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인천의 인구가 약 300만명에 달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98조원에 이르는 국내 3위 도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커도 도시의 품격은 한참 뒤떨어진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하나 품지 못하는 게 인천의 현실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인천시와 강화군의 푸대접에 인천을 떠나고 말았다. 어렵게 국립문화재연구소를 유치해놓고 인천시와 강화군의 소홀에 떠났다. 이사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이름까지 변경해버렸다.

강화문화재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화ㆍ고려사 분야 역사와 유적은 연구한 국립 연구소이다. 2017년 개관 후 6년 가까이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이룬 성과들도 많았지만, 모두 빛바랜 일이 돼 버렸다. 강화문화재연구소의 성과를 계승할 조직도 없다.

강화문화재연구소는 옛 강화도서관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화군이 옛 강화도서관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강화문화재연구소는 갈 데가 없게 됐다.

인천시와 강화군이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강화문화재연구소는 계속 강화에 남아 발굴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구하지 못한 강화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0월 인천 강화군 옛 강화도서관에서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 별관으로 이전했다.

공간만 이전한 게 아니다. 연구소 명칭도 이름에서 ‘강화’를 빼고 서울문화재연구소로 변경했다. 이로써 강화ㆍ고려 문화와 역사를 유일하게 연구한 강화문화재연구소는 6년여 만에 막을 내렸고, 그 동안 성과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강화군은 선사시대 고인돌과 고조선 참성단, 고구려 전등사, 고려 강화천도 시기 유적 등 문화유산이 즐비해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현재 행정구역상 강화군이 인천시에 속하지만 구한말까지만 해도 강화군은 개성과 더불어 종2품이 관할하는 유수에 해당하는 중요한 곳에 해당했다. 인천도호부와 격이 달랐다. 특히, 강화문화재연구소는 묵묵히 ‘지붕없는 박물관’에서 고려 유적을 발굴하며 강화의 위상과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 2019년 6월 강화 교동도에 유배된 고려 21대 임금 희종(재위 1204~1211)의 석릉(碩陵, 사적 제369호) 주변에서 잘 보존된 3단 구조 무덤과 지진구, 석수 등을 발견했다. 고려시대 묘역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찾은 셈이다.

또한 지난 2021년 12월앤 고려가 강화도에 쌓은 성곽인 ‘강화 중성’에서 치성 추정 시설물을 발견됐다. 치성은 성벽 바깥쪽에 돌출시켜 조성한 방어 시설이다. 강화도성의 성곽 구조와 운영방식을 추정하는 근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인구300만명 경제규모 98조원에 달하는 국내 3위 도시 인천의 품격은 강화문화재연구소를 품지 못했다. 게다가 유치할 땐 언제고 6년여 만에 나가라고 등 떠밀었다. 한심한 일이다.

강화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연구원의 지방연구소 신설 사업으로 지난 2017년 3월 문을 열었다. 경주·부여·가야·나주·중원 문화재연구소에 이어 6번째였다. 당시 민선 6기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상복 강화군수는 문화재청에 강화문화재연구소 유치를 적극 건의했다.

유치 후 강화군은 연구소에 옛 강화도서관을 5년간 무상 임대해줬다. 그러다 지난해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연구소는 무상임차 계약을 2년 연장해달라고 강화군에 요청했다. 강화군 길상면에 건립 중인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가 준공될 때까지 연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강화문화재연구소가 건립하는 수도권문화재연구센터는 애초 2020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내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강화군은 연기를 안 해줬다. 강화군은 폐쇄회로(CC)TV 통합관졔센터를 강화문화재연구소가 사용 중이던 옛 강화도서관으로 이전해야하다며 나가라고 했다. 결국 대체 공간을 찾지 못한 연구소는 서울로 떠났다. 그런데 강화군은 옛 강화도서관 건물을 CCTV 통합관제센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어렵게 유치한 국립문화재연구소였고, 이름도 강화문화재연구소로 국내 강화와 고려사 분야 연구에 특화된 기관이었으며, 훌륭한 성과들도 거뒀다. 하지만 약 6년만에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인구 300만 GRDP 98조원 인천의 정말 창피한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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