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항만시설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이주키로 한 인천 중구 연안·항운아파트 인근에 인천시가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하면서 행정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십수년간 제기된 민원에 따라 항운·연안아파트 주민을 이주시키면서 인근에는 지난달 11일 새로운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허가했다. 과거와 같은 민원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11일 시 도시건축위원회는 도시관리계획(항동 1-1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변경안을 가결하고 같은달 30일 고시했다.

해당 안건에는 연안·항운아파트를 포함해 일반상업지역으로 묶인 항동 1-1 지구단위계획구역 블록 4개 중 1·3블록 일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주거용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계획구역은 지구단위계획 구역 중에서 창의적인 개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때 별도의 개발안으로 반영하는 구역을 뜻한다.

또한, 시는 연안·항운아파트가 있는 2·4블록은 업무·문화·집회·관광숙박 등 시설만 가능하게 제한했다. 주변 지역에 물류창고·제조공장 등이 많고, 화물차 이동이 많아 소음·진동·분진 피해가 커 주거입지가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연안·항운아파트 이주 결정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축항대로 하나를 두고 반대편에는 주거용 건축을 허용하는 모순적인 행정 판단을 했다.

항동 1-1구역 지구단위계획. 노란색 부분이 연안아파트와 항운아파트 자리다. 1블록 빗금쳐 있는 곳이 인천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주거용 건축을 허용한 구역이다. 
항동 1-1구역 지구단위계획. 노란색 부분이 연안아파트와 항운아파트 자리다. 1블록 빗금쳐 있는 곳이 인천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주거용 건축을 허용한 구역이다. 

이를 두고 인천 항만업계에선 “연안·항운아파트 인근은 항만 물류수송에 따른 화물차량으로 인해 비산먼지와 소음 등 환경피해로 장기적인 집단민원이 제기된 곳인데 오피스텔 입주로 같은 민원과 행정낭비를 되풀이할 수 있어 항만·물류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를 두고 집단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10일 2·4블록 일대에 토지를 소유한 법인 8개와 개인 4명은 시 도시계획과에 집단민원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와 일체의 소통이 없어 해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재산권 침해를 당했다. 1·3블록만 주거용 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편파적인 행정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1·3블록은 2·4블록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보세창고·물류창고·공장 등이 형성돼 있다. 1·3블록의 주거여건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4블록만 주거용 건축물을 불허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상적인 재산권 회복이 이뤄질 수 있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는 “연안·항운아파트 이전 후 올해 말 용지활용방안 마련 시 항동 1-1구역 2·4 블록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소유주들의 의견을 듣고 일부 용도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라는 의견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다.

항운·연안아파트는 인천항 물류단지 한가운데 위치해 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수십년 간 겪었다. 아파트는 1983년과 1985년 완공됐는데, 이후 인근에 인천항 물류단지가 계속 들어서면서 공장과 항만시설에 둘러싸여 먼지·소음·악취 등의 피해를 받은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2001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 배상을 신청했고, 조정위는 시 등이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시는 2006년 주민들을 송도 9공구(아암물류2단지) 토지에 이주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지 가격 산정방식을 놓고 시와 인천해수청이 의견 차를 보이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주민들이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뒤 권익위의 조정으로 올해 초 18년 남에 마무리됐다. 이로 인한 갈등과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그럼에는 시는 연안·항운아파트 인근에 주거시설이 들어 설 수 있게 했다. 모순된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처했다. 해운·항만업계에선 같은 민원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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