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케이크와 빵으로 유명한 ‘파리바게뜨’는 제빵 업계의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이곳 파리바게뜨에서 15년째 제빵기사로 일하는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모기업인 ‘SPC그룹’ 사옥 앞에서 지난 3월 28일부터 5월 19일까지 53일간 곡기를 끊고 단식을 했다.

“점심시간 1시간은 밥을 먹어야 하고, 임신하면 보호받아야 하고, 아프면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하고, 한 달에 6일 이상은 쉬어야 하고, 특정노조에 가입했다고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노동조합과 사회에 대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가 53일간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외친 이유였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카페 파스쿠치 등 주요 관계사 22개를 거느린 종합식품기업이다.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포켓몬 빵’ 또한 SPC삼립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파리바게트’는 프랑스, 중국 등에 해외매장 430여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매장 3300여개에서 제빵기사 6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2017년 9월 노동부는 파리바게뜨 각 매장에 파견된 제빵기사 5378명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이들의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SPC는 제빵기사 등에 대한 직접고용을 비롯해 연장근로수당 110억여원 미지급 문제 해결, 본사직과 동등한 임금 체계 마련 등 지난한 논의 과정을 거쳐 2018년 1월 ‘사회적 합의’라는 이름의 대시민 이행 약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사회적 합의는 이행은 흐지부지 됐고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노골적 괴롭힘과 노조탈퇴 강요 등 ‘노조 파괴 공작’까지 벌인 것이 확인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시민들의 관심이 멀어진 틈을 기다린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식량원인 ‘빵’. 어떤 사람이 빵이 없어 굶주린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갈 기본적인 권리마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렇기에, ‘빵’은 인간의 생존권을 나타낸다.

그런데 스스로 곡기를 끊는 단식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권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연한 행동이다. 이렇듯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향해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임종린 지회장의 절규가 시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최근 SNS에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과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불매운동(‘#동네빵집_챌린지’, ‘#SPC_불매’)이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파리바게뜨 뿐 아니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카페 파스쿠찌 등 SPC그룹의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벌이는 불매운동이다.

심지어 지난 21일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는 김태운씨는 앤 이달고 파리시장에게 ‘파리바게뜨’가 아름다운 ‘파리’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국제적 망신이지 않을 수 없다.

53일간 진행됐던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은 끝났지만 SPC그룹은 이제 수많은 소비자들의 항의와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노동자들의 노동과 인권을 송두리째 갈아 넣은 ‘더러운 빵’을 거부하겠다는 외침과 행동이다.

우리는 단순히 배고픔이 해결됐다고 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생존의 문제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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