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덕적 모래채취 구역 점박이물범 회유경로 한복판
골재·광물 채취구역 따로 존재... 해양관리계획 왜 있나
이미 대규모 모래채취 이뤄진 곳... 환경 파괴 우려 커
해안침식·어족자원 감소 등 환경단체 반발 더 커질 듯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최근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로 고시한 해역 일대가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이 서식과 번식을 위해 오가는 이동경로 한복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이 구역은 서해3도(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안전항로와 겹친다는 문제가 제기된 곳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바닷모래채취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ㆍ[관련기사] 굴업·덕적 바닷모래 채취구역 서해3도 항로 침범 안전위협

ㆍ[관련기사] 굴업·덕적 모래채취 재추진...환경단체 “해안침식 심각” 반발

점박이물범.(사진제공 인천시)
점박이물범.(사진제공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달 17일 옹진군 굴업·덕적 해역 광구 7개 면적 19.18㎢를 골재채취 예정지로 지정·고시했다.

골재 채취 기간은 지정일로부터 5년간이다. 추후 옹진군이 골재채취 업체를 대상으로 공유수면 점·사용을 허가하면,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게 된다. 채취 물량은 연간 480만~672만㎥ 수준으로 총 2968만1000㎥이다.

시는 향후 옹진군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과 함께 진행한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토대로 주민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옹진군이 골재채취 업체들과 공유수면 점·사용을 협의하고 허가가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굴업·덕적 모래채취 예정구역은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의 회유경로와 중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유경로는 서식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이동경로를 말한다.

해양공간관리계획상 점박이물범 회유경로와 굴업덕적해영 모래채취 예정구역이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공간관리계획상 점박이물범 회유경로와 굴업덕적해영 모래채취 예정구역이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키지도 않을 해양공간관리계획 존재 이유 의문

지난 2021년 9월 해양수산부와 인천시·경기도가 수립한 경기만 일대 해양공간관리계획을 보면, 점박이물범 등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 보호와 조사활동을 위해 연구·교육보전구역을 지정했다. 이 구역은 점박이물범 서식지와 회유경로를 토대로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해당 공간의 관리방안을 보면, 점박이물범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해양생물과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연구·조사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해양활동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시가 고시한 굴업·덕적 모래채취 예정 구역은 해양공간관리계획으로 지정한 골재·광물자원 개발구역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공간관리계획 대상 면적 1만1609㎢ 중 골재·광물자원 개발구역은 37㎢(0.32%)로 6개소다. 연평도, 석모도, 강화도 , 덕적군도 남쪽, 선갑도 인근 등으로 한정했다.

인천시는 해양공간관리계획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 해양환경과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심사과로부터 모래채취구역 예정지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 조회 요청을 받았다. 다만, 점박이물범 서식지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해 별다른 의견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를 비롯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옹진군 등 관계기관이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참고했다면, 이번 허가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키지도 않을 관리계획을 국정과제로 수립한 정부가 쓸데 없는 일을 한 셈이다.

해양공간관리계획상 골재광물자원 개발구역. 시가 예정지로 고시한 굴업덕적 해역 모래채취 구역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해양공간관리계획상 골재광물자원 개발구역. 시가 예정지로 고시한 굴업덕적 해역 모래채취 구역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이미 모래 퍼간 곳 또 푸나... 환경피해 우려 막심

게다가 모래채취 허가 예정 구역인 굴업·덕적 해역은 이미 대규모 모래채취가 이뤄진 곳으로 환경단체가 안 그래도 생태계 파괴를 크게 우려하는 곳이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회원사 13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곳에서 바닷모래 3300만㎥(연간 660만㎥)를 퍼갔다. 물론 당시엔 이를 따로 관리할 해양공간관리계획은 없었다.

인천 이외 국내 바다 곳곳에서도 모래채취로 인해 각종 어종들의 회유경로가 바뀌고 산란장이 파괴되는 등 수산업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와중에 국가가 정한 천연기념물까지 피해를 입을 상황에 직면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말로만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점박이물범에 대한 연구·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를 우려하며 십수년간 전문적인 연구를 촉구하고 있지만, 무시당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해사채취는 저어새 서식 피해, 해안침식, 어족자원 감소 등 섬 주민의 삶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공식 마스코트이기도 했던 점박이물범은 해양보호생물로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돼 있다. 번식지와 서식지를 오가는 회유성 동물로 국내에선 백령도가 가장 큰 서식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