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회부 없이 MOU 예정
보도 통해 논란 되자 “확정된 것 없다” 해명
경제청 내부에선 “최근 들어 시 정부 패싱”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도시공사(iH)가 송도국제도시 알짜배기 땅인 이른바 ‘R2 블록’을 개발하는 방안을 두고 기존 경쟁입찰방식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상 거쳤던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자문 과정을 생략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 이른바 ‘유정복 인천시장 패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경제청과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K사는 ‘R2 블록’을 ‘K-팝(케이팝) 시티’로 개발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R2 블록의 토지주는 iH인데 수의계약방식으로 토지를 매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블록.
송도국제도시 8공구 R2 블록.

인천경제청-iH, R2 블록 수의계약 검토

송도 8공구에 위치한 R2 블록(면적 15만㎡, 약 4만5000평)은 iH가 소유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13년 iH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R2 블록(당시 감정가 5141억원)을 현물 출자했다.

이후 사업성 등을 위해 용적률은 기존 500%에서 800%로, 건축 높이는 70m 이하에서 170m 이상으로 완화했다. 현재 감정평가액은 약 7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선 7기 당시 높은 용적률을 두고 반발이 나왔고, 용적률을 600%로 일부 조정했다. 

인천경제청과 iH는 최근 R2 블록 매각을 위한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엔 인천경제청, iH, 부동산 개발회사 K사 등이 참여했고, 이들은 이달 중 R2 블록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할 계획을 세웠다.

K사는 회의에 참여한 유일한 부동산 개발회사로, 사실상 K사를 개발주체로 염두에 둔 협약이 아니냐는 것과 이 과정에서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를 생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 기피 논란

인천시는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투자유치기획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의 안건 심의 대상은 인천시 본청과 사업소·출장소, 공사·공단에서 추진하는 투자유치 사업이며, 이들 기관은 양해각서·협약서 등 체결 전 단계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규정에 ▲33만㎡(11만평) 이상 또는 총 사업비 1000억원 이상 ▲개별기업 유치 사업 7000㎡(약 2120평) 이상 또는 총 사업비 300억원 이상 등에 한해 투자유치사업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단순상호 협력을 내용으로 하거나 투자유치를 완료한 상태에서 상호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등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인천경제청은 인천시의 출장소이며, iH는 인천 지방 공기업(공사) 이다. 모두 심의 대상 기관이며, 땅값만 7500억원 이상으로 심의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단순 상호협력이라는 근거로 위원회 심의를 피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 행정청이 기관별 사안을 존중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이다. 자연히 인천시장에게 보고가 된다. 위원회 심의 기피를 두고, ‘유정복 시장 패싱’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경.(사진출처 인천경제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경.(사진출처 인천경제청)

"인천경제청 최근 들어 인천시 패싱"

인천경제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천경제청이 위원회 심의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위원회 심의가 이중규제이다’라는 이유로 위원회 심의 기피를 내부 지침으로 정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의 다른 관계자는 “(R2 블록 개발사업을 두고) 내부에서 우려가 많았다. 원칙대로라면 이 정도 규모 사업은 위원회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인천시 고위관계자는 “(R2 블록 개발 사업과 관련해) 유정복 시장이 현재 언론에 나오는 상황까지 알지는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지적되는 내용만 봤을 때 사업이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R2 블록 개발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다”며 “최근 인천경제청이 위원회 심의에 상정한 사업은 ‘송도 6·8공구 개발사업’과 ‘롯데바이오 플랜트 건설사업’ 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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