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내로남불’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자주 회자된 정치뉴스 키워드 중 하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데 분명 내로남불 행태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작용했다.

내로남불은 공정과 상식의 틀을 깨트린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태도, 다른 말로는 적반하장이다.

오는 6월 인천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도 일부 보수진영 후보자들도 내로남불 행태를 띄고 있다.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후보를 표방하는 최계운(왼쪽) 인천대 명예교수와 이대형 경인교대 교수.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후보를 표방하는 최계운(왼쪽) 인천대 명예교수와 이대형 경인교대 교수.

우선 지난달 24일 열린 최계운 인천시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국민의힘 소속 정치권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유정복·안상수·이학재·심재돈 국민의힘 인천시장 예비후보들은 모두 최계운 교육감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축사를 했다.

또한 이배영 인천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최계운 선거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이배영 회장은 현재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구 제3선거구 인천시의원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최계운 예비후보 선거캠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국민의힘 선거 출정식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또 다른 보수진영 예비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대형 인천시교육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유정복·심재돈 인천시장 예비후보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참석해 축사를 건냈다.

이대형 예비후보는 지난 17일 유정복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에 답방해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레 지지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또 다른 보수 교육감 예비후보 박승란 전 숭의초등학교 교장도 참석했다.

최계운 예비후보는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이념의 사슬을 끊고 인천형 교육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대형 예비후보 또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념과 정치 편향적인 교육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모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으로 진보를 표방한 도성훈 교육감을 겨냥한 듯 탈정치·탈이념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특정 정당 정치인들과 붙어 다닌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게다가 전교조는 교사들의 노동조합일 뿐 정치단체가 아니다. 종종 정치적 사안마다 입장을 표방하는 전교조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이는 노조의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노조를 표방하진 않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또한 사안마다 성명·입장을 발표하며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내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이 추구하는 교육정책에는 분명 보수·진보에 따른 이념이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직접 정치권과 연결시키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 법도 이를 허락하지도 않는다.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정당의 선거관여행위 금지 등)를 보면, 교육감 선거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하면 안 된다. 또한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경우, 지난 2018년 선거운동 당시 선거사무실에 자신의 경력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고 적힌 벽보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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