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2017년 파라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샌드위치와 음료 생산)를 불법파견하고 있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같은해 6월 당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파라바게뜨가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빵기사 5000명을 가맹점에 불법 파견하고 청년들의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2017년 9월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직접 고용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사진출처 정의당)
2017년 9월 열린 파리바게뜨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직접 고용 촉구 기자회견의 모습.(사진출처 정의당)

제빵기사들은 8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를 설립한 뒤 대응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벌여 5378명(제빵기사 4362명, 카페기사 1016명) 불법파견, 연장근로수당 등 110억1700만 원 임금체불 사실을 적발하고 파리바게뜨에 시정명령했다.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을 하지 않을 경우 불법파견 1명 당 1000만 원 등 500억 원이 넘는 과징금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시정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SPC는 2018년 1월 파리바게뜨지회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맺었다. 사회적 합의에는 제빵기사 등을 자회사가 고용하고 이들의 급여를 3년 안에 본사 소속 제빵기사 수준에 맞추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파리바게뜨지회는 본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했지만, 큰틀에서 합의했다. 이후 SPC는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하고 제빵기사 등 5309명을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했다.

SPC는 사회적 합의 3년이 지나고 난 뒤 이달 1일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및 새 비전 선포식’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3년 만에 이행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SPC는 3년 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본사와 제빵기사 등과 같은 수준으로 높이고 휴무일도 협력사 소속 당시에 비해 30% 이상 늘리는 등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SPC의 발표 후 파리바게뜨지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다는 발표는 사실이 아니며 임금 인상 발표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에는 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곳곳에서 기자회견과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린(37)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8일 인천 서구에서 임 지회장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임금 39.2% 인상 발표, 사실과 다르다”

인터뷰 중인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인터뷰 중인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지난 1일 진행한 선포식에서 회사는 3년 간 임금을 총 39.2% 인상했다고 밝혔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회가 그 근거를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근거를 주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지회를 빼고 자기들끼리 행사를 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 이행이 완료됐으면 합의에 참가한 지회와 점검을 하고 함께 발표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회와 제대로 된 협의를 한 적이 없다.

회사는 39.2%를 인상하고 본사 수준으로 맞췄다고 발표했지만, 가맹점 제빵기사의 임금은 2018년 2300만 원대에서 2900만 원대로 25%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연장이나 휴일근무 수당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지만 회사 발표와는 차이가 크다. 게다가 회사는 본사 소속 제빵기사의 임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한 것이기 때문에 지회는 사회적 합의 전 계속 직접 고용을 주장했다. 합의에선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으로 결정됐기에 당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본사 제빵기사와 같은 수준으로 3년 안에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났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회사는 지회와 협의도 없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부터 회사에 사회적 합의 마무리 대화 요구했지만, 거부”

2019년에도 134일 동안 서울 SPC 본사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지회는 회사측에 사회적 합의 마무리를 위해 대화하자고 계속 이야기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교섭 대표노조라며 거부했다.

조합원 숫자가 더 많아 현재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교섭 대표노조이다. 때문에 임금협상 등을 할 때도 회사는 피비파트너즈 노조하고만 진행했다. 지회의 대화 요구에 회사는 “지회는 계속 분쟁을 일으켰다” “교섭 대표노조와 대화를 하겠다” 등의 답변 만을 하고 거부했다.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피비파트너즈 노조와 이행 여부를 논의하고 발표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발표 전 지회가 1인 시위를 하고 문제 제기를 하니 회사측과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회사는 본사와 임금 수준으로 맞췄다는 근거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다.

회사측은 ‘3년 차 근속자들이 많아서 본사 3년 차와 비교하면 임금이 같은 수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3년 차라고 하면 사회적 합의를 했을 때 바로 들어왔던 제빵기사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인데, 3년 보다 더 장기 근속한 기사들도 많다. 장기 근속 기사들의 임금 수준이 본사와 맞췄다는 근거는 없다.

지난해까지 자회사 소속 제빵기사들의 근속 수당은 3년 차부터 해마다 1만원씩 오르는 것이었다. 10년 근속을 하면 근속수당이 1년차 기사보다 7만 원을 더 받는 수준인 것이다.

“회사측과 피비파트너즈 노조, ‘유니온숍’ 단체협약 악용”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SPC그룹의 한 프렌차이즈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임종린 지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었다.(사진제공 파리바게뜨지회)
파리바게뜨를 운영 중인 SPC그룹의 한 프렌차이즈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임종린 지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었다.(사진제공 파리바게뜨지회)

회사측이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 노조와 단체협약을 하며, 신규채용이 되면 노조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유니온숍’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피비파트너즈 노조 조합원인 관리자들이 신규채용 기사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피비파트너즈 노조 가입 원서도 작성하게 하고 있다.

유니온숍이기 때문에 노조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며 피비파트너즈 노조만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규채용 기사들은 민주노총 소속 지회가 있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피비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면 진급할 수 없다’ ‘그래도 밥그릇은 챙기면서 살아야되지 않겠는가’ 등의 말을 계속 하거나, 근무 시간에 2~3번 찾아오면서 ‘찾아오는 거 불편하지 않는가, 탈퇴하면 안 찾아오겠다’는 등의 노조 탈퇴 종용을 하고 있다.

유니온숍 제도 악용 관련 고용노동부에 문제 제기를 해서 ‘공정대표 의무 위반’으로 구두 권고를 받았다. 회사가 특정 노조 가입을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안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관련해서 공지를 하라고 했는데도 회사는 아직도 따르지 않고 있다.

“향후 민주노총과 집중 투쟁 벌이고 대응할 것”

지회는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와 함께 1인 시위, 전단지 배포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는 13일 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곳곳에서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발표가 사실이 아님을 알리고 그동안의 노조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고발할 예정이다.

사회적 합의는 당사자들이 납득이 돼야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대화로 풀어보자고 요구했지만 거부한 것은 회사측이다. 여전히 사회적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회사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3년 전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표를 찍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회사측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 사회적 합의는 당사자들이 납득이 돼야 마무리되는 것이다. 대화로 풀어보자고 요구했는데 거부한 것은 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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