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구원, 인천고법 설립 타당성·파급효과 연구용역 발표
경제효과 4500억, 일자리 2000개, 사법접근성 개선 기대
인천시, 시민단체·정치권·법조계 협력 유치운동 전개할 것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에서 서울고등법원까지 오가는 데 평균 4시간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옹진군 같은 섬 지역은 최소 이틀 이상 걸리기도 해 인천고등법원 설립으로 사법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고법 신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4580억원, 취업유발효과는 2047명으로 기대돼 시민과 전문가 대부분이 필요성에 공감했다.

인천시청사.(사진제공 인천시)
인천시청사.(사진제공 인천시)

인천시는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인천고등법원 설립 타당성 및 파급효과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이 용역은 시가 인천연구원에 의뢰해 올해 4월부터 진행했다. 사법접근성을 개선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인천고법 설립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를 발굴했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고등법원 설립기준과 인천시 현황 ▲국내·외 고등법원 설치사례 ▲인천고등법원 수요조사와 분석 ▲인천고등법원 설립 경제성과 타당성 분석 등이다.

대구고법 관할인구 450만 예상... 인천은 432만 규모 비슷

현재 인천지역 신도시 개발에 따라 급격히 인구와 사업체가 증가하면서 인천시민 또는 기업들의 사법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인천과 경기도 부천·김포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지법 관할인구는 2021년 기준 424만명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보면 2037년에는 432만명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고등법원 중 규모가 가장 작은 대구고법 관할인구는 45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천연구원은 현재 500만명 이상으로 돼 있는 고법 관할인구의 기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지난 2020년 기준 고등법원별 관할 인구수를 보면, 서울(1894만명), 수원(864만), 부산(787만), 광주(578만), 대전(554만명), 대구(506만명) 등이다.

또한 2020년 기준 인천지법 항소심 중 민사본안은 3405건으로 국내 19개 지방법원 중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다음 3번째로 많았다. 형사공판은 5510건으로 수원지법 다음으로 많았다.

인천고법 설립 시 접수될 예상 항소심은 1844건으로 대구고법 1812건보다 많아 인천에 고등법원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3월 서울고등법원 인천원외재판부가 개원했으나 민사·가사부만 설치돼 인천시민은 행정·형사의 항소심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고법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더구나 수도권 교통혼잡으로 인천에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법까지 평균 통행시간은 대중교통 96.1분, 승용차 71.5분이 소요된다. 왕복으로 계산할 경우 최소한 3~4시간 이상 걸리는 셈이다.

특히, 도서지역인 옹진군 거주자는 배편을 이용하므로 왕복 2일이 소요되는 등 서울고법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열악하다.

인천 섬 지역과 강원도 일부 지역의 서울고등법원과 직선거리 비교.(자료제공 인천시)

서울고법 과부하 상태... 인천고법 설립 지방분권에도 부합

서울고법은 2020년 기준 전체 고법 중 관할 면적이 제일 넓고 관할인구는 1894만 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원고법의 2배 이상이다. 사건 수는 2만659건으로 전체 본안 소송 3만4412건 중 절반 이상인 60%가 서울고법에 집중돼 있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항소심 건수는 다른 고법의 2배, 판사 1인당 사건 수는 98.85건으로 가장 많다. 서울고법이 다른 고법보다 업무가 과부하 상태다. 이는 재판의 지연 또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인천시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고법의 사법서비스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 262명, 전문가(변호사) 32명을 대상으로 1:1면담, 이메일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민 87.8%, 전문가 96.9%가 인천고법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천고법 설립에 따른 인천지역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4580억 원(5년간), 취업유발효과는 2047명(5년간)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서울고법 업무량 분산으로 사법기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지방분권 체계 강화가 가능하다.

또한 지역 내 법률서비스 이용으로 소송관련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절감돼 시민의 편의성이 증대될 수 있다. 양질의 법률서비스 인프라 구축으로 기업 유치가 활성화되고, 무엇보다 인천시민이 광역시 위상에 걸맞은 사법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인천시민정책네트워크가 지난 2020년 7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민정책네트워크가 지난 2020년 7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고법 필요 없다" 법제사법위 판단 반박

이번 연구용역은 대해 인천고법 설립이 필요한 당위성을 충분히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서구을)·김교흥(서구갑) 국회의원이 발의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법제사법위원회는 ‘인구규모가 적고 사건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인천지법 설립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재범 시 법무담당관은 “이번 연구결과 인천고법 설립의 당위성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며 “연구 결과를 활용해 고등법원 유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홍보자료 등을 제작해 국회·정부기관 방문, 대 시민 홍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게 지역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인천고등법원설립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범시민 서명운동, 토론회 등 유치운동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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