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17회 인천여성영화제 '오늘을 단단하게 걷는다' 개막
"성소수자 '생과 사' 갈림길에서 살아...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17회 인천여성영화제 ‘오늘을 단단하게 걷는다’가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지난 8일 개막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얘기를 담은 개막작 상영 후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부각됐다.

개막식에는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의 신선희·김재희 위원장 등 영화제 관계자, 인천시의회의 김성준(더불어민주당, 미추홀1)·조선희(정의당, 비례) 의원과 인천시의 조진숙 여성가족국장과 박명숙 여성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인천여성회와 모씨네사회적협동조합이 공동주관하고, 인천시와 <인천투데이> 등이 후원하는 인천여성영화제는 '2021년 인천시 인천여성영화제 지원사업'으로 상영작 전편 무료이다.

오는 11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는 좌석 간 띄어 앉기와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선 장·단편 25편이 상영되고 모든 상영작은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블로그(https://blog.naver.com/wffii)에서 확인할 수 있다.

ㆍ[관련기사] 17회 인천여성영화제 '오늘을 단단하게 걷는다' 7월 8일 개막

영화제 프로그래머 ‘마법사’가 영화제 슬로건과 개막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마법사’가 영화제 슬로건과 개막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막에 앞서 신선희 인천여성영화제 공동조직위원장은 “이번 17회 인천여성영화제가 열리기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이 있었다”라며 “4일 동안 안전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천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은 ‘오늘을 단단하게 걷는다’이다. 인천여성영화제조직위원회는 혐오의 시대를 함께 걷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때 우리의 걸음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마법사’는 “올해에만 트랜스젠더 3명이 사망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이 사회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확인했다”라며 “그러나 조직위는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연대’라는 말을 잘 사용하면서도 연대 방법은 잘 알지 못하는데 연대 방법의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났다”라며 “이런 점을 관객들도 영화를 보며 느꼈으면 좋겠다. 든든하게 곁에 있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로 귀결하고 오늘을 단단하게 살아갈 힘을 얻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개막작은 변규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Coming to You)’다. 영화는 34년차 소방관 ‘나비’와 28년차 항공승무원 ‘비비안’이 어느 날 자녀의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스스로 본인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후 벌어지는 이야기다.

변 감독은 커밍아웃한 자녀의 버팀목이 돼주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얘기를 영화에 담았다. 이 영화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했다.

“성소수자 ‘생과 사’ 갈림길에서 살아...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개막작 상영이 끝나고, 온·오프라인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개막작 상영이 끝나고, 온·오프라인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개막작 '너에게 가는 길' 상영이 끝나고, 온·오프라인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GV는 관객들이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질문을 올리면 변규리 감독, 이혁상 PD, 영화출연자이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나비’와 ‘비비안’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변 감독은 “‘너에게 가는 길’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거나 논의를 실현한다고 했을 때 나의 노력과 의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으려고 했다”라며 “이 영화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장혜영(비례) 국회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장애·나이·출신·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가구의 형태, 고용형태, 학력·병력 등을 포함한 차별금지 사유 23개를 고용, 재화·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적용해 차별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청원 시작 22일 만에 국민 10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아직 법 제정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나비’는 “인천 동구에서 2018년에 열린 ‘제1회 인천퀴어퍼레이드’에서 혐오세력를 만나며 이렇게 무서운데 아이들만 노출됐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이들만 두려움에 떨게 놔둘 수 없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등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나서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부모는 사랑한다는 말로 벼랑 끝으로 몰기도 한다.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로 아이를 대해야한다. ‘사랑하니까 걱정되니까’라는 말 뒤에 숨으면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이혁상 PD는 성소수자에게 연대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많은 성소수자들은 가시화를 하고 있다. 비성소수자도 커밍아웃해 사회적 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말을 많이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또, 퀴어퍼레이드에 가족과 함께 즐기면서 응원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라고 답했다.

‘나비’와 ‘비비안’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사는 성소수자들의 최소한 안전장치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비’는 “성소수자 중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살고 있다”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10년 동안 표류하고 있었는데, 최근 국민동의청원 10만명을 넘기면서 당사자와 부모가 힘을 받았다. 또, 오늘 GV처럼 온전히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느낄 때 힘을 받는다. 앞으로도 이 힘으로 계속 활동하겠다”라고 말했다.

‘비비안’은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온라인으로 성소수자 비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상담을 하면서 ‘힘이 생겼고 이제 견딜 수 있다’는 피드백을 준다. 이럴 때 눈물이 난다”라며 “이런 말과 따뜻한 댓글을 보면 힘이 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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