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품목 등을 요구하며 돌입한 총파업이 9일째를 맞았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만 검색해 봐도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걱정하고,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기사들로 넘쳐난다. 산업계 추산 피해가 1조6000억원에 달하며,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무역협회(KITA) 등은 화물연대에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를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이라고 하기도 했다. 앞선 경제침체 원인까지 불공평하게 노동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건 침소봉대 아닌가. 화물연대와 한 약속을 어긴 것은 정부인데 말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 국토교통부)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노동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한시적으로 마련됐다. 일종의 최저임금제 개념으로 화물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지적이 나왔다. 우선 현행 안전운임제는 일몰제로 운영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또한 현재 컨테이너·시멘트 등 일부 운송품목에만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화물차주의 6.2%에 불과하다.

이에 화물연대는 현행 안전운임제 도입 초기부터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사료, 택배 지간선차 등까지 적용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반영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지난 6월 화물연대는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적용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해 파업을 8일만에 중단했다. 그런데 이후 합의 파기 논란이 계속됐다.

국토부는 지난 9월 열린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며 화주측 입장만을 대변하는 의견을 냈다. 앞서 올해 2월 “제도 시행 뒤 교통사고가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바꿨다.

상식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쪽이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적반하장으로 업무개시명령까지 내리며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 언론도 정부의 입장에 부응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국내 경제·산업계에 발생하는 영향은 마땅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그 원인이 대부분 노동자들에게 있다고만 말하나. 파업이 종료되고 한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다. 물론 일부 단체행동권을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는 있다. 이번 파업이 불법인지 아닌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볼 문제다. 언제까지 파업만 하면 무조건 불법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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