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한국지엠 노사가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특별협의가 진행 중이던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량으로 해고예고장이 통지됐다. 노조는 “정규직화 한다더니 본색을 드러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부평·창원·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30일 한국지엠 하청업체 5개가 부평과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350여명에게 4월 30일부로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근로계약 해지 예고 통지서(해고예고장)’를 보냈다고 2일 밝혔다.

부평공장은 하청업체 3개가 270여명, 창원공장은 하청업체 2개가 30여명에게 해고예고장을 보냈다. 부평공장의 해당 하청업체 1개가 보낸 통지서를 보면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도급계약이 4월 30일부로 종료돼 부득이하게 근로계약을 해지하고자 사전 통보하니 양해바란다’고 적혀있다.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 특별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 갑자기 해고예고장이 대량으로 비정규직들에게 통지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난 1일 창원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 요구에 다시 해고로 응답한 한국지엠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는 사측이 올해 1월 금속노조와 한국지엠지부 등에 ‘생산하도급 노동자 관련 현안 해결을 위해 노사 간 특별협의를 하자’는 제안을 담은 공문을 보내 노조가 받아들이면서 지난달 3일부터 특별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후 노조는 4가지 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4가지 안은 ▲그동안 불법파견 행위와 비정규직 노동 탄압 관련 공식 사과와 배상 ▲불법 파견 투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 전원 복직 ▲한국지엠의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미지급된 임금 지급 등이다.

사측은 한 차례 연기 후 지난 24일 열린 3차 특별협의에서 ‘특별 발탁채용을 실시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대상은 3월 현재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운영하는 하도급 공정 중 선별된 직접공정 근무 하도급업체 재직 인원이다. 수습기간 없이 5월 1일부로 정규 생산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안을 전달받은 노조는 반발하며 부평에서 규탄집회도 열었다. 사측의 안은 한국지엠 1차 하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 인원도 250~260명 정도에 불과하며 더 이상의 인원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한국지엠의 불법파견을 확인한 비정규직은 1719명이다. 사측이 제시한 안은 불법으로 확인돼 직접 고용을 해야 하는 인원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불법 파견 투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 복직도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이 노조에 먼저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협상을 제안했지만, 이것이 10년 넘게 이어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노조도 특별협의에 응하면서도 한국지엠이 해결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선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과정에서 다시 비정규직 350여명에게 일방적으로 대량 해고예고를 한 것은 노조와의 관계 악화 뿐 아니라 특별협의 또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은 5월 1일부로 특별 발탁채용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한국지엠은 노조의 요구대로 대량 해고예고를 철회하고 다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또한 노조가 요구한 4가지 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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