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초대 인천직할시 북구의원
“구의원 시절 생활정치 표방... 부평구청장 시절 큰 도움”
“기초의원 공천, 지방자치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나”
“현 지방자치제, 중앙정부 눈치 볼 수밖에... 개헌 시급”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지방선거를 정당공천 없이 진행해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현 제도상 공천권을 가진 지역 국회의원과 정당 지역위원장의 권한이 너무 강하다.”

인천직할시 시절 초대 북구의원을 지낸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현 지방자치의 현 주소를 이렇게 평가했다. 

과거 박정희 정권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찬탈한 뒤 지방의회를 강제 해산했다. 이후 1990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13일간 단식투쟁으로 30년 만에 지방자치 부활을 알렸다.

이후 또 30년이 지났다. 내년 6월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을 만나 지방자치 30년의 과정과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ㆍ[지방자치 30년] “광역의원도 '중대선거구'로 선출해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그는 제1대 지방선거에서 인천직할시 북구의원 선거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당선됐다.

기초의원 시절 ‘쓰레기 수거제도’ 개선... 생활정치 힘써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1991년 3월 26일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 당시 1대 인천직할시 북구의회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당선됐다. 당시 북구는 현재 부평구와 계양구를 포함하는 행정구역이었고, 1995년 둘로 나뉘었다.

1회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은 정당공천제가 실시되지 않아 후보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국내 전체 4304명이 당선됐고, 북구의원은 45명이었다. 모두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했다.

홍 전 구청장은 북구의원 활동 당시 생활정치를 위해 힘썼다고 회고했다.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으로 주민들의 쓰레기 수거 문제를 해결한 것을 꼽았다.

과거 주민들의 쓰레기 수거 방식은 이른바 ‘타종식’이었다. 지금처럼 정해진 구역에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면 수거해가는 방식이 아니라, 업체가 운영하는 수거차량이 돌아다니면서 종소리를 울리면 주민들은 나가서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각 자치단체는 청소원 부조리 방지, 청소 인력 절감, 쓰레기 수거제도 근대화 등을 이유로 타종식 수거방식을 운영했는데, 이는 오히려 주민들에게 부담을 안겨줬다. 대다수 주민이 새벽에 때를 맞춰야만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 전 구청장은 “당시 주부들이 가족들 아침밥을 차려주다 말고 뛰쳐나와야 했다. 조금만 늦어도 수거차다 다음 동네로 가버렸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1991 구시군의회의원선거 인천 기초의원 홍미영 선전벽보.
1991 구시군의회의원선거 인천 기초의원 홍미영 선전벽보.

이어 “북구의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상당한 구 재정이 오물세 명목으로 쓰레기 수거업체에 투입됐으나, 서비스가 열악해 주민들이 업체에 따로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며 “항간에는 오물·쓰레기·시체 장사가 돈을 제일 많이 번다는 소문이 들렸다”고 말했다.

이에 홍 전구청장은 구의회에서 ‘생활쓰레기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오전에 쓰레기수거차를 따라다니며 문제점을 찾았다. 이후 구에 행정개선을 요청했고, 쓰레기는 점차 문전수거식으로 바뀌어갔다.

홍 전 구청장은 “당시 업체들이 3일간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 등 업체들이 반발하며 태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기존 방식의 부당함을 알리며 제도를 점차 개선했다”며 “대다수 소시민들의 삶의 질이 바뀌게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게 좋은 지방자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해 중앙정치권 예속 벗어나야”

이후 홍 전 구청장은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2대 인천시의원이 됐다. 시의회 입성과 동시에 문교사회위원회(현 교육위원회 해당) 위원을 맡았다. 당시 교육계 화두는 초등학교 급식 도입 문제였다.

홍 전 구청장은 “당시 인천이 학교급식 도입이 제일 늦었다. 달동네 살아본 학부모로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교육청에 문제제기 했다”며 “당시 유병세 교육감은 ‘도시락은 엄마가 싸줘야 아이들 교육에 좋다’라는 가부장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1998년부터 초등학교 급식은 전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홍 전 구청장은 시의원을 연임했고,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제17대 국회에 입성했다. 인천 최초 여성 국회의원이었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선 지역으로 돌아와 2010년·2014년 부평구청장에 두 차례 당선됐다.

홍 전 구청장은 “초기 지방선거처럼 광역자치단체 의원과 달리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정당 공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광역자치단체와 독립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게 지방자치이지만, 취지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공천권을 지닌 각 정당 지역위원장(현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후보 선출 과정에서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앙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홍 전 구청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논의한 적 있지만, 결국 무산됐다. 기초의원들이 생활밀착형 정치를 실현하고 성실한 지역일꾼이 되기 위해 소속 정당 없이 활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

“예산 권한 부족한 지방자치 허울뿐... 개헌으로 바꿔야”

홍 전 구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지방자치제 개혁을 개헌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30년간 말로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중앙정부에 예산을 구걸해야만 하는 ‘앵벌이 지방자치’라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지방자치 강화를 국가균형발전과 함께 역점을 뒀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지방세수에 숨통을 틔우고, 2006년 지방선거부터는 지방의원들이 월급을 받게 해 정치 참여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지자체가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이를 위해 홍 전 구청장은 개헌으로 지방분권정신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봤다.

홍 전 구청장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했을 때, 입법·행정·재정 분야에서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조항만 10가지 이상 들어갔다. 지방자치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제 개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현재 기초의원 선거처럼 광역의원과 국회의원 선거에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선거가 정치권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광역의원과 국회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 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 당 2인 이상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선거구 제도는 유권자들의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홍 전 구청장은 “지난 30년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지방자치도 발전했지만, 지금은 큰 몸집에 어린아이 옷을 입은 것과 같은 모습”이라며 “개헌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가 개선돼야 시민들도 정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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