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동구노인복지관이 ‘후원금 횡령·갑질·성희롱’으로 얼룩졌다. 오죽하면 동구노인복지관 종사자가 스스로 위수탁계약 해지를 동구에 요구하고 있다. 해를 넘겨 지속되는 요구에 이젠 동구가 결단해야 한다.

지난 4일 민주노총 다같이유니온 동구노인복지관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는 ‘후원금 횡령·갑질·성희롱’ 등을 저지른 수탁기관 한국장로교복지재단과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이미 지난해 9월 동구의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동구는 ‘후원금 횡령·갑질·성희롱’ 문제가 불거지자 자체 감사까지 진행했다. 동구는 이미 지난해 2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감사 과정에서 A관장이 후원금 횡령·갑질·성희롱 등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동구노인복지관 A관장은 공익재단이 취약계층 B씨의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한 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관장은 B씨가 사망하자 자신의 계좌로 B씨의 공과금을 제외한 전세보증금 469만6430원을 입금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 사건은 현재 경찰이 입건해 수사 중이다.

A관장의 부도덕성은 횡령에만 그치지 않았다. 동구노인복지관 전·현직 직원들은 지난 2019년 취임한 A관장이 자신의 아들 숙제와 관장실 청소, 설거지, 세탁 의뢰 등의 일을 시키고 지역 교회 예배 출석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 직원에게 피임기구 사용 여부, 성관계 경험 등을 물으며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도 더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감사로 드러났지만 A관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동구는 위수탁 계약 당사자인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측에 A관장과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를 권고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은 동구의 요청 후 7개월이 지난 뒤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관장에 대해 ‘직위해제 3개월, 감봉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분은 지난해 끝났다. A관장은 징계가 끝난 지난해 12월 19일부터 다시 복지관에 출근하고 있다. 동구가 감사로 확인한 피해자들은 관장과 분리되지 않은 채 얼굴을 마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관장이 복직한 후 일부 직원이 자신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직원들의 일상을 불법 녹음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동구는 이 불법 녹음을 인지한 뒤, 복지관 직원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어느 누구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 등 엄하게 처벌 받게 돼 있다.

동구노인복지관 직원들은 “복지관에서 수년간 지속한 직장 내 괴롭힘에 이어 불법 사찰까지 드러났다.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동구가 복지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복지재단과 위수탁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직원들이 사회복지 노동자로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결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제 동구가 결단하고 사태를 해결해야한다. 이미 동구의회는 이 사태 해결을 위한 조례까지 개정했다. 정의당 김종호 동구의원이 민간위탁 해지 조건을 강화를 위해 발의한 '인천시 동구 사무의 민간 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10월 동구의회를 통과했다.

동구가 민간 위수탁계약 해지를 결단하지 않는 동안 동구노인복지관을 운영하는 복지재단의 안하무인 태도는 더욱 심화하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동구노인복지관 종사들이 결성한 다같이유니온 동구노인복지관지회는 복지재단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복지재단은 지금까지 교섭을 거부 중이다. 이제는 동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위수탁 계약해지를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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