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CCTV관제센터 자리 확보 이유로 내쫓은 셈
인천 유일 국립 문화재연구소 잃어... 돌아올지 미지수
명칭도 서울문화재연구소 변경... 강화역사 발굴 우려
행·재정적 지원 미비 지적에 인천시·강화군 ‘나몰라라’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문화재청 산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인천을 떠나게 됐다. 국립 문화재 연구기관을 어렵게 유치해놓고 잃게 된 것에 인천시와 강화군의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관 후 6년 가까이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이룬 성과들은 빛이 바래졌다.

문화재연구원 산하기관인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난 10월 인천 강화군 옛 강화도서관 건물에서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별관으로 이전했다.

이름도 ‘강화’를 빼고 서울문화재연구소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인천 강화지역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있었던 옛 강화도서관 건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있었던 옛 강화도서관 건물.

CCTV관제센터 이유로 옛 강화도서관서 내쫓고 정작 활용 안해

강화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연구원의 지방연구소 신설 사업으로 지난 2017년 3월 문을 열었다. 경주·부여·가야·나주·중원 문화재연구소에 이어 6번째였다. 당시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상복 강화군수는 문화재청에 유치를 적극 건의했다.

유치 후 강화군은 연구소에 옛 강화도서관을 5년간 무상 임대해줬다. 그러다 지난해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연구소는 무상임차 계약을 2년 연장해달라고 강화군에 요청했다. 강화군 길상면에 건립 중인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가 준공될 때까지 사정을 봐달라는 요청이었다.

강화문화재연구소가 건립하는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는 애초 2020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내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강화군은 폐쇄회로(CC)TV 통합관졔센터를 옛 강화도서관으로 옮겨야 한다며 연구소를 빼라고 했다. 결국 대체 공간을 찾지 못한 연구소는 서울로 이전했다. 하지만 강화군은 옛 강화도서관 건물을 CCTV 통합관제센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강화군, 고려역사 발굴 주무부서 있어도 소통은 전무

어렵게 유치한 국립 문화재연구소를 서울에 내어주게 되면서 인천시와 강화군의 관리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각각 고려역사 발굴 사업 등 문화재 관리 주무부서들이 존재하지만, 연구소와 협력·소통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화군 관계자는 “강화문화재연구소는 국립 기관이라 따로 군이 관리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없었다. 군은 자체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화문화재연구소가 강화도에 있었던 만큼, 강화군과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인천시도 연구소와 별다른 교류나 지원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화중성 성벽과 치성.(사진제공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강화중성 성벽과 치성.(사진제공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6년간 고려시대 묘역·성곽 등 발굴 성과 무색

강화군은 선사시대 고인돌과 고조선 참성단, 고구려 전등사, 고려 강화천도 시기 유적 등 문화유산이 즐비해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하지만 발굴 작업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강화문화재연구소의 큰 역할이 기대됐고, 성과도 컸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강화 교동도에 유배된 고려 21대 임금 희종(재위 1204~1211)의 석릉(碩陵, 사적 제369호) 주변에서 잘 보존된 3단 구조 무덤과 지진구, 석수 등을 발견했다. 고려시대 묘역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찾은 셈이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고려가 강화도에 쌓은 성곽인 ‘강화 중성’에서 치성 추정 시설물이 발견됐다. 치성은 성벽 바깥쪽에 돌출시켜 조성한 방어 시설이다. 강화도성의 성곽 구조와 운영방식을 추정하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지자체의 푸대접으로 서울로 짐을 싸면서 6년여 만에 이룬 성과들은 빛이 바래졌다. 강화군은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가 준공되면 연구소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보고 있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가 준공되더라도, 연구소 본 사무소가 들어갈지, 일부 발굴팀이 들어갈지 정해지진 않았다. 연구센터는 내년 준공 후 운영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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