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훈 연구모임 오늘의 상상 준비위원

인천투데이ㅣ선거는 정치인한테만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해 20대 대선을 생각해보라. 선거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내년 22대 총선은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선거다. 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윤 대통령의 뜻대로 국정운영을 결정할지, 야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국정을 견제하게 할지,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는 선거다.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아쉬운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

국회는 3월 27일부터 2주간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연다. 2004년 ‘국군의 이라크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 토론 이후 19년 만에 열리는 전원위원회다. 다음 달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개회를 합의한 것만 해도 큰 걸음을 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비례의원 증가를 차단하고 300명 정수를 그대로 하는 안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소선거제와 정당명부식 비례제는 대량 사표를 발생시켜 지역주의 고착화, 극렬한 대결구도 정치체제를 반복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권역별 비례제와 비례의원 증수가 필요하단 주장이 합리적인데 또 다시 의원 정수 확대 반대라는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정개특위가 제안한 세 가지 방안은 ①‘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②‘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 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③‘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개정 결과에 따라 정당이나 초선, 다선의원의 총선전략이 크게 바뀔 수 있다. 특히 진보정당은 선거법 개정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의원이 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예산 총액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급여의 반액을 삭감하자는 제안까지 나오니 전원위원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권역별 비례는 지금 의원 정수라면 인천은 2~3석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선거법 개정이 또 유야무야되면 당연히 1석 이상 늘어야 하는 인천의 의석은 13석 그대로 유지될 우려가 있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것은 ‘윤석열당’

국민의힘은 기존의 여당 행보와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당정논의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추진한 집무실 용산 이전부터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첫 내각은 총선 후보 경쟁력을 높이고 인사청문회 통과도 여유롭게 정치인 입각을 예상했지만 전혀 아녔다. 첫 집권여당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야당과 협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 공안정국 조성은 사실상 협치 할 생각이 없음을 방증한다.

이런 윤대통령의 행보의 목표는 대놓고 국민의힘 당 대표를 점지한 전당대회 개입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윤석열당’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총선 공천은 대통령의 뜻대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 앞에 등장한 숱한 검사 출신 인사 등이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당선 가능성 높은 지역부터 후보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다. 반부패를 내건 공안정국은 더 강화돼 검찰의 칼날은 국민의힘에도 갈 것이라고들 한다. 이를 ‘공천 혁신’이라 주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당의 이미지를 새로 만들어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 할 것이다.

탈당과 분당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후 국민의힘 당선자와 국민의힘 성향의 당선자를 다시 모을 것이고 그 때는 그야말로 ‘윤석열당’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졌잘싸’에서 ‘감나무 아래 눕기 전략’ 중

지금까지 선거에 패배한 정당은 패인을 분석하며 책임자들이 머리를 숙였고, 당 쇄신안을 제시했다. 그래야만 유권자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게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라는 역대급 표차에 인수위부터 윤석열 당선인의 헛발질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책임, 쇄신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적극지지층만 바라보며 안주했고 변화를 기피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민주당의 처지가 분명해진다. 이재명 대표 사퇴에 대해 찬성 48.5% 반대 46.1%로 반반인데 민주당 지지자만 보면 80.4%가 대표직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조원씨앤아이, 3월11~13일, 국내 2004명 무선 RDD ARS, 오차범위 ±2.2%, 95% 신뢰수준)

지지층 안에 고립된 것이다.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선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데 이대로 가면 소극적 지지층은 더 이탈할 것이다. 정당은 늘 외연 확대에 총력을 다 했고 그렇게 확보한 소극적 지지자가 있어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 이후 2012년 19대 총선까지 민주당은 선거 패배와 쇄락을 거치는 동안 지지층에 감싸여 25%대 지지를 유지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연 확대에 총력을 다 한 2012년 총선 때 변화를 감지하고 체감했다.

현재 민주당이 ‘지금 이대로만 가면 이긴다’는 착각은 윤 대통령의 실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1년쯤 40%대를 회복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수도권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비상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감나무 아래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전략’은 굉장히 불안하다. 끝까지 정부와 여당의 실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걸 상수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소극적 지지층의 경우 투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다. 이것도 '감나무전략'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인천 투표율 48.9%는 사전투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 50%대 투표율이 무너진 사례였다. 결국 민주당의 소극적 지지층이 대거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 투표율은 50% 후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의 소극적지지층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현재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엔 소극적지지층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데 눈치를 보지만 여전히 민주당은 싫어서 국민의힘을 지지할 이른바 ‘샤이보수’다.

정치가 늪에 빠졌다. 국민이 허우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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