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인천시가 부평 캠프마켓의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국방부에 요청하면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민단체는 인천시의 불통행정을 지적하며 병원 건물 철거를 저지하기 위한 단식농성 돌입도 선언한 상태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7일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시작한 뒤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인천시는 3일 만에 국방부에 철거 중지를 요청했다.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조병창 건물 존치·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B구역 내 일제강점기 조병창 시절 병원 건물.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B구역 내 일제강점기 조병창 시절 병원 건물.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와 부평구 공무원,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부평숲추진위원회’와 소통간담회를 3차례 진행했다. 지난 18일 열린 마지막 간담회는 부평숲추진위가 불참하면서 1~3차 회의를 정리하는 자리로 진행했다.

3차 소통간담회에선 존치와 철거를 두고 의견차를 보이는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과 부평숲추진위가 투표 등으로 시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시는 마지막 간담회에서 회의록 서명을 거부했고 간담회는 합의사항을 기록하지 못한채 사실상 무산됐다.

마지막 간담회 다음날 시는 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국방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9일 국방부에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 관계자들은 기자회견과 시장실 앞에서 농성을 하며 “시가 소통간담회에서 합의한 내용을 무시한채 불통행정으로 병원 건물 철거를 강행한다”고 반발했다. 오는 25일부터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예고도 했다.

일본육국조병창은 1941년 일제가 대동아 침략전쟁을 위해 조선에 지은 무기제조 공장으로 현재 캠프마켓에 있다. 당시 조선인 1만명이 넘게 강제로 조병창에 노역으로 동원됐는데, 강도 높은 노동으로 다치면 조병창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에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 침략전쟁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근대건축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의 토양 오염이 확인되면서 보존을 위해선 정화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토양환경보전법에 근거한 토양 오염 정화 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것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인천시와 문화재청, 국방부 등은 토양 오염 정화와 조병창 병원 건물을 비롯한 캠프마켓 내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해 협의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협의 과정 중 병원 건물 철거를 시작했고, 이에 앞선 지난해 9월 시와 문화재청, 국방부가 병원 건물 철거를 이미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었다.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은 ‘지상플로팅과 지하 확장 공법’ 등을 적용하면 기간 내에 오염 정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환경부 토양오염물질 위해성 평가 지침에 ‘정화책임자는 건축물 등의 하부가 오염돼 현행 정화 방법으로 4년 내 정화가 불가능한 경우 환경부에 위해성평가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정화기간을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밝히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의 철거는 신중해야 한다. 한번 철거한 건물은 다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 철거를 중단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소통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실제로 간담회에서 합의한 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서명까지 거부한 것은 소통이 아닌 불통행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오는 25일부터 시민단체가 철거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갈등 해소를 위한다며 갈등관리전문가의 중재 속에 진행한 소통간담회이다. 시가 합의 사항을 스스로 거부함에 따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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