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원고들이 피해 명백하게 증명 안해”
“피해사실 이미 명확한데, 이해 안되는 판결”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법원이 인천 서구와 중구 등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관련 피해 주민들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을 ‘패소’ 판결했다.

인천지방법원 민사16부(장민석 부장판사)는 14일 열린 서구 청라와 검단 주민들이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 재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9년 5월 발생한 적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검단 주민 5200명과 청라주민 1100명은 인천시를 상대로 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수돗물 피해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피해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수돗물 피해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피해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14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재판부는 적수 사태 당시 인천시 공무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민들의 정신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시의 위법한 직무수행으로 적수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정신적 고통이 발생해야 한다”며 “고통은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수 사고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원고들이 명백하게 증명하지 않는 한 모두의 거주지에서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돗물이 공급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일부 원고들이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돗물을 공급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시가 생수를 지원하거나 수도 요금 3개월치를 면제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 보상을 했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도 치유됐다고 봐야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적수 사태는 2019년 5월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으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물의 방향이 바뀌자 높아진 수압으로 노후 관로의 이물질이 떨어져 나가 수돗물에 섞여 주민들에게 공급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서구와 영종·강화지역 주민들은 인천시가 수돗물 정상화를 선언하기 전인 같은해 8월까지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씻을 때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했다.

인천시는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대별 평균 16만원을 보상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피해 보상액에 반발하며 시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집단 소송에는 총 8000여명이 참여했으며 보상 요구액은 1인당 20만원이나 50만원으로 총보상 청구액은 25억원에 달했다.

해당 소송 재판을 지속 참관했던 배석희 전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장은 “피해를 받은 사실이 명확하게 있음에도 패소 판결은 이해가 안된다”며 “판결문이 오면 주민들과 항소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배 소송과 별개로 별개로 피해를 입은 서구 주민들이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등을 직무유기·수도법위반·업무상과실치상죄 등 위법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사건은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4명을 ‘공전자기록 위작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공촌정수장 탁도를 측정하는 탁도계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혐의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탁도를 숨긴 사실이 없다”거나 “상급자가 시켜 탁도계를 만졌다”고 진술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3일 진행한 결심공판에서 공무원들에게 징역 4개월~1년을 구형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선고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17일로 기일이 연기됐다. 이에 형사 재판이 연기되면서 14일 예정된 손배 선고 재판도 연기 가능성이 나왔으나 이날 재판부가 선고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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