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선고 기일, 형사 선고 취소로 연기 가능성
시 “원고들이 피해 증명 시도 조차 안해” 주장
“소송 대상 놓고 3년 끌다, 황당 주장” 비판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천 서구와 중구 등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 관련 피해 주민들의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첫 집단 소송 제기 3년이 넘었는데 4년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인천 붉은 수돗물 소송’을 추진한 단체 등은 오는 14일 오전 9시 55분 인천지방법원 409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재판이 연기될 전망이라고 1일 밝혔다.

적수 사태 당시 수돗물 피해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피해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적수 사태 당시 수돗물 피해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올라온 피해 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지난해 12월 6일 변론은 종결했지만, 적수 사태와 관련해 은폐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공무원 4명의 형사사건 재판 선고 기일이 취소되고 변론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애초 형사사건 재판은 지난달 27일이 선고 기일이었다. 변론 재개는 판결 선고 전 심리가 미진한 점이 확인되거나 새로운 증거가 나왔을 때 재판부 직권으로 정한다. 형사 재판 변론 기일은 다음달 17일로 정해졌다.

손배 소송을 포함한 민사 소송이 형사 재판과 관련이 있을 경우, 보통 형사 재판 판결 후 민사 소송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손배 소송 선고 재판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적수 사태는 2019년 5월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으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물의 방향이 바뀌자 높아진 수압으로 노후 관로의 이물질이 떨어져 나가 수돗물에 섞여 주민들에게 공급되면서 발생했다.

이에 서구와 영종·강화지역 주민들은 인천시가 수돗물 정상화를 선언하기 전인 같은해 8월까지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씻을 때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했다.

인천시는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대별 평균 16만원을 보상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피해 보상액에 반발하며 시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집단 소송은 총 4건으로 8000여명이 참여했으며 1인당 20만원이나 50만원이며 총보상 청구액은 25억원에 달한다. 인천지법은 4건을 모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손배 소송과 별개로 피해를 입은 서구 주민들이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등을 직무유기·수도법위반·업무상과실치상죄 등 위법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해 검찰이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4명을 ‘공전자기록 위작 및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공촌정수장 탁도를 측정하는 탁도계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혐의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탁도를 숨긴 사실이 없다”거나 “상급자가 시켜 탁도계를 만졌다”고 진술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3일 진행한 결심공판에서 공무원들에게 징역 4개월~1년을 구형했다.

손배 소송과 관련해 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형사 재판 선고 연기로 민사 재판도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 담당 변호인들이 지난달 13일 손배 소송 재판부에 제출한 참고서면을 보면, 시는 “소송 원고들이 먹는 물 기준치에 미달하는 수돗물을 공급받은 사실을 당연히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아직도 그러한 주장·증명을 하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을 계속 참관한 배석희 전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장은 “인천시가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 중 배상 대상이 아닌 주민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3년을 끌다가 갑자기 이미 피해가 다 증명된 사태를 두고 피해를 증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장기간 사태가 발생해 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피해 보상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시의 갑작스런 주장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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