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소청도 NLL 영해 근거 없어 남북합의 안되면 중국어선 지속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남북관계가 악화된 틈을 노려 서해 5도 해역을 중국어선이 장악했다. 해경은 중국어선이 하루 150여척 출몰한다고 했다. 8일 오후 현재 연평도 어장은 중국어선이 시커멓게 몰려들어 중국바다나 다름없다.

중국어선이 이처럼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국제법상 남북한 영해에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평도~소청도 NLL 이남은 국제법으로 영해 근거가 없기에 남북합의가 안되면 중국어선의 조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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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12시 현재 연평도 북단 NLL 인근 해역에 몰려든 중국어선 모습. 중국바다나 다름없다.
8일 오후 12시 현재 연평도 북단 NLL 인근 해역에 몰려든 중국어선 모습. 중국바다나 다름없다.

우선 연평도 어장을 비롯한 서해5도 수역의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영해를 확정하려면 남북 합의를 거쳐 유엔에 기탁해야 하는데, 남북한이 주장하는 관할권이 중첩한다. 국제법상 영해로 보기 어려워 중국어선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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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중어업협정에도 특정해역으로 불리는 이 해역에서 중국 교통운수부에 등록된 합법 중국어선은 조업을 해도 문제가 없다. 남측 해경이 나포하는 중국어선은 모두 무등록 불법어선이다.

문제는 NLL해역에 등장하는 중국어선 대부분이 무등록 불법어선이라 한국 해경이 나포할 수 있으나, 단속하려고 하면 NLL 북측 수역으로 넘어가 버린다. 중국어선은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측이 눈감아 주는 셈이다.

중국어선은 북한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한다. 북한 수역 입어료에 대한 자료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있지 않으나, 과거 동해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척 당 연간 3만 달러(2014년 기준)~4만 달러(2015년 기준)로 추산된다. 

2014~2015년 중국어선의 평균 입어료를 고려한 북한의 입어료 수입은 3045만~6664만 달러로 추정 가능하며, 이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액 3억 달러의 약 10~2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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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이 NLL 인근 서해 황금어장으로 진입하는 입구는 남한 백령도와 북한 장산곶 사이 해협이다. 여기로 들어와 중국이 국제법상 공해를 주장하는 소청도~연평도 해역에서 맘껏 조업하고 있다.

남북도 이를 알기에 4.27판문점선언 당시 입구에 해당하는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에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후 서해5도 해역은 사실상 중국어선의 어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잠잠하던 서해 5도 해역에서 남북 갈등은 국제사회가 채택한 유엔해양법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과 맞물려 북한이 북한 기선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아울러 북한은 유엔해양법약 채택 전인 1968년 미 해군 푸에블로호 나포 때 12해리를 주장해 미국의 인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1973년에 논의를 시작해 1982년에 채택한 유엔해양법약에 따르면, 한 나라의 영해는 그 나라의 기선에서 12해리까지다. 나라 간 12해리가 겹치면 그 중간이 경계선이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부산과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의 국경인 대한해협이다.

기선에는 통상기선과 직선기선 두 가지가 있다. 통상기선은 동해안처럼 해안선이 매끄러운 경우 간조 시 드러나는 선을 연결한 것이고, 직선기선은 서해안처럼 섬이 많은 경우 가장 외곽에 있는 섬들의 중심을 연결한 선이다.

대한민국 영해법상 동쪽 영해는 동해안선, 남쪽 영해는 제주 마라도와 전남 소흑산도 중심선, 서쪽 영해는 충남 서격렬비도와 인천 옹진군 소령도 중심선이 기선이다.

그런데 서해 5도에선 남북 영해가 겹친다. 남한 서해 5도 직선기선 기준 영해와 북한 장산곶과 옹진반도 기선 기준 영해가 중첩된다. 그나마 백령도~소청도 구간 NLL은 북한과 거의 중간 경계선에 해당하기에, 남북 간 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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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평도~소청도 구간이다. 영해는 기선에서 12해리까지인데, 소청도와 연평도는 서로 40해리 이상 떨어져있다. 국제법상 12해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섬과 육지가 경합할 경우 육지가 우선한다는 국제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중국어선은 이틈을 노려 황금어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조현근 정책위원은 “서해 NLL 바다는 사실상 중국어선이 실효 지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향후 남, 북, 중의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남북 간 평화수역 설정과 대 중국 해양경계 획정까지 연결돼 있다”며 “근본적으로 남북이 공동관리수역에 합의해야 하고, 남한도 시대상황을 반영한 접경수역 평화 조성과 관리에 관한 법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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