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행정체제 개편과 뉴글로벌시티로 지방분권 추진
미국·영국 등 지방분권 이뤄진 국가 지역정당 허용 중
"진정한 지방분권, 정당법 개정해 지역정당 허용으로”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시가 행정체제 개편과 '뉴글로벌시티'를 추진하는 가운데 지방분권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정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8월 중구 원도심(내륙)과 동구를 통합해 (가칭) 제물포구를 신설하고, 영종도 지역을 영종구로, 서구를 서구와 검단구를 분구하는 방안을 담은 행정체제 개편을 예고했다. 

유 시장은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와 2기 신도시 검단지구 개발을 추진하며, 인구가 급속히 늘었고, 이에 따른 주민불편과 행정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이 행정체제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또한, 시는 지난 9월 유 시장 핵심 공약인 ‘초인류도시 인천’을 목표로 한 ‘뉴글로벌시티’ 추진계획도 발표했다.

‘뉴글로벌시티’는 부천·시흥·김포·안산시 등 인천시의 인접도시를 경제벨트로 묶어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같이 이른바 ‘메가시티’로 불리는 초광역단체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시가 이처럼 행정체제 개편과 '뉴글로벌시티 인천'로 지방분권을 추진하려는 가운데, 조세와 재정 분권 뿐 아니라 지역정당 설립을 허용해야 제대로된 지방분권이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분권이 이뤄진 국가의 상당수가 지역정당 설립이 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은 지역정당 설립을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지역정당네트워크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역정당 위헌 판결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정당네트워크)
지난 20일 지역정당네트워크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역정당 위헌 판결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정당네트워크)

지역정당 허용 정당법이 가로막아...“헌재, 정당법 위헌 내려야”

현재 한국에서 지역정당 허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행 정당법이다. 현행 ‘정당법’은 수도에 중앙당을 두고 시·도당 5개와 각 시·도당 당원 1000명 이상이 있어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다.

현행 정당법은 사실상 전국정당만을 인정해 지역정당의 설립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당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지역정당네트워크는 지난 20일 헌법 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법 위헌 판결로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당정치가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지역정치와 지역정당을 살려내기 위해 현행 정당법을 위헌 판결해 지역정당을 설립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행 정당법은 박정희 독재정부가 정당을 만드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독재의 유산이라며 조건없는 정치결사의 자유를 위해 지역정당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정당네트워크는 은평민들레당, 과천시민정치당, 진주같이, 직접행동영등포당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3차례 정당법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했다며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예산을 가져오는 것은 지역분권이 아니다"며 "지역분권의 본질은 오롯히 지역 주민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지역분권을 위해서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자치정당·지역정당 등 정당법 개정 논의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지난달 15일 '지역정당 허용 필요성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방선거에 중앙정치 이슈가 지방선거를 좌우하는 경향 ▲지역주의 정당구도에서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권 제한 등을 들어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지역정당 허용 필요성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역정당 허용 관련 논의는 이미 몇 차례 국회에서 진행했다. 19대 국회 이후 지역정당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주장들은 정당법 규정에 중앙당을 수도에 두고, 시·도당 5개 이상을 두게 한 규정을 삭제해 지방을 근거지로 삼는 정당 설립을 허용하려는 시도였다.

19대(2012~2016년) 원혜영 국회의원은 지방의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자치정당을 주장했다.

20대(2016~2020년) 천정배 국회의원은 시·도 또는 구·시·군을 활동지역으로 하는 지역정당을 허용하되, 지방선거에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역정당이 활성화될 경우 지역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부딪혀 입법 논의는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헌재, 2005년 정당법 합헌 결정

앞선 2005년 헌법재판소가 정당법 관련 규정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5개 이상 시·도당’을 두게 한 정당법 규정이 지역정당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어느정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러한 정당 성립의 자유 제한이 ‘상당한 기간 또는 계속해서 상당한 지역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의 개념에 비춰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헌재는 지역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풍토가 한국 정치현실에 존재해 지역정당을 배제하려는 정당법의 입법취지가 정당한 것이라고 봤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당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당시 지역정당으로 인해 소규모 지역정치단체들이 무분별하게 정당으로 편입되는 것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지역정당의 배제는 지방정치의 다양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방분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역 정당 설립 요건을 현행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지역정당 허용 사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 잘 이뤄진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다수 국가가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양당제 국가임에도 각 주별로 지역정당들이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2016년 미국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지역정당인 버몬트진보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영국은 모든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등록정당과 지방선거 참여를 전제로 하는 군소정당을 구분하고 있다. 군소정당은 행정구역의 최소단위에서 실시되는 선거(지방자치 의회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창당을 위한 법적 요건에 제한이 없고, 지구당만으로 정당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정당과 구분한 정치적 결사를 허용해 지방선거의 경우 정당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일본은 일정 조건을 갖춰 단체로 등록하면 정당이 아니더라도 선거 참여가 가능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확대가 한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에서 지역정당 영향력이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도 시대상황과 정치환경의 변화로 정당제도 입법·정책적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정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집단이 선거에 참여한다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를 기반으로 한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과 밀접한 화제들이 논의되는 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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