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수술 환자 요구 시 의무 촬영... 유예 기간 2년
환자단체 ‘환영’ vs 의료계 ‘헌법소원 제기할 것’ 희비교차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8월 3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재적 299명 중 재석 183명, 찬성 135명, 반대 24명, 기권 24명으로 8월 31일 오후 7시께 가결됐다.

기사내용과 관계없음.(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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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운영해야하는 게 골자다. 다만 시행은 법안 공포 후 2년 유예 기간을 뒀다.

개정안을 보면,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은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의무적으로 촬영해야한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는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또, CCTV 설치비용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CCTV 열람 비용은 열람 요구자가 부담해야한다.

CCTV 설치 의무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할 경우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환자단체 ‘환영’ vs 의료계 ‘헌법소원 제기할 것’ 희비교차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부터다.

2014년 12월 강남 A성형외과에서 의료진이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하며 장난치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사회적 공분을 산 게 계기가 됐다.

또, 최근 병원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대리수술을 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과 피해자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촉구했다.

인천 남동구 소재 인천21세기병원에서도 최근 의사 대신 행정직원이 대리수술한 정황이 드러나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다시 한번 여론이 거세졌다.

이번 법안 통과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피해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환자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수술실 CCTV법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1월7일 최동익 의원이 처음으로 수술실 CCTV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6년 7개월 만이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와 의료인 모두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21세기병원에서 수술 후 피해를 입은 김장래 씨는 “수술실 내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기쁘다”며 “법안 통과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더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단체 등은 CCTV 설치가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몰아 집중력을 저해해 치료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단체들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를 근거로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하는 법안"이라며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정투쟁으로 이번 개정안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된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공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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