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과 성균관대박물관, 검여 유물 관련 업무협약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인천이 낳은 서예 거장 검여 유희강 선생의 작품을 인천에서 상시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검여는 추사 이후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 받는 인천이 배출한 서예 거장이다. 검여는 국전(대한민국 미술대전) 추천작가와 심사위원 등을 맡아 한국 현대 서예를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인천에 수장고가 없어 검여의 후손이 검여의 모교 성균관대로 기증해 상실감이 컸는데, 인천에서 볼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

인천시립박물관은 5월 2일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과 김대식 성균관대학교박물관 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검여 유희강 관련 유물 교류와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고 밝혔다.

오른손 마비 후 왼손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검여 유희강 선생(권상호 교수).
오른손 마비 후 왼손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검여 유희강 선생(권상호 교수).

검여 유희강(1911~1976년)은 1911년 5월 22일 경기도 부평군 서곶면 시천리(현재 인천시 서구 시천동) 57번지에서 태어났다. 검여가 태어난 지 28일이 되던 날, 그의 부친이 작고하는 바람에 검여는 큰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4살 때부터 한문을 익힌 그는 일찍이 서예의 토대를 닦았다. 검여는 1934년 명륜전문학원(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고 1938년 중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는 등 새로운 학문을 닦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검여는 중국에서 8년 동안 서화와 금석학, 서양화를 공부했다. 이 시기는 검여 예술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검여만의 북위해서풍 서체와 회화에서의 공간 구성법은 이때 만들어졌다.

검여는 해방 이후 1946년 귀향해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많은 예술단체를 조직하고 중책을 맡았다. 인천예술인협회, 인천문총, 대동서화동연회, 대한미술협회 등의 활동은 물론 석남 이경성의 뒤를 이어 2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7년(1954~1961년) 동안 맡았다.

검여는 1968년 9월 7일 새벽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다. 2주 만에 깨어났지만 오른쪽 반신불수와 실어증 증세로 더는 서예가로 활동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검여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자들의 적극 권유로 검여는 왼손으로 서예를 다시 시작했다.

한쪽 날의 칼을 도(刀), 양쪽 날의 칼을 검(劍)이라 한다. 유희강의 아호 ‘검여(劍如)’에 담긴 운명처럼 검여는 양손을 빛나게 사용한 서예가로 부활했다.

검여 유희강의 ‘완당정게’. 추사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 작품은 검여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인천이 수장고가 없어 품지 못해 후손이 성균관대에 기증했다.
검여 유희강의 ‘완당정게’. 추사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 작품은 검여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인천이 수장고가 없어 품지 못해 후손이 성균관대에 기증했다.

검여는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으로 재임 중 ‘향토인천의 안내’ 책자를 발행하고 개관 10주년 기념전 ‘개인소장품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전쟁 이후 혼란 속에서도 인천에서 문화와 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다.

앞서 얘기한대로 검여 유희강 선생의 작품과 유품 등 관련 자료 1000여 점은 지난 2019년 성균관대학교에 전부 기증됐다. 그 뒤 이번 협약으로 인천시민도 상시 볼 수 있게 됐다.

협약에 따라 인천시립박물관은 상설 전시 3층 고미술실에 ‘검여 진열장’을 마련해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검여의 작품과 생전 사용하던 인장, 벼루, 붓 등의 소품들을 상설로 전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 기관은 2027년 개장하는 인천뮤지엄파크로 인천시립박물관이 이전하며, 이후 검여 선생을 기리는 전시 코너를 따로 꾸며 다양한 작품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데 뜻을 모았다.

김대식 성균관대학교 박물관 관장은 “검여 유희강은 인천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인천시립박물관 제2대 관장을 역임하는 등 인천과 관계 깊은 인물이다”며 “이번 협약이 검여의 다양한 작품을 많은 인천 시민에게 선보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인천 출신으로 한국 서예에 한 획을 그은 검여 선생의 자료를 인천시립박물관 상설 전시로 인천 시민에게 공개할 수 있게 돼 대단히 기쁘다. 업무협약을 흔쾌히 제안해 준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양 기관의 공동 노력으로 검여 선생과 자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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