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덕적 해역 19.18㎢ 바닷모래 채취 예정구역
해상풍력단지 항로 중첩 주민반발 몸살 앓고 또
서해5도 주민 전혀 몰라 생존권 위협 반발 예상
해양공간관리계획에 어긋나 국정과제 유명무실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옹진군 굴업·덕적 해역에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로 고시한 구역이 서해3도(백령·대청·소청도) 여객선의 안전항로를 침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선 안전항로는 유사 시 이용하는 여객선 항로인데, 해상풍력발전단지 예정구역에 이어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까지 추가 돼 서해 최북단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해사채취선 사진.(사진제공 인천환경운동연합)
해사채취선 사진.(사진제공 인천환경운동연합)

지난달 17일 인천시는 옹진군 굴업·덕적 해역 7개 광구 19.18㎢를 골재채취 예정지로 지정·고시했다.

골재 채취 기간은 지정일로부터 5년간이다. 추후 옹진군이 골재채취 업체를 대상으로 공유수면 점·사용을 허가하면,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게 된다. 채취 물량은 연간 480만~672만㎥ 수준으로 총 2968만1000㎥이다.

굴업·덕적 해역은 이미 대규모 모래채취가 이뤄진 곳이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회원사 13개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곳에서 바닷모래 3300만㎥(연간 660만㎥)를 퍼갔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모래채취 허가에 따라 추가적인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족자원 피해가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 지정은 환경피해 이외에도 여객선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북도서 안전운항 규정을 보면, 인천항에서 서해3도를 오가는 선박들은 기본항로 2개와 안전항로 1개를 이용하게 돼 있다. 이 중 안전항로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긴강상황 발생 시 모든 선박이 이용해야 하는 항로다.

인천시가 고시한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를 보면, 실제로 인천~백령 항로 여객선 안전항로와 상당부분 겹친다.

굴업덕적 해역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 백령도 방면 항로 안전항로와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굴업덕적 해역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 백령도 방면 항로 안전항로와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북관계 악화로 불안한데 안전항로 침범은 생존권 위협"

해당 사실은 서해5도 주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태헌 백령면 주민자치회장은 “해상풍력에 이어 모래채취 예정지까지 항로와 겹치는 것을 서해3도 주민들은 전혀 몰랐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유사 시 안전항로가 보전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셈”이라며 “골재채취 업체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게 옹진군과 인천시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모래 채취는 해상풍력발전단지와 달리 상시 구조물이 설치되진 않는다. 그러나 바닷모래 채취 선박이 해당 구역에서 상시 정박해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해역 일대를 점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당 작업을 위해선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도 필수다.

해양공간관리계획 용도구역.
해양공간관리계획 용도구역.

게다가 이번 굴업·덕적 바닷모래 채취 예정구역 지정은 해양공간관리계획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해양공간계획·관리에 관란 법률’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가 함께 국정과제로 지난 2021년 수립했다.

해당 계획에 따른 용도구역 지정 현황을 보면, 굴업·덕적 해역 일대는 골재·광물자원개발 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업활동보호구역이자 군사활동구역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천시 건설심사과 관계자는 “바닷모래 채취 예정지는 인천해수청과 옹진군 등과 관계기관 협의로 지정한 곳”이라며 “현재 해양환경영향 조사가 진행 중으로 최종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향후에도 주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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