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어렵게 인천지하상가조례 개정안 돌파구를 마련했으나 행정안전부의 제소로 결국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됐다.

대한민국은 입법, 행정, 사법 삼권분립의 민주공화국인데 정치와 행정은 사라지고 사법공화국 우려만 키우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는 민선 7기 내내 지속하고 있는 인천의 대표적인 공공갈등 사안이다.

지하도상가는 인천시의 재산으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전대·양도·양수가 금지된다. 문제는 공유재산관리법 시행 시기와 인천시 지하상가조례 시행 시기가 다르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한데 사법 만능주의만 키우는 형국이다.

인천시는 2002년 7월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해 전대·양도·양수를 허용했다. 전대는 지하상가 임대인이 3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고, 양도·양수는 지하상가 점포 권리금 거래에 해당했다.

그 뒤 2005년 8월 정부 발의로 행정재산과 공유재산의 전대·양도·양수 금지를 골자로 한 공유재산관리법이 제정됐고 2006년 1월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으로 인천시지하상가조례는 상위법 위반에 해당했다.

정부는 인천시에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하상가 임차인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었다. 이 갈등이 민선 4~6기 내내 수면아래 내재돼 있다가, 민선 7기 때 인천시가 조례를 상위법에 맞게 개정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앞서 인천시는 2020년 1월 지하도상가의 전대·양도·양수 금지를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고, 시의회가 가결했다. 대신 시행을 2022년 1월 31일까지 2년 유예했다.

일부 지하상가 임차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공유재산관리법 시행으로 조례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삼권분립을 자처한 공화국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한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인천시의회는 지하상가 임차인과 인천시의 입장을 고려해 지하상가 전대·양도·양수 금지 유예기한을 2025년 1월 31일까지 3년 추가 연장하는 것으로 다시 개정했다.

그런데 개정안 중 ‘행정재산 용도 폐지 후 매각’ 조항이 위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의회가 지난해 12월 이 조항을 삭제하고, 전대·양도·양수 금지를 2025년 1월까지 연장하는 조항을 남기는 것으로 다시 개정했다.

인천시는 올해 1월 26일 ‘행정재산 용도 폐지 후 매각’ 조항을 삭제한 인천지하상가관리 조례에 대해 인천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이 조례개정안에 대해 무효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행안부가 조례안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2025년 1월 31일까지 전대·양도·양수 금지 유예 연장 여부도 대법원 판결 시까지 미뤄졌다.

문제는 삼권분립의 나라에서 모든 사안은 사법부에 판단에 맡기는 정치의 강직성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상황을 정치와 행정이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지하상가 관리에서 발생한 공공갈등에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은데도 사법부의 영역으로 넘겨버렸다.

정치권에서 “2005년부터 지하도상가 계약 행태가 위법했음에도 방치한 행안부 공무원들의 고발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라는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인천 국회의원 12명(김교흥·맹성규·박찬대·송영길·신동근·유동수·윤관석·이동주·정일영·허종식·홍영표)이 행정안전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에 참여하고, 행안부에 민생을 살피는 적극행정을 주문했다.

대한민국은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사법 만능주의가 더욱 대두하고 있다. 정치와 행정 대신 법원의 판단만 구하는 ‘사법 만능주의’의 만연은 어쩌면 정치권과 행정이 자초한 일이다. 3권 분립 정신에 기초해 정치와 행정이 제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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