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서 출동 여경 비난 확산
전문가 “여경무용론 본질에 벗어난 접근“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 출동한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여경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여경 무용론이 오히려 사태 해결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논란은 지난 15일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비롯됐다. 현장에는 남경 1명, 여경 1명이 출동했다. 사건 당시 여경 A씨가 지원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실대응 비판 여론이 커지자 송민헌 인천경찰청장은 공식 사과했다. 이어 김창룡 경찰청장도 지난 21일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이어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대기발령 중인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인천경찰청과 112상황실이 사건 대응이 적절했는지 합동조사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20일 ‘오늘 경찰 근무일지가 수정됐다’라는 현직 경찰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20일 ‘오늘 경찰 근무일지가 수정됐다’라는 현직 경찰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서 출동 여경 비난 확산

온라인 커뮤니에선 ‘여경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20일 ‘오늘 경찰 근무일지가 수정됐다’라는 현직 경찰관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보면, ‘평소엔 2인 1조인데 남경 2명 대 여경 1명으로 근무일지가 수정됐다. 역시 예상대로 흘러간다. 인원없어서 힘들어죽겠는데, 이럴 거면 왜 뽑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 밑에는 ‘범인 2명 정도 잡으면 남경이 따로 택시타나 여경이 따로 택시타나’, ‘경찰견이 더 도움이 되겠다’, ‘그럼 한 사람은 (경찰차) 뒷좌석에 앉는 거냐’ 등 조롱 섞인 댓글이 올라왔다.

‘여경무용론’은 잊을만 하면 나오는 논란이다. 지난 8월에도 주취자 제압 현장에서 여경이 휴대전화를 들고 방관하는 듯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사진 속 여경은 교육생 신분으로, 상관 지시에 따라 증거수집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라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은 ‘여경을 없애야 한다’, ‘하는 일이 뭐냐’ 등 여경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 “여경무용론 본질에 벗어난 접근“

하지만 ‘현장 대응이 부실했고 그러므로 여경은 쓸모없다’라는 식의 여성무용론은 이번 부실대응 사태 해결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현장대응이 적절했는지 부실했는지 여부는 감찰 조사를 통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경무용론에 대해 경찰 대부분 인정하고 있지 않다. 현장에선 여경이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며 “이번 사태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대응 능력 부족 했던 탓인데, 자꾸 비판이 여경에게 쏠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만약 사건 대응을 잘못한 경찰이 남성이었다면 남경무용론이 나왔을까 싶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가 아니냐에 대해 냉철하게 논해야 한다. 여경무용론은 본질에 벗어난 접근이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피해자 가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연일보도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 대응 문제로 인천 OO경찰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지난 21일 피해자 가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연일보도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 대응 문제로 인천 OO경찰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현장 부실 대응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문제“

한편, 지난 21일 피해자 가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연일보도 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 대응 문제로 인천 OO경찰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보면 청원인은 흉기 난동이 발생했을 당시 경찰의 부실한 대응뿐만 아니라 사건 전후 범죄 예방이나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나타난 전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사건 발생일 이전에만 살해협박, 성희롱, 반복적인 괴롭힘(스토킹) 등 신고를 4차례 했음에도 단순 층간소음으로 여기고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당일 1차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으나 출석 통보만 하고 돌아가 피해자를 방치했다“며 ”2차 신고 후 C씨가 피해자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저지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 청원글은 22일 오전 11시 기준 21만6554명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