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진지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 문제점' 토론회
"연구·지표 조사 거쳐 화도진 원위치 바로잡아야"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인천시 기념물 2호로 등록돼 있는 화도진의 원위치를 규명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지난 9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지난 9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화도진지의 위치 비정과 조성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지난 9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민우 범시민대책위 운영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추교찬 인하대학교 사학과 강사와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 전우용 역사학자는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함께 화도진의 원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소는 화도진의 실제 위치를 현 인천산업선교회와 맞닿은 화수동 242번지 인근으로 비정한다고 주장했다.

1962년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인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역사를 품은 곳이다. 하지만 화수·화평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시는 1982년 ‘한미수교(조미수호통상) 100주년’을 맞아 화도진 복원계획을 수립하던 당시, 화도진 복원 위치를 조약 체결 장소 주변으로 비정했다.

이로 인해 실제 화도진이 아닌 다른 언덕에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화도진 진지는 현재 동구 화수동 화도진공원 내 조성돼 있다.

화도진은 고종 15년 어영대장이던 신정희가 어명에 따라 진지를 구축한 곳이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군사 주둔지로 알려져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은 "현재 화도진 관아를 재현한 화도진공원은 조미수호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곳인만큼 실제 화도진 터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지표조사 등을 진행해 화도진의 원위치와 관아 위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는 "개발 조합측은 시가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대로라면 김포 장릉 고층아파트 사태와 같은 일이 인천에서도 벌어진다"며 "지금은 화도진의 원위치를 찾고, 인천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유산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철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정 토론을 한 참석자들도 현재 화도진의 위치가 잘못 비정됐다는 데 동의했다.

추교찬 인하대 사학과 강사는 "1894년 제작한 화도진 약도와 지적원도를 토대로 확인했을 때, 실제 화도진은 현재 조성돼 있는 진지 동쪽 길 건너 주택 지대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고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준범 서울문화유산연구원 부의장은 "화도진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매장 문화재 조사가 필요하다"며 "다만, 조사 결과로 인해 재개발 지연과 보존·복원 예산 문제 등 여러 형태의 갈등 발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화도진 기념물 지정을 해제하고 원위치를 새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기념비를 정확한 위치로 이전하고 슈펠트의 상륙 지점부터 그 장소까지의 길을 ‘슈펠트의 길’이나 ‘한미조약의 길’로 명명하는 것이 나을수 있다"고 전했다.

슈펠트는 미국의 군인·외교관으로, 1882년 화도진지에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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