항행이 실현된 후에 걱정할 문제로 충분히 극복할 방안이 있다.

지난 2018년 7월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 당시 서울 여의도 마리나에서 출발한 선박은 고양 행주나루와 김포 영사정을 지나 만조시간에 맞춰 신곡수중보를 거뜬히 넘은 바 있다. 어로한계선까지 약 35km를 항행했다.

강화 염하 구간의 경우 당장 선박이 강화대교를 통과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라뱃길을 나온 선박이 초지대교를 지나 강화대교까지 접근할 수는 있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노선도 가능하다. 염하에서 바라보는 광성보 초지진 등 강화도 해안선은 관광상품으로써 가치가 충분하다.

한강하구는 남과 북의 중립수역으로 합의된 곳이다보니 NLL과 다르게 군사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구역이기도 하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분단체제로 인해 사고회로가 막힌 결과이기도 하다.

윤여군 한강하구중립수역평화축제 위원장은 “한강에서 경인아라뱃길을 거쳐 서해까지 물길이 연결돼있긴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성된 아라뱃길은 해운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한강하구가 뚫리면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 전체가 해운·수운이 열리는 도시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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