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험직무 범위 해석 협소... 최근 추세와 달라”
“고인 명예와 유족 슬픔 위로 위해 법적 투쟁 지속할 것“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코로나19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난 고 천민우 주무관에 대한 위험직무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공무원노조는 인사혁신처를 규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부평구지부는 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월 117시간 초과근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고 천민우 주무관의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장과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인한 과다업무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부평구보건소 직원 A씨 분향소.(사진제공 전국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인한 과다업무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부평구보건소 직원 A씨 분향소.(사진제공 전국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

부평구지부는 우선 인사혁신처가 코로나19 관련 위험직무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봤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방역 업무를 맡던 부산 동구보건소 공무원이 숨진 사고도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번 고 천민우 주무관에 대해선 ‘생명과 신체의 직접적 위험요인이 낮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코로나19 감염 사망과 같은 직접적인 위험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는 “인사혁신처의 이런 해석은 코로나19 대응인력 누구도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월 117시간 초과근무와 악성민원, 각종 감정노동에 노출되는 극한의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졌는데 위험환경이 아니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사혁신처의 이번 결정은 위험직무순직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와 배치된다. 최근에는 순찰활동, 벌집제거, 동물구조까지 그 인정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도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에 대응하다가 사망한 이를 국가가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며 “정부는 K-방역이라며 그 성과를 세계에 홍보했다. 하지만 K-방역 이면에선 일선 공무원들을 갈아 넣으며 방역정책을 유지했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코로나19에 대응하다 숨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번도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부평구지부는 유족과 동료를 두 번 죽이는 인사혁신처의 결정을 규탄한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유족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게 법적 대응으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고 천민우 주무관은 지난해 9월 15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8급 공무원이었던 고인은 지난해 1월부터 부평구보건소 상황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파악 업무 등을 담당했다.

숨지기 전인 지난해 7~8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업무가 늘었다. 7월에 117시간, 8월에 110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인사혁친처는 지난 4일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열고 부평구 보건소 소속 고 천민우(사망 당시 35세) 주무관의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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